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인사이드] 보수적 전략이 필요하다
- ▲ 조영제 뉴이코노미 그룹 대표
신주상장(IPO: Initial public offering) 시장도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아시아에 뒤지고 있던 월가의 IPO 활동이 올들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IPO 건수는 이미 작년 동기의 13건보다 85% 증가한 24건에 달해 그 금액도 19억 달러에서 81억 달러로 급증했다. 이러한 월가의 IPO 증가는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해외시장의 IPO 활동과는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1억 달러 이상 규모의 해외 IPO는 작년 19건에서 올해 9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2011년이 '신흥시장의 해'라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물론 이러한 주식시장 상승에는 미 연준을 포함한 중앙은행들의 유동성 지원도 커다란 몫을 한 것이 사실이다. '버냉키 풋'(Bernanke Put)이라 불리는 미 연준의 초완화 통화정책의 영향이 위험선호 트레이드(Risk-on trade)를 통한 주가 상승의 키였던 셈이다.
특히 제로금리의 유혹은 헤지펀드도 거절하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헤지펀드가 주가 상승에 베팅한 순차입금액은 지난 주 2007년 10월 이래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뉴욕증권거래소의 차입구좌 순잔액은 최근 460억 달러로 증가했다. 낮은 차입금리와 시장의 상대적 가치평가 측면에서 볼 때, 이와 같이 레버리지(Leverage)를 사용하여 주식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의 자본구조 아비트라지(Capital-structure arbitrage)는 오히려 당연하게 보이기도 한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투자자 차입금 수준은 투기투자자의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측정하는 잣대 역할을 하기도 한다. 과거의 경험으로 보면, 투자자 차입금은 시장 정점을 선행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마진구좌의 부채총액은 주가 폭락에 앞서 2000년 2월과 2007년 7월 각각 최고치에 달했다. 마진구좌의 미사용 신용 잔액도 2008년 8월에 사상 최고치인 3860억 달러에 달했다. 다우산업평균지수(DJIA: Dow Jones Industrial Aerage)가 12년 저점에서 85% 상승을 시작하기 7개월 전이었다.
이러한 성향은 기관투자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지난 수년간 주식매도에 나섰던 개인 투자자 역시 올해 1월 이후 주식매수에 나섰다. 그 결과로 올들어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뮤추얼 펀드와 상장지수 펀드(ETF: Exchange traded fund)에 거의 320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자금이 유입되었다. 유입된 금액은 총자산의 0.7%에 불과하지만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기에는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역사적인 랠리가 시작되기 직전인 2008년 4/4분기와 2009년 1/4분기에 개인투자자는 하락장에서 주식을 매도하고 시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높은 개인투자자들이 왜 최근 공격적인 주식매수에 나섰는지는 아직도 수수꼐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월가의 주식시장은 어느 면에서 보나 그렇게 싼 것 같이 보이지는 않는다. 우선 S&P 500 지수의 배당수익률은 2010년의 2.06%에서 최근에는 1.79%로 하락했다. 배당수익률이 지금 같이 낮은 수준이었던 시기는 1997년?2001년의 거품기간 뿐이었다.
주식시장의 장기적인 밸류에이션(Valuation)도 매우 높은 편이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여 조정한 기업이익의 10년 평균치와 비교해서 주가를 평가하는 예일대 로버트 쉴러(Robert Shiller) 교수의 경기조정 주가수익률(CAPE: Cyclically adjusted price-earnings ratio)은 현재 23.7배로 역사적 평균치 16.4배보다 44.5%나 높은 수준이다. 미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은 1966년 주식시장의 고점 수준과 거의 동일하고, 1901년의 25배에도 매우 근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보다 더 높았던 경우는 1929년과 닷컴버블 이후 10년, 두번 뿐이었다. 투자자가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 주는 대목이다.
물론 최근 증가세를 보이는 단기 기업이익을 기준으로 한 시장평가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지난 12개월 주당이익을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률은 18.58배이고, 2011년 예상 주당이익을 사용하여 계산한 주가수익률은 13.84배여서 장기적인 밸류에이션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그러나 기업의 단기적인 영업이익은 변동성이 높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채권 수익률도 주식시장 변화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현재 주식시장은 과거 12개월 주당이익을 기준으로 18.58배에 거래되고 있어 그 주당이익 수익률은 5.38%인 셈이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3.42%인 점을 감안하면 두 수익률 차이는 1.96 퍼센테이지 포인트로 지난 8월 최고치 3.70 퍼센테이지 포인트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채권 수익률의 계속되는 상승과 주당이익 수익률의 하락세를 고려할 때 수익률 차이는 수개월 안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주식-채권의 수익률 차이 감소는 2008년 중반에 경험한 주식시장 하락과 채권시장 상승 같은 중요한 시장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963년 이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5% 이하인 경우 주식과 국채 수익률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였다. 저금리 여건 하에서의 수익률 상승은 경제성장이나 기업이익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5%를 초과하면 주식과 채권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들어서는 5% 대신 4% 수익률이 변화의 중심점으로 자리를 잡았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3.424%임을 감안할 때, 국채 수익률의 최근 움직임이 투자자의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사실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 예방을 위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투자자 우려를 배경으로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작년 4월 5일 장중에 4% 이상까지 상승했다. 그 후 2개월 동안 S&P 500 지수는 12% 급락했다. 경제 여건 악화와 주식시장의 '초단기 폭락'(Flash crash)이 투자자의 신뢰 상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미 주식과 채권 수익률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식과 채권 수익률의 1년 상관관계가 작년 9월의 0.60에서 올해 2월 초에는 0.43까지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2010년 초 이래 가장 약한 상관관계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채권 수익률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보다는 여전히 경제 성장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수익률 상승 추세는 투자자에게 보수적인 전략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의 수익률 상승이 수용 가능하느냐는 것이다. 채권 수익률 상승은 궁극적으로는 주가 상승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동과 북 아프리카의 불안한 정정, 유가 급등과 관계 없이 주식시장은 5%-10% 규모의 조정을 경험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가 상승과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가 금융위기의 기억을 반추할 수 있는 기회를 투자자에게 마련했는지도 모른다. 작년 8월 말 이후 S&P 500 지수가 26%나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보수적인 전략의 필요성은 충분히 설득력을 얻은 것 같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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