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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 구루에게 묻다] 프레드릭 뉴먼 HSBC 수석 이코노미스트

韓 수출 호조…기업들 여러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 확대"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경제 회복 괄목할만"
"美 연준 양적 완화 종료 이후 亞에서 대거 자금 유출 가능성 희박"

 “아시아에서 유망한 국가로 한국을 꼽습니다. 수출이 꾸준히 호조를 보이는데다, 한국 기업들은 여러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죠”

프레드릭 뉴먼 HSBC은행 아태지역 리서치 공동대표는 조선비즈 창간 1주년을 맞아 진행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학계와 국제기구, 금융업계를 넘나드는 아시아 전문가로 통한다.

뉴먼 대표는 출구 전략과 고유가, 일본의 대지진이 아시아 경제 성장에 역풍으로 작용하긴 하지만 올해 남은 기간에도 매끄러운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다음 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양적 완화(시중 자금 확대) 종료로, 아시아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이런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그는 내다봤다.

고유가 충격에 대해서도 ‘별로’라는 입장을 보였다. 보조금 지급과 가격 통제가 효과를 발휘하는 데다 통화가치 상승이 고유가 부담을 상쇄하고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 아울러 아시아의 통화 가치는 유가 흐름과 큰 연관성없이 꾸준히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정부가 잘 대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국 경제가 여전히 지나치게 투자에 의존하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뉴먼 대표와의 일문일답.

- 올해 아시아 경제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찾는다면 뭐가 될까요.
"'탄성(resilience)'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금융 위기 이후 지난 2년간의 경제 회복세는 괄목할만한 것이었습니다. 아시아 경제는 엄청난 규모의 통화·재정정책을 바탕으로 순항했고, 국내총생산(GDP)은 금융위기 이전의 고점보다도 30% 이상 늘었습니다"

- 위험 요인을 말씀해 주신다면.
"올해에는 막대한 규모의 경기 부양책 철수,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일본의 대지진과 같은 여러가지 요인으로 경제 성장이 역풍을 맞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올해 남은 기간에도 아시아 경제가 무리 없이 굴러갈 것이라는 전망은 변하지 않습니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2차 양적 완화가 다음달 막을 내립니다. 양적완화 종료가 글로벌 자금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많은 투자자가 양적 완화 종료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근거 없다고 봅니다. 특히 신흥국에서는 연준이 공급하던 유동성의 양보다 금리 수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2차 양적 완화를 통해 공급된 추가 유동성은 실상 대부분이 상업은행들의 연준 계좌에 예치돼 있기 때문이죠. 결국 초점은 금리로 맞춰집니다.

그러나 최근 벤 버냉키 의장은 당분간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양적 완화가 끝나더라도 미국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이상,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에는 큰 충격이 없을 것이란 얘깁니다. 신흥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입니다. “

- 연준이 금리를 올린다면 그 시점은 언제가 될까요.
"연준은 실업률이 8% 이상을 웃도는 이상 결코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고, 내년 2분기 정도는 돼야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저희는 실업률이 내년 여름쯤에 8%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뒤로도 금리가 빠르게 인상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른 국가와 달리) 미국의 통화 정책 정상화는 갈 길이 아직 멉니다"

- 유가가 많이 올랐습니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에 미치는 충격은 어떨까요.
"아시아는 고유가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보조금과 가격 통제를 통해 소비자들을 고유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점진적으로 통화가치가 올라 고유가에 대한 완충 장치 역할을 하고 있어요. 임금 상승과 소득 증가로 소비자들이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처하기도 용이해졌죠. 물론 유가가 현 수준에서 더 급격하게 오른다면 아시아의 경제 성장에 해(害)가 될 수 있겠습니다만, 이럴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다만 고유가로 수출 대상국인 서구 국가의 가계 지출이 준다면 문제가 될 수는 있습니다.

- 최근 다수의 아시아 국가들이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통화 가치 상승을 용인하고 있습니다. 만약 유가가 계속 하락하면 외환시장에서도 변화가 목격될까요.
"유가가 떨어지면 아시아 외환 시장이 (지금보다) 안정되긴 하겠지만, 수년간 지속된 통화 가치 상승 추세가 꺾이지는 않을 겁니다. 또 기본적으로 유가 하락은 세계 경제에 좋은 것이고, 수출 전망도 밝게 만듭니다. 최근 수주 간 아시아 중앙은행의 통화절상 속도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절상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유가 외에도 아시아의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가 있고, 통화절상은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출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기에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자본통제 지침을 내놨지만, 신흥국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또 인플레이션 억제 수단으로서 자본통제의 효과는 어떤지요.
"자금이 갑작스런 유출 없이 안정적으로 유입되게 하기 위해서 자본 통제는 필요합니다. 최근 아시아에서 시행된 외국인 채권 투자자의 현지 투자에 대한 만기 연장 같은 게 한 예가 됩니다. 이런 통제는 자본 흐름을 안정화하고 성장에도 긍정적이기 때문에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억제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 억제에는 통화 절상, 금리 인상, 재정정책과 같은 조치가 더 나은 해법입니다"

- 아시아에서 가장 유망한 국가를 꼽는다면.
"한국을 높게 평가합니다. 수출 부문이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고, 한국 기업들은 여러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소비 지출이 줄긴 했지만 내수는 견조합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처럼 경기 과열 징후가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이는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합니다. 다른 후보로는 태국을 꼽고 있습니다. 태국은 지난해 정치적 소요 사태가 있었지만, 경제 성장이 양호합니다. 여행객도 기록적인 수준으로 늘었고 수출 부문의 경쟁력도 높지요.

- 일본의 대지진 이후 일본 부품업체들의 공급 사슬 문제로 한국 제조업체에 수혜가 예상된다는 관측이 있는가 하면, 결국 부품 조달 차질로 악영향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일본 부품업체의 공급 사슬 문제에 따른 충격은 헤아리기 쉽지 않습니다. 일단 한국의 제조업계가 받는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뭐 한국 제조업체가 주문이 늘면서 오히려 수혜를 입을 수도 있고, 일본의 생산 시설이 예상보다 빠르게 복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전 부문에서 공급 사슬 문제는 당초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죠. 물론 (세계) 자동차 부문은 여전히 타격이 심각합니다만 (자동차 부품을 주로 국내에서 조달하는) 한국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덜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세계가 주시하고 있습니다.
"경착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최근 수년간 중국 경제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이런 성장 신화가 언젠가는 전환점을 맞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도 이런 위험을 숙지하고 있고, (이를 우려해 내놓은) 긴축적 정책은 일부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급격히 늘었던 대출이 둔화하고 있고, 부동산 시장도 과열 국면을 벗어나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 중국이 엄청난 자원을 갖고 있고, 폐쇄적인 금융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도 경제 불확실성을 낮춥니다”

- 중국 정부가 당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뭘까요.
"리밸런싱입니다. 중국 정부는 경제에서 소비 비중을 늘리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소비보다 투자가 크게 늘고 있죠. 국가 경제에서 투자는 비정상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 프레드릭 뉴먼 (Frederic Neumann)

HSBC 아태 지역 리서치센터 공동 대표인 그는 국제 경제와 아시아 지역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아시아통’이다. 존스 홉킨스 대학, 와튼 비즈니스 스쿨 등에서 교수를 지냈으며, 세계은행을 포함한 국제기구에서 아시아 지역과 관련한 경제 자문을 역임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의 거시경제 정책에 대해 중점적으로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