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크 스트로스 칸(Dominique Strauss-Kahn) IMF 총재가 성추행 혐의로 입건돼 총재직을 중도에 사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세계 경제 현안과 정책에 대해 뚜렷한 색채를 보였던 그가 사퇴할 경우 IMF 안에서 리더십 공백이 생길 우려가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16일 스트로스 칸 총재의 사퇴가 국제사회에 미치는 반향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총재 대행을 맡은 립스키 IMF 부총재도 오는 8월이 되면 사임할 예정”이라며 “IMF의 리더십 공백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칸 총재의 중도 사퇴로 ▲신흥 개발도상국들의 IMF 지분 추가 확대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신속한 대응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지역 안전망 사이의 연계 등 세가지 부분에서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 신흥국의 IMF 지분 추가 확대 불확실성 높아져
먼저 신흥국들의 IMF 내 지분을 추가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그동안 신흥국의 지분 확대에 우호적인 입장이었던 스트로스 칸 총재가 사퇴하고 유럽의 기득권에 우호적인 인물이 새 총재가 되면 신흥국의 지분 확대 계획이 차질을 겪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IMF는 지난해 11월 이사회를 열고 쿼터(지분)을 신흥국에 6% 이상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지분 비중이 1.35%에서 1.41%로 다소 증가했지만 아직도 늘어난 경제력에 비해 지분이 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오는 2014년 열릴 15차 쿼터 검토 시점까지 IMF 내 지분을 더욱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신흥국의 지분이 추가로 확대되면 유럽 지분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신흥국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높아진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지분이 적은 반면 스페인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재정 위기에 허덕이면서도 지분이 과다하게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금까지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에서, IMF 총재는 유럽에서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 총재는 유럽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다음 총재의 정치적 성향을 신흥국들이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신속한 대응에 차질 생길 수도
스페인과 포르투갈, 그리스 등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일부 유럽 국가들에 대한 신속한 대응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지난 16일 아시아 주요 증시는 일제히 하락세로 마감했다. 스트로스 칸 총재의 성추행 파문으로 그리스 재정위기에 대한 구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15일 “스트로스 칸 체제 하에서 IMF는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를 잘 이해하고 융통성있는 정책을 펴 왔다”며 “총재가 중도에 사퇴하면 신속한 위기 대응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총재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그리스와 포르투갈에 대한 지원 등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지역 안전망 연계도 부정적 영향 있을 듯
박영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팀장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추진 중인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지역 안전망의 연계 계획도 다소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중국과 일본의 재무장관들과 만나 아시아 지역의 금융안전망인 CMIM(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 체제)와 글로벌 안전망인 IMF가 보다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보다 효율적이고 선제적인 안전망 구축을 위해서는 지역과 IMF가 더욱 연계되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박 팀장은 만약 “신흥국에 비해 선진국에서는 지역과 글로벌 안전망을 연계하는데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다음 IMF 총재가 신흥국보다 선진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로 선출될 경우 금융안전망의 긴밀한 연계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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