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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환율

환율 하락 급류, 정부는 물가 잡으려 관망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거침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졌던 1,100선이 일단 무너지자, 시장흐름은 아래쪽 방향으로 급류를 타는 형국이다.

전날 2년6개월여만에 1,100선을 내줬던 원ㆍ달러 환율은 1일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종가는 전날보다 5.60원 떨어진 1,091.10원. 시장에선 큰 방향이 확인된 이상, 원ㆍ달러환율은 1,050원까지도 떨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선 이번 원ㆍ달러환율의 하락 원인으로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분위기 ▦외국인들의 국내주식 순매수 ▦경상수지흑자 지속 등을 꼽고 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일본 대지진과 중동 정정 불안 등 돌발 악재로 글로벌 증시가 잠시 타격을 받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올해는 미국 등 선진국 경기 전망이 좋다"며 "이 때문에 투자자들의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화의 약세는 곧 원화의 강세(원ㆍ달러환율 하락)를 의미한다.

지속적인 달러유입도 환율하락을 부추기는 요인. 일본 대지진 충격이 진정되면서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들은 무려 13거래일째, 금액으론 3조6,000억원 넘게 국내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출 호조로 경상수지도 흑자행진이 이어지고 있어, 국내에선 달러가 넘쳐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은 어제 오늘의 새삼스런 현상은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수지(외국인투자자금)나 경상수지는 줄곧 흑자상태였고, 달러화 약세 역시 미국이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를 택한 이래 계속되어온 기조다.

때문에 시장에선 이번 1,100원선 붕괴에 대해,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요소가 외환시장에 작용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한 시장관계자는 "전에 비했을 때 확실히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면 정부의 환율방어의지가 사라졌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원화절상압력이 커질 때마다, 1,100원선 붕괴위협이 나타날 때마다 당국은 시장개입을 위해 환율하락을 저지해왔는데, 이번엔 그런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시장관계자는 "물가가 3개월 연속 4%를 넘는 상황에서, 또 달리 고물가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로선 환율하락이라도 용인함으로써 어떻게든 수입물가를 떨어뜨리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1,100원선 붕괴를 수용한 것은 '물가'방어를 위한 고육지책이며, 일단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확인된 이상 시장참여자들이 환율 하락쪽으로 좀 더 강하게 베팅할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은 단기적으로 1,080원선에서 저지선이 형성되고, 만약 이것이 무너진다면 1,050원선까지 후퇴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책임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환율 하락세는 피할 수 없다"면서 "연말까지 1,05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