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용/숫자와 통계

"은퇴해도 연 1억3000만원 번다"…상위 1% 가계부는 다르네

  • 입력 : 2022.04.10 10:01:01 
 

'풍요, VIP, 여유, 기업가, 빌딩, 플래티넘 카드, 퍼스트 클래스….'

이 단어들을 보고 연상되는 게 뭘까. 바로 '부자'다. 한 연구기관에서 부자하면 연상되는 단어들을 나열하라고 했을 때 위 단어들이 가장 많이 나왔다고 한다. 한국인의 마음속에 있는 부자는 무엇보다 돈을 많이 벌었고 계속 더 벌려는 사람, 또 돈을 많이 쓰는 사람을 의미했다.

재테크에 관심을 갖게 되면 누구나 궁금해 하는 게 부자들의 자산과 돈을 버는 방법들일 것이다.

최근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데이터를 토대로 펴낸 '2022 대한민국 상위 1%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상위 1% 가구의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 커트라인은 29억2010만원이었다. 이는 전년대비 11.9% 높아진 수준이다. 순자산 상위 1% 가구주의 평균 연령은 63.5세로, 연령대 분포는 60대가 34.6%로 비중이 컸다. 이어 50대 25.3%, 70대 21.4%, 40대 9.9% 순이었다.

금융회사 뿐 아니라 백화점, 골프 회원권, 항공사 등 모든 곳에서 통용되는 상위 0.1% 가구의 순자산 커트라인은 77억원이었다. 순자산 상위 0.1%와 0.5% 기준선은 각각 76억8000만원, 38억7800만원으로 나타났다. 또 13억3510만원은 상위 5%, 9억731만원은 상위 10%에 들었다.

순자산 상위 1%가 50대 이상이 약 90%를 차지하는 결과로 볼 때 프라이빗뱅커(PB) 자산관리 대상이 되는 부자는 최소 50대 이상의 나이가 필요 조건이라고 연구소는 해석했다.

또 순자산 상위 1% 가구의 72%가 수도권에 거주해 수도권 쏠림현상이 심했다. 가구원 수는 평균 2.8명으로 2인 가구(42.9%)가 가장 많았다.

상위 1% 가구의 평균 총자산은 51억원으로 평균 순자산이 46억원, 평균 부채는 4억 7000만원이었다. 부채 비율은 9.2%로 전체 가구 평균(17.5%)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다만 자산 구조에 나타나는 대한민국 특유의 '부동산 쏠림' 현상은 상위 1% 가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산구성 현황은 금융자산 17.8%, 실물자산 82.2%로 대부분 자산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었다. 이들의 거주 주택을 보면 10가구 중 9가구(88.5%)가 자가며, 해당 주택 가격은 평균 15억6000만원이었다.

부동산의 경우 거주 주택 비중이 30.6%이고, 거주 이외 부동산이 48.1%를 차지해 일반 가구(거주주택이 상당 부분 차지)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였다. 거주 주택의 전용면적은 약 40평에 해당하는 132.2㎡ 이상(57.1%), 주택 종류는 아파트(77.5%)가 가장 많았다.

그럼, 상위 1% 가구의 가계부는 어떨까.

그들의 연평균 소득은 평균 2억1571만원이었다. 이 중 월급이나 사업으로 얻는 인적 소득이 연 1억3136만원으로 60.9%로 가장 많았다. 참고로 은퇴한 상위 1% 가구는 현역 무대에서 떠났음에도 연평균 1억2932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었다. 금융자산에 따른 이자와 배당 같은 소득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처분가능소득 1억4966만원 중에서는 5746만원(38.4%)을 소비 지출하고, 9220만원(61.6%)의 저축 여력이 있었는데 이는 전체 평균 대비 4배를 웃돈다. 소득에서 생활비와 세금 등을 다 제하고 나서도 이 정도의 투자 여력이 생기는 것으로, 이 돈의 상당 부분이 주식 투자나 부동산 같은 각종 재테크에 활용된다.

월평균 소비 금액은 479만원이며 지출은 식비(140만원), 교육비(67만원), 주거비(56만원) 순이었다. 다만 교육비는 자녀 양육이 한창인 30~50대만 대상으로 하면 월 161만원으로, 해당 연령대의 식비(월 162만원)와 맞먹을 정도로 높은 지출 항목이었다. 상위 1%의 자산가들은 대략 71세쯤에 은퇴하고, 노후 생활비는 약 522만원 가량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전체 가구의 적정 노후 생활비(305만원)의 1.7배 수준이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상위 1%의 순자산 중 집의 가치는 공시가격 보다는 시가로 답한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하며 "상위 1% 가구의 소득이 일반 가구와 3배 차이가 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후 예상 생활비는 상대적으로 검소한 편"이라고 말했다.

상위 1% 자산가들이 가장 골칫거리로 생각하는 것은 세금이나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같은 비소비지출이었다. 경상소득 중에서 차지하는 비소비지출은 6604만원으로, 일반적인 생활비 지출(5746만원) 보다도 많았다. 비소비지출 중에서는 세금이 연 394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를 전체 평균(연 368만원)과 비교하면 10.8배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