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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003년 외환은행 매각 이후, 또 매각문제로 마주치게 돼…

 

2003년 외환은행 매각 이후, 또 매각문제로 마주치게 돼…
하나금융에 매각 승인 유보

론스타 회장(사진 왼쪽), 김석동 위원장.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현직 경제관료 중 검찰 수사를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이다. 지난달 7개 저축은행을 영업정지시킨 것에서 보여주듯 그는 다른 공무원들이 몸을 사릴 만한 민감한 이슈를 피해가지 않고 정면 돌파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한발 물러섰다. 원래 16일 예정이던 외환은행 매각승인을 유보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안건을 상정하지 않고,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만 심사했다. 그리고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아니다'라고 판정했다. 산업자본으로 판정받으면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금지한 '금산법'에 따라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된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6개월에 한번 하도록 돼있다.

금융위는 그러나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서는 '법리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판단을 미뤘다. 최근 대법원이 이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법으로 환송했기 때문이다. 주가조작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금융위가 판단한다면, 대주주 자격을 잃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법률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론스타의 유죄 가능성이 있는지를 검토할 계획이다. 검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외환은행 매각 일정은 사실상 중단된다.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미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이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결정을 유보한 것은 그만큼 이 문제의 폭발력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은행 매각은 단순히 경제논리나 법리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한미관계 등 국익에 미치는 영향과 론스타의 먹튀 논란 등 정치·사회적 이슈로도 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매각한 2003년 9월 당시 매각승인 실무를 담당한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으로, 이 때문에 검찰조사도 받았다. 론스타 문제라는 질긴 매듭을 만든 당사자 중 한 사람인 것이다. 그런 그가 지금은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얽힌 매듭을 풀어야 할 처지가 됐다. 윤증현, 김용덕, 전광우, 진동수 등 전임자들이 매듭을 풀지 않고 그에게 넘겨줬기 때문이다. 그의 선택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