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3ㆍ11 대지진이 한국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에서 약간 나쁜 정도입니다.”
2010년 조선일보ㆍ에프앤가이드 경제분석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된 대우증권 고유선 연구원은 “일본 회사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들이 플러스 효과를 누릴 수도 있지만 일본산 부품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을 고려하면 세계 경제에도 어느 정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는 연초부터 해외에서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큰 사건이 많이 터졌다. 1월에 튀니지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이집트를 거쳐 리비아에 착륙했다. 산유국인 리비아가 전쟁의 화염에 휩싸이며 국제 유가는 요동쳤다. 고 연구원은 "앞으로는 유가가 추가로 급등하기보다 현재 수준에서 고공행진을 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일본 대지진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마이너스 효과가 조금 상쇄되어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제조업 분야는 전력 부족 등의 이유 때문에 문제가 좀 길어질 것 같다. 지진 피해 복구 과정에서 수요가 늘어나긴 하는데, 문제는 그 수요를 공급이 원활하게 받쳐줄 수 있느냐다.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은 중립에서 약간 나쁜 정도로 본다.”
-한국은 일본과 경쟁 관계이면서도 일본 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큰데.
“국내 기업들이 100% 다 자립해서 물건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차질이 예상되는 건 사실이다. 다만 과거에 비해서는 의존도가 많이 낮아졌고 (일본을) 대체할 수 있는 곳도 찾을 수 있다.”
-중동ㆍ북아프리카의 상황을 고려할 때 앞으로 국제 유가는 어느 쪽으로 움직일까.
“추가 급등보다는 고공행진 정도로 본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망명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 중동발 유가 급등 요인은 진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의 통화 정책이 계속 팽창적이지 않을 거란 가정을 더 하면 유가가 현재 수준에서 더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거나 돈을 흡수하면 유가가 떨어질 수도 있는데, 그런 정책은 지금 힘들 것 같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평균 100달러로 예상한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구제금융 받을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포르투갈은 재정 적자 문제가 터진 지 1년이 지났는데 거의 줄이지 못했다. 포르투갈이 구제금융 받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스페인은 재정 적자를 빨리 줄이고 있는데, 스페인의 경우 재정 적자보다 금융기관이 문제다. 포르투갈이 망하면 스페인도 어렵게 되겠지만, 그런 상황을 피하려고 유로존이 포르투갈을 구제하려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4월 초에 사상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ECB의 금리 인상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재정 위험 국가들은 어떡하느냐는 얘기가 나오는데, 어차피 그 국가들에 대해서는 유로존에서 구제금융 자금 확대를 위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을 받는 시점과 유로존 금리가 올라가는 시점이 맞물리면 유로화 환율은 어떻게 될까.
“ECB가 실제로 금리를 올리기 전까지는 이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유로화가 추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초강세로 가지는 않을 것 같다. 미국도 2차 양적 완화가 종료된 이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고 유럽 재정 위기도 중장기적 문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주요7개국(G7)이 지난달 18일 외환시장에 공동 개입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 최근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이 84엔대까지 올랐다(엔화 가치 하락). G7 중앙은행은 계속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걸로 보나.
“예전에는 직접 외환시장에 들어가서 달러화를 사들이는 방법을 썼는데, 이번엔 개입이라기보단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 같다. G7이 한꺼번에 개입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 G7이 공조하겠다고 한 건 일본이 가진 채권을 매도해 자금 회수를 할 가능성 때문이다. 한마디로 자기네 국채 팔아서 자금 조달하지 말라는 의미다.”
-인플레이션을 차단하기 위한 아시아 신흥국들의 긴축이 이어지고 있다.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과 외국인의 투자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요즘엔 좀 분위기가 바뀐 듯하다. 우리나라에도 외국인 자금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한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는 물가 부담이 낮고 금리도 어느 정도 정상화됐다. 신흥국 중 인플레이션 위험이 작고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은 쪽으로는 자금이 들어올 것이다. 우리나라가 대표적이다.”
-미국 2차 양적 완화는 6월에 예정대로 끝날까.
“작년에 1분기에는 출구전략을 얘기하다가 2분기에 더블딥(회복하던 경제가 다시 침체하는 현상) 얘기가 나오면서 다시 양적 완화를 했다. 올해 2분기에 상황이 완전히 좋으면 양적 완화를 예정대로 종료하고 3분기에 경기가 둔화되면 3차 양적 완화로 갈 수도 있다.”
-중국은 긴축 때문에 증시도 종잡을 수가 없다. 4월에 금리를 또 인상할 것이란 소문도 있는데.
“중국의 경우 인플레이션보다는 유동성 관리가 더 중요하다. 경제가 10% 성장하는 데 1~2% 물가는 힘들다. 유동성이 너무 팽창하지 않도록 주시하면서 하반기에 금리를 조금 올릴 것 같다.”
-올해 한국 경제는 물가 안정과 경제 성장 중에 어디에 더 무게가 실릴까. 금리 전망은.
“물가에 중점을 두는 분위기다. 현재 3% 금리는 정부가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정도다. 올해 상반기에 한 번, 하반기에 한두 번 정도 0.25%씩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한다. 3.5%면 될 것 같다. 이 정도면 가처분 소득 증가분으로 이자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100원이 깨졌다. 원화 강세가 계속될까.
“정부의 선택 문제다. 작년 말 미국이 양적 완화를 다시 하고 상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원화가 강세로 가게 마련이었는데, 원화 강세를 막아 놓으니까 국내 물가가 많이 올랐다. 정부가 물가를 잡아야 한다고 하면 금리보다는 환율을 이용할 것이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2분기에 1050원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1000원 이상이면 수출에 별문제 없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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