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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IT는 지금] 너도나도 '데이터 센터' 짓는 IT업체…다른 속내는?

세계 주요 IT기업들 사이에서 ‘데이터 센터(data center) 짓기’ 열풍이 불고 있다.

데이터 센터는 데이터·사진·영상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단일 네트워크로 통합하고, 각종 전산 장비를 한데 모아 관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IT서비스이기 때문에 주로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 같은 기업들이 개발·관리해 왔던 분야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IT부문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각 기업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데이터 센터를 짓고 나섰다. 대표적인 PC업체들처럼 살 길을 찾아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으로 눈길을 돌리는가 하면, 넘쳐나는 데이터를 주체하지 못해 직접 네트워크 구축에 나선 경우도 있다.

◆“미래는 클라우드다”… 델부터 HP까지 ‘우글우글’

세계적인 PC제조업체 델은 1년 내에 10억달러를 들여 전 세계 곳곳에 데이터 센터 10곳을 짓겠다고 7일(이하 현지시각) 밝혔다.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에 본격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에 따라 델 PC를 쓰는 사용자들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데이터 센터에 정보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가져 와 쓸 수 있게 된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주요 소프트웨어나 각종 데이터를 개인 PC가 아닌, 중앙 컴퓨터에 저장해 놓고 언제 어디서든 온라인으로 접속해 사용하는 기술이다.

PC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델이 본업과는 성격이 다른 신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이 시장에서의 입지가 줄어드는 데 대한 회사의 타개책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델의 주력 사업인 PC부문 매출이 지난 1월 끝난 회계연도에서 전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선방했지만, 전체 시장에서의 점유율로만 보면 휴렛팩커드(HP) 같은 경쟁사에 밀려 주춤했다고 전했다. 사업부문을 다양화하려는 건 이 때문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향후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이 시장이 지난해 683억달러에서 2012년 1021억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IDC의 한 연구원은 “클라우드 컴퓨팅은 델에 가장 적합한 사업”이라며 “델 PC를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잠재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HP는 지난달 클라우드 서비스를 회사의 핵심 사업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새 사령탑으로 온 레오 아포테커 최고경영자(CEO)의 승부수다. IBM도 2015년까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에서 매출 중 70억달러를 올릴 수 있도록 주력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최근 30억달러를 투자, 캐스트아이언시스템스·코어메트릭스 같은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보유 업체를 인수했다.

◆페이스북은 행복한 비명… 넘쳐나는 데이터 감당 못해 센터 직접 구축

세계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업체 페이스북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7일 엄청나게 쏟아지는 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해 ‘열린 컴퓨터 프로젝트’를 진행해 저전력·저비용 데이터 센터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델·HP 등이 참여했다. 기존 임대 센터보다 38%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는데다 비용도 24% 절감할 수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표면적으로는 델과 같은 데이터 센터 건설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임대 중인 데이터 센터에서 감당하기 곤란할 만큼 트래픽(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는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페이스북은 SNS 열풍에 힘입어 회원 수가 빠르게 늘었고, 이에 따라 데이터 저장공간이 절실해졌다. 5억명이 넘는 페이스북 회원이 매달 회사 서버에 올리는 사진만 300억장에 달한다고 한다.

뉴스위크 등 일부 외신에서는 그러나 가상공간인 데이터 센터가 페이스북의 유일한 자산인 만큼 여기에 특별히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페이스북 가치는 700억달러짜리 디즈니와 비교되지만, 놀이공원 같은 실물자산을 가진 이들과 달리 페이스북은 네트워크 외에는 변변한 자산이 없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이라고 외신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