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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숫자와 통계

“60대, 은행빚 없이 29억 있다면...대한민국 1% 부자입니다”

 

 

“백화점 무료 발레파킹 되는 블랙등급은 상위 1%인가요?” “명품 매장에 대기 없이 들어가면 상위 0.1%인가요?”

재테크에 관심을 갖게 되면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해서 찾아보게 되는 부자들의 자산 랭킹. 과연 지난해 대한민국 상위 1% 부자들의 재산 등급컷은 얼마였을까?

 

7일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데이터를 토대로 펴낸 ‘2022 대한민국 상위 1%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상위 1% 가구의 순자산 커트라인은 29억2010만원이었다. 2020년(26억1000만원)과 비교하면 커트라인이 12% 높아졌다.

 

은행·증권사는 물론, 항공사, 백화점 등 모든 곳에서 VVIP라고 말할 수 있는 상위 0.1% 가구의 순자산 커트라인은 77억원이었다(상위 0.1% 커트라인이 어떻게 100억도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는데, 총자산이 아니라 순자산 기준이다. 순자산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을 말한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코로나 이후 유동성 공급 증가로 상위 1% 가구의 순자산 커트라인은 1년새 12% 가량 불어났다”면서 “순자산 중 집의 가치는 공시가격보다는 시가로 답한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순자산 상위 1%를 찍은 부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우선 나이로 보면 60대가 34.6%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50대(25.3%), 70대(21.4%) 순이었다. 3040세대의 비중은 높지 않았다. 29억이라는 1%컷이 생각보다 높지 않아 보여도 아무 것도 없이 시작해서 그 정도 자산을 모으려면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김진웅 소장은 “상위 1% 가구는 50대 이상이 전체의 88.5%를 차지하는데, 자산관리형 부자의 경우엔 최소 50대 이상의 나이가 필요 조건이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또 10가구 중 9가구는 대부분 자기 아파트에 살고 있고, 50평대 아파트가 많았다.

 

상위 1% 가구의 총 자산은 51억원 ,평균 부채는 4억7000만원으로 부채 비율은 9.2%를 기록했다. 전체 가구의 평균 부채비율(17.5%)과 비교하면 재정 건전성이 매우 양호한 편이었다.

 

또 상위 1% 가구는 10가구 중 8가구꼴로 부채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자산 대비 부채 금액이 크지 않았다. 부채가 있다고 해도 담보대출 비중이 93%로 대부분이었고, 마이너스통장 같은 신용대출(6.7%)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다만 자산 구조에 나타나는 대한민국 특유의 ‘부동산 쏠림’ 현상은 상위 1% 가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상위 1% 가구는 금융자산 17.8%, 실물자산 82.2%를 보유하고 있어 부동산 중심의 자산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의 경우 거주 주택 비중이 30.6%이고, 거주 이외 부동산이 48.1%를 차지해 일반 가구(거주주택이 상당 부분 차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상위 1% 가구의 가계부는 어떨까. 이들은 1년에 연 2억1571만원의 충분한 소득을 올리고 있었다. 월급이나 사업으로 얻는 소득이 연 1억3136만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61%)을 차지했다. 참고로 은퇴한 상위 1% 가구는 현역 무대에서 떠났음에도 연평균 1억2932만원 가량 소득이 있었다. 이자·배당 같은 재산 소득이 많았다.

 

상위 1% 가구의 생활비는 월 평균 479만원 정도였다. 주요 소비 항목을 보면, 식비가 14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교육비(67만원), 주거비(56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교육비는 자녀 양육이 한창인 30~50대만 대상으로 하면 월 161만원으로, 해당 연령대의 식비(월 162만원)과 맞먹을 정도로 높은 지출 항목이었다.

 

상위 1% 가구는 월 평균 750만원 정도의 잉여 자금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에 9000만원 정도로 이는 전체 평균 대비 4배가 넘는다. 소득에서 생활비와 세금 등을 다 제하고 나서도 이 정도의 투자 여력이 생기는 것이다. 당연히 이 돈은 금융투자나 부동산 같은 각종 재테크에 쓰이게 된다.

 

한편, 상위 1% 가구도 세금이나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같은 비소비지출은 골칫거리였다. 경상소득 중에서 차지하는 비소비지출은 6604만원으로, 일반적인 생활비 지출(5746만원)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비소비지출 중에서는 세금이 연 3940만원을 차지해 가장 비중이 높았다. 전체 평균(연 368만원)과 비교하면 10.8배였다. 금융회사들이 VIP고객을 붙잡기 위해 세무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세무컨설팅팀을 확대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상위 1%의 노후 준비는 여유롭고 풍요로웠다. 이들은 대략 71세쯤에 은퇴하고, 노후 생활비는 약 522만원 가량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전체 가구의 적정 노후 생활비(305만원)의 1.7배 수준이다.

 

김진웅 소장은 “상위 1% 가구의 소득이 일반 가구와 3배 차이가 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후 예상 생활비는 상대적으로 검소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노후 준비 상황에 대해서도 상위 1% 가구는 53.8%가 ‘잘 되어 있다’로 답했고, ‘보통 이상 준비돼 있다’고 답한 사람까지 합하면 전체의 96.2%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