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제내성은 간단히 말해 먹던 약이 더 이상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 더 고용량이 필요할 수도 있고 다른 약으로 바꾸어야할 수도 있습니다.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는 약에 따라 내성률에 차이가 있을 뿐 모두 내성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 어떤 이유로 내성바이러스가 생기는지 알아봐야겠죠
B형간염바이러스는 그 특성상 변이가 잘 생깁니다. B형간염바이러스는 복제속도가 빠른 편인데요. 매일 약 1012 (1조)내지 1013(10조)의 바이러스가 재생산되고 105(10만) 복제당 하나의 돌연변이가 발생합니다. B형간염바이러스는 돌연변이를 교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변이는 누적됩니다.
보통은 야생형(Wild type)이라고 불리는 일반적인 바이러스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항바이러스제들은 이 야생형을 억제하는데 좋은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항바이러스제가 이 야생형과 몇몇 변이들을 잘 제거하지만 무수히 많은 변이들을 모두 억제하지는 못하고, 항바이러스제가 제대로 억제하지 못하는 소수의 변이가 생긴 바이러스들이 주류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 항바이러스제의 약제 내성입니다.
비유하면... 논에 해충이 생겨 농약을 뿌리는데 대부분의 해충은 다 잡지만 그 농약을 이겨내는 소수가 남아 있을 수 있고 다음 해에 그 소수의 해충이 새끼를 쳐서 결국 다 농약을 이겨내는 해충으로 바뀌는 상황인 것이죠.
내성바이러스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 내성바이러스가 주류를 차지하게 하는 것은 약 때문인 것입니다.
보통 내성 바이러스는 야생형에 비해 번식력이 약합니다. 경쟁자인 야생형을 약들이 없애줘서 주류가 된 것이고 약이 없었다면 그렇게 되지는 못했을 것이죠.
흔히 생각하기에 변이가 생긴 바이러스가 몸에 더 해로울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내성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 해를 덜 끼칩니다. 쓸 수 있는 약이 줄어드는 문제를 만들 뿐입니다.
보통은 교차내성이 없는 새로운 약을 사용해서 문제를 해결합니다.
정리하면 내성바이러스는 항바이러제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항바이러스제가 기존에 있던 것을 선택한 결과입니다.
그럼 어떤 약이 내성을 덜 만들까요 내성이 생기기 전에 바이러스들을 확 줄여주는, 바이러스 억제효과가 큰 약은 내성을 덜 만듭니다. 반대로 바이러스 억제 능력이 미약한 약들도 내성이 잘 안 생깁니다. 내성바이러스나 야생형이나 비슷하게 억제하기 때문이죠. 제일 내성을 잘 만드는 약은 바이러스 억제를 중간정도로 하는 약입니다.
헵세라는 바이러스 억제능력이 약해서 내성이 잘 안 생기게 하고 상대적으로 내성률이 높은 제픽스는 중간정도의 바이러스 억제능력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내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오히려 바이러스 억제능력이 적은 약을 먼저 써야한다는 주장도 있으니 헵세라가 나쁜 약은 아닙니다. 억제능력이 약한 헵세라를 쓰고 있다고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 약제별 내성률은
치료 성공률(링크)과 마찬가지로 약제 내성률도 환자의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모든 항바이러스제는 내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치료 기간이 길어질수록 내성의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결국 항바이러스 치료의 성패는 내성이 먼저 생기느냐, 치료가 먼저 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내성률에 대한 연구는 약제마다 구체적인 비교를 하기가 아직은 쉽지 않습니다. 연구마다 내성을 정의하는 기준도 약간씩 다를 수 있고 검사방법의 민감도도 다를 수 있습니다. 또 환자들이 동일한 특성을 가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니 직접 비교한 연구가 아니라 다른 연구 결과를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제픽스
내성률에 대한 충분한 자료가 발표된 약은 제픽스입니다. 출시된지 10년이 다 된 약이기 때문에 외국과 우리나라 모두 상당히 많은 자료가 누적되어 있습니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국내에서 발표된 84편의 논문을 정리한 결과 제픽스 내성은
- 대상환자수 1,559명
- 평균투여기간 14.4개월(범위 3-72)
- Breakthrough 율 : 1년 평균 11.3%(범위 8-17) / 2년 35.7%(범위 28-42) / 3년 53.9%(범위 52-56)
- 관련된 임상 인자 : 라미부딘 투여기간이 길수록, 낮은 ALT, 높은 HBV DNA
로 나타났습니다. (최종영. 국내 만성B형간염 환자의 라미부딘 치료 성적. 대한간학회. 2005.)
외국의 자료까지 정리하면 매년 약 15~20%에서 내성이 나타나며 5년 최대 70%에서 내성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ALT가 낮을 때, HBV DNA가 높을 때 치료를 시작하면 내성이 더 잘생긴다고 되어 있는데요. ALT가 높을 때, HBV DNA가 낮을 때 치료를 시작하면 치료 성적이 더 좋다는 말과 반대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왕이면 치료 성적이 좋을 것 같을 때 치료를 하는 것이 내성도 덜 생긴다는 것이죠.
헵세라
헵세라는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내성이 잘 안생기는 약에 속합니다. 첫해는 안생기고 4년에 20%이내, 5년 30%이내라고 합니다. 제픽스 내성환자에서는 보다 잘 생긴다는 것이 국내 연구 결과입니다.
누클레오사이드 유사체인 제픽스와는 다른 누클레오타이드 유사체이기 때문에 제픽스 내성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다른 누클레오사이드 유사체인 바라크루드, 레보비르, 세비보의 내성에도 헵세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바라크루드
바라크루드는 내성이 무척 안생기는 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라크루드의 임상시험에서는 전에 누클레오사이드 유사체를 쓰지 않았던 환자의 4년 누적 내성률이 0.8%라는 놀라운 발표가 있었습니다. 반면 제픽스 내성 환자는 2년에 1%, 4년에 9%라는 보다 높은 내성률을 보여 처음부터 바라크루드를 쓰는 게 좋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재로는 이보다는 내성이 더 생길 것 같습니다. 임상시험에서는 일부이나마 바이러스가 안떨어지는 환자를 제외했는데요. 첫해 5.4%, 2년째에 3.3%입니다. 검사에서 내성이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제외하지 않고 계속 복용할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는 지켜봐야합니다.
물론 그래도 지금까지 나온 약 가운데는 내성률이 가장 낮습니다.
바라크루드는 고용량(1mg)을 썼을 때 제픽스 내성환자에게도 효과가 있습니다.
레보비르
레보비르는 내성에 대한 연구 자료가 없습니다. 시험관 수준의 연구에서는 제픽스와 교차내성이 있다는 것이 밝혀져 있어 제픽스를 사용했던 환자가 쓰는 것은 권장되고 있지 않습니다.
레보비르는 지금까지(2008년 1월) 24주 이상 복용한 환자의 임상보고가 없습니다(소수의 1년 보고가 있습니다만 이 환자들은 일반적인 용량은 30mg을 6개월 간 복용하고 그 후에는 10mg을 복용했습니다. 30mg을 1년간 복용한 환자에 대한 자료는 없습니다). 내성이 많이 생기는 제픽스도 24주(6개월)에는 내성이 거의 안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내성을 논하기는 너무 짧은 기간의 임상시험입니다.
레보비르의 바이러스 억제 능력을 볼 때 내성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써봐야 아는 것이죠. 그리고 이미 제픽스를 썼던 환자가 무척 많은 것을 생각하면 제픽스 내성환자에 대한 자료가 없다는 것은 무척 아쉬운 점입니다. 현재도 제픽스 내성 환자에 대한 임상계획이 없어 이건 아주 오랜 후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비보
세비보는 보험등재가 되지 못해 실재로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보험등재가 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신약치고는 내성이 너무 높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제픽스보다는 좋았지만 비슷한 시기 허가받은 바라크루드에 비해 내성률이 너무 높았다는 거죠.
세비보의 임상시험에서 1년 내성률 4.4%, 2년 21.6%였습니다.
▣ 교차내성
앞서서 먹는 항바이러스제는 누틀레오사이드 유사체와 누클레오타이드 유사체로 나눌 수 있는데 같은 그룹 내에서는 교차내성이 있지만 다른 그룹끼리는 교차내성이 적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약제에 내성이 생겨 다른 약으로 바꿀 때는 기본적으로 다른 그룹으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아니면 그 약보다 바이러스 억제 능력이 많이 높은 약으로 바꿔야 합니다.
누클레오타이드 유사체는 아직 헵세라 하나밖에 없는데요. 앞으로 테노포비어가 나오게 되면 보다 다양한 대안이 생길 것입니다.
내성을 줄이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항바이러스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내성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환자에게 써야합니다.
최근의 경향은 치료 대상에 맞더라도 간경변등으로 급하게 치료를 시작해야하지 않다면 3-6개월 정도 경과관찰을 하다 치료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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