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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 34% 급락… 애플 벽에 막혔다

영업이익 2조9000억원… 3조 미달 7분기 만에 처음, LCD 공급과잉이 큰 걸림돌
반도체 판매 애플 의존 커, 오히려 위협 요인으로… TV시장 침체도 발목잡아

일본 소니를 넘고 세계 전자기업 1위에 올라선 삼성전자미국 애플의 벽에 강하게 부딪혔다.

'애니콜 신화'를 이루며 삼성전자를 글로벌 브랜드로 끌어올린 정보통신(휴대폰)사업은 애플의 아이패드·아이폰 열풍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LCD와 TV사업은 경기 침체와 대만·중국 업체들의 추격 속에 뚜렷한 새 수익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사업은 그나마 선방(善防)했지만 '애플 의존도'가 너무 커졌다. 장차 회사를 먹여 살릴 미래 사업들은 여전히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은 단계다.

◆애플 리스크, 점점 커진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잠정 집계한 결과 각각 37조원, 2조9000억원을 기록했다고 7일 발표했다. 구체적인 사업부 실적을 담은 1분기 공식 실적은 이달 말 발표된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3조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09년 2분기(2조6700억원) 이후 7분기 만의 일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매출 154조6300억원, 영업이익 17조3000억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지난해 2분기 이후 영업이익은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1분기 영업이익(4조4100억원)보다 34.2%나 줄었다. 무엇보다 애플이 삼성전자의 질주를 가로막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애플이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시장에서 점유율 29%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9%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애플의)하드웨어는 거의 다 따라갔는데 미국 등 해외 소비자들이 이미 아이팟·아이폰 등 애플 제품에 익숙해진 데다 막강한 '콘텐츠'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갤럭시S2' '갤럭시탭10.1' 등 최근 삼성이 내놓은 스마트폰·태블릿 PC는 하드웨어면에서는 애플에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화면을 켜고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는 것은 '애플방식'이 이미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들이 익숙한 방식을 삼성전자 입맛대로 바꾸기는 정말 어렵다. 삼성도 애로를 호소하는 대목이다.

애플보다 부족한 콘텐츠도 숙제다. 삼성 스마트폰(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앱)은 현재 약 20만개 수준이다. 하지만 애플 아이폰용 앱은 30만개가 넘는다. 이승혁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1분기 삼성 태블릿PC 갤럭시탭 판매량은 예상보다 적은 100만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출시된 아이패드2는 벌써 260만대가 넘게 팔렸다.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부는 애플 때문에 또 다른 고민을 하고 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경쟁자인 애플이 반도체에서는 너무 큰 고객이 된 것이다. 애플은 올해 삼성에서 휴대기기용 CPU(중앙연산장치) 등 78억달러의 부품을 구매해 소니를 제치고 최대 고객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회사에 부품을 많이 납품하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애플이 반도체 공급선을 다변화하면 삼성전자가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애플이 부품 공급처를 삼성에서 대만 TSMC로 다변화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대만·중국 저가 공세도 고민

LCD(액정표시장치)사업의 공급 과잉도 1년 넘게 삼성전자를 괴롭히고 있다. 대만 AUO, CMO, 중국 BOE테크놀러지 등 경쟁업체들은 생산 설비를 늘리고 저가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2월 이후 LCD가격은 계속 하락세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작년 4월 475달러이던 42인치 TV용 LCD의 가격은 현재 322달러다. 1년 만에 3분의 1이 폭락했다.

마지막 리스크는 침체된 TV시장이 좀처럼 회복 사이클을 못 타고 있다는 점이다. TV시장은 최근 가격 경쟁이 심해졌다. 삼성전자도 이에 대응하느라 2008년 이후 TV 가격이 11.8%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TV사업에서 3D(입체) TV·스마트 TV 등 신제품으로 새 시장을 뚫으려 한다. 그런데 이 시장이 쉽게 불붙지 않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는 올해 3D TV시장 규모를 2100만대로 전망한다. 작년보다는 10배 늘었다고 하지만 판매량 2억대가 넘는 세계 TV시장에 성장 동력이 되기에는 못 미치는 규모다. 이가근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같은 화면 크기의 TV보다 3D TV는 아직 가격이 높다"며 "소비자들이 그에 맞는 가치를 느끼도록 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