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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환율

환율 1100원대 붕괴 눈앞…득실은

설 연휴 이후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1,100원대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증시 호조와 탄탄한 국내 경제 회복세 등을 감안할때 환율이 1,000원대로 내려서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원화 가치 상승)은 물가안정에 도움을 되지만,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을 악화시켜 한국 경제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원화 강세 배경은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장중 1,102.50원까지 저점을 낮췄다. 이는 지난해 연저점인 1,102.60원(4월26일)보다 낮고 세계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2008년 9월12일(장중 저점 1,097.0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화가치가 급등한 것은 세계적으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재정 문제와 중국의 긴축 우려, 일본 국가신용등급(장기채 신용등급) 하향 조정, 이집트 반정부 시위 등 잇단 악재에도 글로벌 증시는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선물 정미영 팀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과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외 증시 호조와 무역수지 흑자 등 원화 강세 요인이 많았지만,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위험)가 커지면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다가 최근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원화가치가 급등한 측면도 있다.

지난해 원화 절상률은 2.6%로, 일본 엔화 13.4%, 대만 달러화 9.7%, 싱가포르 달러화 9.3%, 중국 위안화 3.4%, 태국 바트화 11.1%, 호주 달러화 14.0% 등 다른 주요 국가들보다 낮았다.

올해들어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외환당국도 시장 개입 강도를 높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점도 환율 하락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미국 재무부가 `세계 경제 및 환율 정책보고서`에서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강도높게 지적하면서 외환당국의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는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책임연구원은 "당국의 시장개입에 대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외국계 투자자들이 원화 강세에 베팅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1,000원대는 시간문제"..한국경제 득실은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상반기 중 1,000원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1,000원대로 하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당국도 물가불안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용인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유럽의 재정위기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데다 최근 외국인의 원화 자산 매입 속도가 주춤해지고 있어 하락 폭은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외국인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달 연속 국내 채권시장에서 투자자금을 빼갔으며 새해들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순매수세도 둔화하고 있다.

원화 강세는 수입물가를 낮춰 물가를 안정시키고 원재료 수입이 많은 업체의 채산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급등해 물가 안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얼마전 중소기업중앙회가 수출하는 중소기업 10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88.4%가 최근 환율 하락이 수출 채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또 중소기업들이 최소한의 채산성 유지를 위해 적정하다고 여기는 환율 수준은 달러당 1천165.3원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본 엔화가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어 일본과 경쟁하는 전기, 전자, 자동차 등 업종의 가격 경쟁력은 여전히 한국이 비교 우위에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