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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Weekly BIZ] "日·중동 변수 걱정이지만 세계경제 흐름 바꿀 만큼은 아니다

브루스 카즈먼 JP모간 수석 이코노미스트

미국 투자은행 JP모간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브루스 카즈먼(Bruce Kasman)은 자기가 내놓은 경제 전망을 불과 한 달 사이에 두 차례나 고쳐 써야 했다. 당초 그는 올 상반기 미국 경제가 4%(연율 기준)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2월 말 그 전망치를 3.5%로 낮췄고, 일본 대지진 직후에 3%로 한 번 더 낮췄다.

투자은행이 경제 전망을 조정하는 일은 종종 있지만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경제분석가가 2주 간격으로 전망치를 수정하는 일은 드문 경우다. 그만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뜻이다.

카즈먼은 일본 대지진 직후 내놓은 '흔들리는 기초(Shaking foundation)'라는 보고서에서 "유가(油價) 급등의 충격, 식료품 가격 상승, 유로존의 긴장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리스트'는 이미 긴 상황"이라며 "여기에 일본의 지진이 충격을 더하게 됐다"고 썼다.

그래픽=김현국 기자 kal9080@chosun.com
그래픽=김현국 기자 kal9080@chosun.com

그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사태다. 그는 "지금 세계 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걱정거리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사태가 확산돼 유가가 급등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름값이 급등할 경우 겨우 살아나기 시작한 미국의 투자·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불확실성에도 카즈먼은 세계 경제가 회복하리라는 기조는 유지하고 있다. 그는 "(일본 대지진과 중동·북아프리카의 혼란이라는) 새 변수가 아직은 세계 경제의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카즈먼은 올해 상반기 세계 경제 성장률은 장기추세보다 1%포인트 높은 3.7%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도 지진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긴 했지만 기계류 주문이 빠르게 늘고 있고, 일본 정부가 지진 복구를 위해 자금을 투입하면서 올 상반기 2.2%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경제 앞으로 두세 달 지켜봐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다. 현재 미국 경제 상태를 100점 만점으로 점수 매긴다면?

"딱 떨어지는 숫자로 표현하긴 어렵다.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엇갈린 신호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 경제는 두 가지 주제가 엎치락뒤치락하며 반복될 것이다. 그 두 가지란 '느리고 고통스러운 치유과정'(slow and painful healing)과 '계속되는 성장'(continuing growth)이다."

벤 버냉키(Bernanke)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미국 경제가 민간주도의 자립적인 성장(self-sustaining recovery)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그 의견에 동의하나?

“美경제, 느리고 고통스러운 성장
FRB 2차 양적완화 연장 안할 듯
유럽 안정적인 성장 이어갈 가능성
포르투갈 위기, 유럽 전역 안번질 것”

"그렇다. 미국 경제가 소비뿐만 아니라 고용과 소득에서도 진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 있는 상태다. 예를 들어 취업률이 견조하게 계속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따라서 여전히 검증이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두세달간의 고용시장이 그 신호가 될 것이라고 본다."

―FRB가 시행한 6000억달러 규모의 2차 양적완화(중앙은행이 화폐를 찍어서 국채 매입 등을 통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는 조치)가 올 6월이면 끝난다.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FRB가 6월 2차 양적완화를 종결하고 더이상 연장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할 것으로 본다. 미국 경제가 그만큼 어려운 상태에서는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적완화가 끝나더라도 시장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부터 당장 돈을 거둬들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차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끝난다고 시장을 뒷받침하려는 FRB의 신호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금리와 통화정책 면에서 지금까지 미국이 지속해온 완화정책이 끝났을 때 과연 경제가 얼마만큼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또 어느 정도의 여파를 입을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다만 미국이 본격적으로 양적완화를 끝내는 시기는 일러야 2012년 중반은 돼야 할 것으로 본다."

그는 주택시장에 대해서도 "올해도 조정이 계속될 것"이라며 "올해 주택 가격은 조금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1월 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3% 하락하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유럽 경기는 어떻게 전망하나?

"2011년 유럽은 계속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본다. 향후 몇 달간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유럽이 2년 안에 또다시 전면적인 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경우 국채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다. 구제금융을 받을 가능성도 여전하다.

"포르투갈을 둘러싼 문제는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을 받느냐 받지 않느냐의 문제지 당장 파산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아니다. 시장에서 포르투갈의 국채금리가 오르는 것은 포르투갈이 6개월 안에 파산할 수 있다는 공포가 아니라, 포르투갈이 EFSF(유럽재정안정기금·2013년 이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유럽의 구제기금)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으려면 자산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하는데, 시장 역시 그런 재평가를 하는 것이다."

―포르투갈의 위기가 작년 봄 그리스 위기 때처럼 유럽 전역으로 번질 가능성은?

"두 가지 이유에서 현재로서는 안심하고 있다. 첫째,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을 받더라도 유럽이 조성해 놓은 구제금융 규모가 1년 전보다 훨씬 많고, 조건 역시 너그러울 것으로 본다. 둘째, 국가부채 위기가 유럽 전체로 퍼질 것이냐를 보는 척도는 포르투갈이 아니라 현재는 스페인이다. 그런데 최근 스페인 국채금리가 떨어지고 있고, 최근 경기 데이터 역시 좋아지고 있다. 그리스의 위기가 번졌던 1년 전과는 상황이 다르다."

그가 유럽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은 정치 같은 경제 외적 변수다. 그간 긴축 정책을 주도했던 포르투갈 집권당은 교체위기에 몰려 있다. 2월 선거로 정권이 교체된 아일랜드의 경우 구제금융 금리를 낮춰줄 테니 법인세를 올리라는 유럽연합 요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신흥국 금리 조기에 안 올리면 2012년쯤 위기

일본 대지진이나 유가급등 같은 단기적 불안 이외에 그가 우려스럽게 보고 있는 지표가 있다. 신흥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추이다.

최근 신흥국들이 물가상승 압력 때문에 금리를 올리긴 했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카즈먼의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경제위기를 겪었던 2008년 평균과 비교할 때 2%포인트 낮다는 것.

카즈먼이 예상하는 '나쁜 시나리오'는 이렇다. 금리 인상을 망설이던 신흥국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미국으로 '수출'하면서 가뜩이나 돈이 많이 풀려 있던 미국이 돈을 거둬들이기 위해 금리를 올린다. 신흥국들이 그제야 미국을 따라서 금리를 급격히 올리고 갑작스러운 금리 상승에 따라 '돈줄'이 막히면서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된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 망설이던 신흥국들 계속 ‘인플레 수출’ 하면
美내년쯤 금리 올리게 돼 신흥국으로 부메랑… 혼란 우려”

그는 "세계 경제의 키를 쥔 신흥국이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면 2012년 상반기 경제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 "1994년과 비슷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1994년 미국은 물가상승 우려 때문에 1년간 기준 금리를 6차례나 올렸다. 금리가 더 오를 것을 걱정한 투자자들이 채권을 대거 팔았고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며 미국 경제가 급격히 둔화됐다.

―원유나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신흥국에 물가 불안이 있지만 1~2월 계절적인 요인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물론 아시아 시장에서 식료품 가격 상승은 수요보다는 공급 측면에서 주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공급 측면의 식료품 가격 급등은 계절적인 요인 등에 의해 변할 수 있고, 아시아 각국이 과잉 대응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코어인플레이션(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물가)이 오르고 있다. 아주 중요한 문제다. 아시아 시장을 보라. 코어인플레이션이 오르고, 설비가동률은 높은 수준이다. 금융시장에는 돈이 많이 풀렸다. 하지만 아시아 각국의 금리를 보면 거의 경제위기 때 수준에 있다. 지금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는다면 2011년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그 이후에는 훨씬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대폭 올리기도 어렵다.

"아주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올해 아시아 중앙은행이 금리를 평균 0.8%포인트 올릴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같은 기간 코어인플레이션은 0.5~0.6%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본다. 이 정도 금리 인상으로는 (인플레이션 대응에서) 큰 효과가 없는 상황이다.

물론 환율이 조정자 역할을 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이 수출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위안화 절상에 소극적이고, 이는 아시아 다른 국가의 환율 변동을 제한한다.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이 올해 미국 FRB와 금리를 디커플링(분리)하지 못한다면, 결국 내년에 미국이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을 하기 시작할 때 큰 폭으로 해야 할 상황이 될 것이다. 그 둘이 합쳐지면 금리뿐만 아니라 금융 시장 전체에 아주 큰 불확실성을 낳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