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4.26 00:39
청소 용역회사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김모(55)씨는 하루 12시간을 일하고 한 달에 9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김씨는 결혼을 앞둔 아들(28)의 전세값이라도 마련해주려고 3년째 월급을 쪼개 한 달에 40만원씩 적금을 붓고 있다. 나머지 50만원이 생활비다. 김씨는 "아침, 점심은 김치와 밥만 도시락으로 싸서 해결한다"며 "며칠 전 2000원짜리 스카프를 산 것도 맘먹고 산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올해로 23년차 은행원인 이모(48) 부장은 억대 연봉자다. 국세청에 따르면 2009년 억대 연봉자는 19만6539명으로 5년 전(2004년 4만1133명)보다 4.8배 늘었다. 이씨는 "현직에 있을 때는 매달 600만~700만원을 받아 먹고살 만하지만 55세면 은행을 나가야 해서 삶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월급을 받는 근로 소득자(월급쟁이)들의 소득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25일 국세청에 따르면 2009년 소득 상위 20%인 근로 소득자의 평균 연봉은 7680만원으로 하위 20%(1480만원)보다 6200만원이 높았다. 이 소득 격차는 2005년의 5490만원보다 710만원 더 늘어난 것이다.
전체 소득에서 고액 연봉 월급쟁이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월급쟁이 상위 20%가 차지하는 소득은 2005년 38.6%에서 2009년 41.6%로 불과 4년 사이에 3%포인트 높아졌다.
월급쟁이 사이에서도 이처럼 소득의 양극화가 심해진 이유는 금융회사, 수출 대기업 등 소위 '괜찮은' 일자리를 중심으로 임금 상승률이 높았진 반면 성장에서 소외된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은 낮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정규직보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비정규직 근로자가 늘어나는 것도 한몫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고급 노동력의 수요가 증가하고 이들의 임금이 저기능 근로자보다 가파르게 오르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정부가 복지 지출을 늘려서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을 보전해 주어야만 실질적인 소득 격차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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