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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증시 현황

"신흥국 자금유출 6~9개월 더 지속될 것"

제프 루이스 "신흥국 자금유출 6~9개월 더 지속될 것"

  • 입력 : 2011.02.21 17:40
 
제프 루이스 JP모간자산운용 투자서비스부문 대표/JP모간자산운용 제공
“앞으로 6~9개월간 신흥국 투자자들의 자금 이동은 계속될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신흥국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입니다.”

제프 루이스(Geoff Lewis) JP모간자산운용 투자서비스부문 대표는 최근 신흥국 시장으로부터의 자금 유출을 “어느 한 곳에 묶이지 않은(footloose) 투기성 자금의 이동”으로 표현했다. 루이스 대표는 지난 70년부터 금융계에 진출, 타 은행에서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고, 지난 99년부터 JP모간자산운용에 몸담아 글로벌 투자분석을 총괄해왔다. 글로벌 투자분석 경험만 41년째다.

지난 15일 홍콩 현지법인에서 만난 루이스 대표는 “신흥국은 단기적으로 식료품 가격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위험, 선진국은 몇 년내 국가부채 문제에 직면할 위험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 최근 신흥국 증시에서 자금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면서 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다. 자금 이동의 배경이 무엇인가.

“우선 인플레이션 위험 때문이다. 신흥국 증시가 인플레 우려 때문에 최근 약 10%가량 주가가 내렸고 선진국 증시는 이에 반해 5% 이상 상승했다. 이 15~16%의 차이가 투자자들에게 투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신흥국 채권시장과 국채시장에서도 자금이 빠져 나와 안정적인 수익을 찾아 선진국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3~4주 동안 자금 유출에 속도가 붙었다. 이러한 자금 유출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아시아 지역의 인플레 위험이 존재하는 동안 투자자들의 자금 이동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

또 선진국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자금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신흥국에서 빠져나온 돈은 대부분 어느 한 곳에 묶이지 않은(footloose) 투기성 자금의 이동이라고 볼 수 있다. 돈의 성격을 명확히 구분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그렇다. 지난해 투기성 자금은 선진국 시장에서 전혀 수익을 낼 수 없게 되자 회복력이 강한 신흥국의 높은 수익을 좇아 (신흥국에) 들어왔다. 그리고 올 초 선진국 경기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자 선진국으로 재진입하는 것이다.”

- 언제까지 이 자금 유출이 계속될 것으로 보나.

“지금 (신흥국에서) 유출되는 자금들은 대부분 인플레 위험 때문에 나오는 것인데 앞으로 6~9개월 동안은 인플레 위험이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시아 지역 인플레는 높은 식료품 때문에 더 확산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도 밀값이 치솟으면서 밀을 수입할 지경에 처했고 이것이 식료품 가격을 올리면서 물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물가는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았다. 최고점을 찍고 나면 물가가 완화되기 시작할 것이다.

투자자들은 미국·유럽 등 선진국보다 아시아 신흥국의 중앙은행이 인플레 방어에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신흥국은 물가 지표에서 식료품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물가 지표의 변동성이 높다. 신흥국에서 식료품 가격이 오르면 사회 문제와 직결되고,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인플레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것을 투자자들이 알고 자금을 빼는 것이다. ”

- ‘핫머니’가 다시 신흥국에 진입할까.

“신흥국 시장이 다시 (선진국을) 능가(outperform)하게 되면 핫머니가 들어올 수 있다. 또 미국 경기 전망이 다시 어두워지면 그렇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 경기는 지난해 10월부터 의미 있는 악재가 없었고 앞으로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더 많은 자금이 신흥국에서 빠져나올 것으로 추측한다.”

- 그럼 지금이 신흥국에서 돈을 뺄 때인가.

“당신이 신흥국 비중을 높게 가져갔다면 그 비중을 약간 줄이는 것을 고려해도 된다. 대신 미국이 6~9개월 동안 좋을 테니 그곳에 더 투자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투자자들이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신흥국에서 빼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보다는 시기적으로 봤을 때, 현재 자금을 재편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투자관점에서 JP모간자산운용은 신흥국 증시에 여전히 ‘투자비중 확대’를 두고 있다. 지난해 신흥국 증시 상승률과 선진국 간의 격차가 컸지만, 올해는 그 차이가 어느 정도 축소될 뿐이다. 예를 들어 최근 1~2년간 중국 증시가 많이 하락한 편이다. 저가 매수를 하려는 장기 투자자들은 앞으로 몇 개월에 걸쳐서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전략도 고려할 만 하다. JP모간자산운용은 장기적으로 중국 증시에 비중확대를 취하고 있다.”

- 선진국 경기가 좋아지면 결국 신흥국 경기에도 좋게 작용할 텐데.

“올해 미국·유럽은 특히 장밋빛 경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소매판매, 내구재, ISM 제조업 지수, 소비자신뢰 등 지표가 모두 좋았다. 작년에 실시한 경기 부양책과 통화확장 정책이 경기를 지탱하면서 실적 대비 주식시장 가치(밸류에이션)도 좋게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선진국 경기가 좋아지면 신흥국 수요를 이끌 것이다. 투자자들이 현재 신흥국에서 자금이 많이 빠져나간다고 우려하는 것은 단기적일 뿐이다.”

- 미국 경기는 올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는 것인가.

“말했듯이 미국 경기는 지난 10월부터 의미 있는 악재가 없었고 개인적으로 앞으로 6개월간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생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2012~2013년) 미국은 적자·부채 위험에 직면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아직 시장이 놀란 상태가 아니지만, 의회가 제대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으면 문제가 곪을 수 있다.”

- 지금 눈여겨보는 신흥국은 어디인가.

“브라질, 터키, 인도네시아, 한국 등에 ‘투자비중 확대’를 주고 있다. 신흥국은 주로 내수 경기가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한국이나 홍콩은 신흥국이라기보다 선진국으로 생각한다. 한국은 이미 1996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지 않았나. 신흥국 포트폴리오 중에서도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 대만은 어떻게 보나.

“대만은 IT업종을 제외한 내수 경기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있다. 미국의 IT산업이 발달하는 이상 대만의 IT산업도 지지를 받겠지만, 그 외 산업들은 좋지 못하다.”

-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짐 오닐이 만든 ‘브릭스’나 ‘넥스트11’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브라질을 좋게 보고 있다. 브라질은 중국이 원하는 원자재인 철광석을 만드는 나라고, 중앙은행도 매우 책임있는 정책을 펴고 있다. 최근 정권 교체도 안정적으로 이뤄졌고 신임 대통령도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남미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라고 볼 수 있겠다. 러시아의 경우에는 최근 정치적 불안으로 부진했지만 유가 상승과 함께 기대하는 바가 크다. ‘넥스트11’개념이 ‘브릭스’처럼 뜨지는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