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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증시 현황

[차이나워치] 中 인플레 맹수 잡았나…증시 '쾌청'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지난해 부진을 씻고 올해 쾌청한 기상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고공행진하는 물가에 메스를 대기 위해 긴축 정책을 실시하자, 중국 증시는 자국 경제 성장이 둔화할 우려에 지난해 14% 넘게 하락했다. 그런데 올 들어 증시 흐름은 다르다. 9% 가까이 오르며 아시아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선방하고 있다. 정부의 긴축책이 오랜 터널의 끝에 다다랐다는 전망에 중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고개를 들었다.

관건은 15일(이하 현지시각) 발표되는 거시경제지표다.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과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실제 성적을 드러내면 중국 정부의 그동안의 정책이 효과를 발휘했는지 가늠할 수 있게 된다.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월 CPI 수치에 따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추가 긴축을 실시해야 할 수도 있다고 평했다. 빅토리아 미오 로베코 펀드매니저는 “모두 금요일(15일) 지표만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이것만으로 인플레이션 억제를 결론 내리기엔 이른 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CPI 상승률은 전년 같은달 대비 5.2%다. 지난 1~2월 상승률은 4.9%였으므로, 전문가 예상치가 맞아떨어진다면 정부의 올해 연간 CPI 목표치인 4%를 석 달 연속 넘게 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중국이 오랜 긴축책을 훌훌 털어버릴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FT에 따르면, 전문가 대부분은 올해 중국의 인플레이션이 중순경 5~6% 수준에서 정점을 이루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클 커츠 맥쿼리 스트래티지스트는 “(그동안 인상된) 금리 수준으로 볼 때 중국이 그동안의 긴축 기조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인민은행은 최근 반년 간 기준금리를 네 차례 올렸고 예금금리는 3.25%, 대출금리는 6.31%가 됐다.

금융업계는 일제히 중국 증시에 대한 태도를 바꿨다. FT에 따르면,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들은 이달 들어 중국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축소'에서 '중립'으로 올렸다. 노무라증권도 중국 증시의 상승을 내다봤다. 1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헨리 우 노무라 중국 증시 담당 수석은 “중국 증시는 앞으로 3분기에 걸쳐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HSBC는 중국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올렸고, 맥쿼리 역시 보유지분 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골드만삭스와 도이치은행, 씨티그룹도 일제히 중국 증시 상승에 베팅하는 매수를 권하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도 신흥국 증시 투자에서 중국 비중을 늘렸다고 밝혔다. 마리아 고든 핌코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14일 블룸버그 TV에 출연해,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기업 주식을 뜻하는 항성 중국기업 지수(HSCEI)가 앞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HSCEI 지수는 현 주가수익률이 최근 5년 평균치보다 23% 낮다. 이는 기업의 양호한 실적이 무색한 수준이다. HSCEI주(H주) 상장 기업들의 지난해 총 순이익은 32% 급증하며 시장 예상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크레디트스위스(CS)도 HSCEI주의 올 한해 전망을 상향했다.

또 긴축책으로 되려 수혜를 보는 업종도 부각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금리 인상으로 은행 업종의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며, 중국의 2분기 증시 전망에서 은행 업종을 가장 좋게 봤다. 샌포드 번슈타인은 12일 중국 은행권의 지난 1분기 실적을 밝게 전망하며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공상은행 등 중국 은행주들이 “조만간 10% 정도 더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려 요인은 있다. 전문가를 포함, 중국 일반인들까지 정부의 공식 통계를 잘 믿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앤디 시에 전 모간스탠리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물가가 상당수의 제품과 서비스에서 두자릿수 상승을 보이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공포가 퍼져 나가는 징후가 포착됐으며 일본 대지진 등의 여파로 사재기마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사태가 더 커지면 사회적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달 "인플레이션은 한번 풀어놓으면 우리에 다시 가두기 어려운 맹수"라며 인플레이션을 호랑이에 비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