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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 구루에게 묻다] 로버트 돌 블랙록 부회장

"미 경제는 순풍 탈 것… 채권보다 주식에 주목"
"미 2차 양적완화 종료 영향 크지 않을 것"
"유로존 수 년간 힘든시기 겪을 것… 주식투자엔 척박"
"원유가격, 단기간에 150달러까지 급등할 가능성 낮아"

로버트 돌(Doll) 블랙록(BlackRock) 부회장. /블랙록 제공

“미국 경제는 순풍을 탈 겁니다. 채권보다 주식에 주목하세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로버트 돌(Doll) 부회장은 미국 경제와 증시를 밝게 내다봤다. 유로존 재정위기와 일본 대지진, 중동·북아프리카 정정불안, 미국의 등급전망 강등 등 여러 악재가 있었지만, 경제 회복세가 꺾일 정도의 악재는 아니라고 말했다.

돌 부회장은 지난 2001년부터 매년 ‘10대 투자 전망’을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에게 한 해 투자전략에 대한 조언을 해왔다. 돌 부회장은 올 1월에도 어김없이 ‘2011년 10대 투자 전망’을 공개하고 “미 실업률이 9%대로 하락할 것” “주식이 채권·현금보다 투자 성과가 좋을 것” “기업 실적이 우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조선비즈 창간 1주년을 맞아 지난 16일 진행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돌 부회장은 올 들어 지금까지 그의 예측이 “큰 맥락에서 봤을 때 맞아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그의 예측은 적중률이 높아 지난 10년간 74%의 적중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다만 백발백중으로 맞추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 ‘10대 예측’에서 올해 상반기에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했지만 여러 악재가 터지면서 경제 성장률이 둔화했습니다. 남은 6~7개월은 어떻게 전망합니까.
“미국 경제는 큰 고비를 넘겼습니다. 노동시장이 드디어 의미 있는 수준의 개선세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올해 미국 경제는 3.0~3.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질적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재고 축적 증가에 따른 성장이 아니라 최종 재화 매출이 증가하면서 총 생산이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미국 경제가 회복국면에서 스스로 지속 가능한 성장세로 전환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2차 양적완화가 6월이면 끝납니다.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클까요.
“2차 양적완화 종료가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어요. 저는 종료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연준의 양적완화 덕분에 경제 성장세가 강했고 주가도 더 순탄하게 상승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양적완화가 종료되면서 그 효과는 어느 정도 소진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경제 회복이 방해를 받거나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조정을 받는 일은 없을 겁니다.”

- ‘10대 예측’에서 올 한해 약 200~300만명의 신규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예측하셨는데 미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상황입니다.
“미국 노동시장은 매우 좋게 보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에도 24만4000건의 일자리가 늘어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더 좋게 나왔습니다. 실업률은 9.0%를 보이고 있지만 이 가운데 일부 일자리 손실은 기상 악화로 인해 농업 부문이 피해를 입으면서 발생한 것입니다. 최근 고용 성장세도 상당히 개선됐습니다. 지난 3개월동안 일자리는 월평균 25만3000건씩 증가했고, 이를 연율로 보면 300만개의 일자리가 더해졌다는 계산이 나오지요. 이는 최근 5년만의 최대치입니다. 앞으로도 노동시장은 꾸준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미국 주식시장에서 올해 기대할만한 호재가 있을까요.
“현재 악재와 호재가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어요. 기업실적은 견조할 것이고 노동시장은 개선될 겁니다. 경기 지표들도 좋을 겁니다. 기업들간 M&A도 계속될 것이고, 자사주 매입도 이뤄지고요. 반면 외부의 위험 요소들이 존재하는만큼 저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이 다시 상승 궤도에 오르기 전에 잠시 쉬어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본의 3·11 대지진 이후 원자력 발전소 공포가 극에 달했을 때 S&P500은 1250선까지 주저앉았지요. 이쯤 내려오면 더 이상 하락하지 않겠다는 심리가 형성될 수 있지만, 이 선이 다시 시험에 들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위에 언급한 위험 요소들이 경제를 침체에 빠지게 하거나 주식 강세장을 방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필요한 투자 전략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미국 증시를 좋게 보고 있습니다. 유럽은 신용위기를 겪고 있고 일본은 지진 이후 사태 수습 중입니다.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은 기업의 주식과 경기 성장과 함께 주가가 오르는 기업, 그 가운데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을 추천합니다. 특히 전 세계 곳곳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는 다국적 기업을 매력있게 보고 있지요. 미국 금융주는 여전히 우리가 가장 선호하는 섹터입니다. 헬스케어주, 통신주도 선호하고 있습니다. 다만 산업용 자재에는 단기적 위험이 있기 때문에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

- 주식입니까, 채권입니까.
“주식이냐, 채권이냐 하는 문제는 늘 까다롭지요. 저는 향후 몇년에 걸쳐서 주식이 채권을 앞지를 것으로 기대합니다. 경제 성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채권 투자가 줄고 주식 수요가 증가할 겁니다. 현재 채권수익률(금리)은 낮지만 채권 수요가 감소하면서(채권 가격 하락) 수익률이 오를 것입니다. 물론 채권시장도 투자 매력은 있지만 더 큰 맥락에서 봤을 때 주식시장의 수익률이 장기적으로 더 높을 것입니다.”

- S&P가 미국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습니다. 증시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등급전망을 낮춘 직후 주가가 일시적으로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이후로 증시는 계속 강세를 보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신용등급 전망 강등이 주식시장에 악재로 반영된 것은 강등 발표가 예상 밖이었기 때문이지, 등급전망이 떨어진 배경 자체가 놀라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는 얼마간 계속돼 왔습니다. 이번 일로 정책가들이 재정 적자를 빨리 해결하도록 압력을 받겠죠.”

- 그리스 위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유로존 재정위기는 얼마나 심각한가요. 세계 경제 회복세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게 될까요.
“유로존은 몇 년동안 힘든 시기를 겪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계 경제 회복세를 꺾을만큼 유럽의 재정위기 영향이 크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유럽 재정불량국은 심각한 재정 문제를 안고 있고 긴축 재정정책과 통화 긴축정책을 실시하고 있지요. 주식 투자에는 척박한 환경입니다.”

- 달러가 지난해부터 계속 약세를 보였습니다. 시중에 넘쳐난 유동성을 바탕으로 인플레이션이 유발됐습니다. 달러 약세는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달러화 가치는 특히 유로화 대비 약세를 보였습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 인상을 단행한 반면 미국은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리란 전망 때문에 최근 달러가 더 약세를 보였지요. 유럽의 금리가 미국의 금리보다 높으면 고금리·고수익을 좇는 투자자들이 달러화보다 유로화를 선호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제부터는 금리 차이가 아닌 경제 성장세의 차이가 달러화 가치를 높일 것으로 전망합니다. 미국 경제 성장세가 유럽보다 더 강하기 때문에 견조한 경제 성장에 힘입어 달러 가치가 점차 강세를 되찾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 블랙록은 원자재 펀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원자재 시장이 급변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남은 한 해 원유 시장은 어떻게 평가합니까.
“만일 중동 사태가 계속 악화된다면 유가 급등이라는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우디 아라비아나 그 외 원유 생산국에서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위험도 있겠지요. 원유가 그 수준까지 올라서다면 세계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고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추가로 도입할 수 있는 정책 수단도 바닥이 납니다. 그렇지만 원유가 단기간에 150달러까지 급등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자세한 전망은 말해줄 수 없습니다.)”

- ‘10대 예측’ 중에 수정하고 싶은게 있나요.
“없습니다. 비록 방향을 잘못잡은게 있다는 생각이 들어도 이미 발표한 ‘10대 예측’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완전히 정확하게 맞출 것으로 기대하지도 않아요. 올해 들어서 예측은 큰 맥락에서 대부분 맞아 떨어진 편입니다.”

◆ 로버트 돌

현재 블랙록의 부회장 및 수석 주식 스트래티지스트로 매년 ‘10대 예측’을 내놓고 있다. 해외 출장길에서도 미국 증시가 열리는 시간에는 일정을 줄이고 자금 운용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펜하이머 펀드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메릴린치 투자신탁 최고경영자(CEO)를 지냈고 2006년 블랙록과 메릴린치 투자신탁이 합병하면서 블랙록에 몸 담았다.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에서 MBA학위를 취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