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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나라 한 해 예산의 절반, 118조 빚더미… LH 왜 이렇게 됐나

DJ·盧정부 사업(임대주택 100만가구·세종시·혁신도시…) 떠맡아 빚 눈덩이 토공·주공의 주도권 경쟁도 원인

  • 입력 : 2010.10.20 02:56

나라 한 해 예산의 절반, 118조 빚더미… LH 왜 이렇게 됐나
부채 해결하려면… 전국의 택지·신도시 사업 내달쯤 구조조정안 발표
정부 재정 투입 불가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 규모는 118조원(올 6월 기준). 대한민국 한 해 예산(217조원)의 절반이 넘는다. 하루 이자만 100억원쯤 된다. 올해 국정감사에선 이 천문학적인 부채의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느냐를 두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여당은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 저질러 놓은 사업으로 LH의 창고가 거덜났다"고 주장한다. 반면 야당은 "현 정부가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무리한 통합을 추진해 부실 덩어리로 전락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LH 부채에 대한 해결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여·야가 모두 마땅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LH, 지난 정부 정책사업 떠맡아 빚덩이로 전락

도시 개발정책이나 부동산정책을 조금이라도 아는 전문가라면 LH 부채가 지난 정부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데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통합 당시(2009년 10월) LH 부채(108조원)의 구조를 꼼꼼히 뜯어 보면 빚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19일 열린 국감에서 국회의원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 원인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사진은 LH 부채의 일부인 대구혁신도시 전경. /이재우 기자 jw-lee@chosun.com
전체 부채 중 회계상 부채(임대주택의 보증금·공사선수금 등)를 제외하고 실제 이자를 내야 하는 금융 부채는 71조원. 이 중 임대주택사업에서 발생한 빚이 38%(29조원가량)를 차지한다. 저소득층에 국가가 집을 지어 싼값에 준다는 좋은 정책이지만 LH 입장에선 집을 지을 때마다 엄청난 빚이 쌓인다. 임대주택 한 채를 짓는 데에는 평균 1억3000만원이 든다. 입주자 부담(2000만원), 정부 재정 지원(18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9200만원은 고스란히 LH의 빚으로 남는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 '임대주택 20만 가구' 건설사업이 시작돼 노무현 정부는 5배나 많은 '임대주택 100만 가구' 건설정책을 발표했다.

다음으로 빚이 늘어난 대표적인 사업은 정부 정책사업이다. 사업성이 떨어져 토지보상비조차 회수하기 힘든 세종시·혁신도시사업으로 발생한 빚이 10.7%(7조원). 지난 정부 때 주택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발표한 신도시 계획으로 생겨난 부채가 19.5%(14조7000억원), 전국 각지의 택지 개발사업으로 생긴 빚이 17.3%(13조원)가량 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지난 정부에서 사업성 없는 각종 정책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 LH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주공·토공 통합 전 경쟁적인 사업 확장 벌여

그럼에도 야당에서 LH 부채는 현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기별로만 보자면 현 정부에 들어와서 부채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LH로 통합(2009년 10월) 이전 주공·토공의 부채 합계는 2003년까지만 하더라도 20조원대를 유지하다 불과 7년 사이에 118조원으로 불어났다.

야당의 주장은 지난 노무현 정부 5년간(2003~2007년)에 늘어난 빚이 47조원이고, 이명박 정부 2년 반(2008년~2010년 6월) 사이에 57조원이 늘었으니 현 정부의 책임이라는 것. 실제 지난해 토공과 주공은 통합 과정에서 덩치를 키워 주도권을 잡기 위해 파주신도시·양주신도시 등 경쟁적으로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 땅을 사겠다는 건설사가 나타나지 않아 좌초 위기에 놓였다. 최규성(민주당) 의원은 이를 근거로 "LH의 부채는 주공·토공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급증했고 참여정부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신도시 사업조차도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신도시개발사업 중 하나라는 점에선 지난 정부가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LH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사업성 없는 신도시사업을 재검토했어야 하는데, 통합 주도권을 쥐기 위해 양사가 경쟁적으로 사업을 키운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부채 해결하려면 정부 재정 투입 불가피

LH는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11월쯤 전국 각지에 벌여놓은 택지·신도시사업에 대해 전면적인 사업 구조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구 지정만 하고 보상을 하지 않은 지구에 대해 사업을 연기·중단하는 것이 골자다. 이 내용이 발표되면 전국 각지에서 격렬한 대규모 항의 시위·집회가 벌어질 것이 뻔하다.

전문가들은 LH 부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재정으로 지원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치인들은 LH가 땅 팔아 수익을 남기면 '땅장사'한다고 비난을 하고, 손해를 보고 정부 사업을 하면 '빚이 는다'고 고함을 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정부가 재정으로 보전해야 할 사업과 LH가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사업을 구분해 재정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