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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식

[W뉴스피플] 내부자거래 '달인' 라자라트남, 도청에 덜미

스타 헤지펀드는 알고 보니 내부자 거래의 ‘달인’이었다. 그 중심에는 라즈 라자라트남(Rajaratnam·53)이 있었다. 미국 월가의 헤지펀드 ‘갤리언’(Galleon)의 설립자 라자라트남이 주요 기업의 내부 정보를 미리 빼내 주식 투자에 활용, 막대한 차익을 거둔 혐의로 유죄 평결이 내려진 것이다.

11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포브스 등 주요 외신은 12명의 배심원들이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만장일치로 라자라트남의 혐의 14개를 모두 유죄로 결정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증권사기 혐의 9개와 공모 혐의 5개가 여기에 해당된다.

 결정적 증거는 도청 테이프였다. 배심원 중 한 명으로 참여한 카먼 고메즈(Gomez·55)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유죄 여부를 결정하기가 매우 어려웠지만, 도청 기록은 라자라트남이 기밀 정보를 이용해 투자에 활용한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검찰은 주로 마약이나 폭력조직 수사에 사용하는 감청 기법을 라자라트남의 내부자 거래 혐의 수사에 처음으로 적용, 그가 각 기업 내부인과 통화한 기록을 증거로 제시했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전화 녹취록를 통해 라자라트남은 지난 2008년 9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골드만삭스에 5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정보를 당시 한 골드만삭스 이사회 멤버로부터 입수해 자신의 갤리언 펀드 운용에 활용했었던 점이 드러났다.

지난 2009년 10월 미국 연방검찰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불법 금융거래를 한 혐의로 라자라트남 등 헤지펀드 매니저와 대기업 간부 6명을 체포했었다. 라자라트남과 공모자들은 직무상 알게 된 구글·IBM·힐튼 등으로부터 얻은 내부 정보로 2006~2009년 6380만달러(약 690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검찰은 추산했다.

이번 사건을 주도한 라자라트남은 스리랑카 출신으로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졸업하고 월가에 진출해 1999년 갤리언을 설립했다. 갤리언은 고수익을 거둬 한때 운영자산이 70억달러(약 7조5810억원)에 달했다. 월가에서 라자라트남의 투자능력을 칭송했던 건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라자라트남의 수익은 불법 내부 정보를 활용하면서 나왔다. 갤리언의 트레이더들은 늘 기업의 내부 정보를 알아내라는 압력을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정보를 캐는 데 실패하면 문책을 받거나 심지어 해고를 당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날 공판에서 어두운 색 정장 차림으로 무표정하게 앉아 있던 라자라트남은 임시로 가택 구금형을 받았다. 포브스에 따르면, 라자라트남은 약 25년간의 철창 신세를 질 전망이다. 선거 공판은 오는 7월29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