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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환율

"환율 1000원시대 곧 온다"

최근 원화 강세로 원ㆍ달러 환율이 10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자 자동차, 섬유, 유화 등 주요 수출 업종에 비상이 걸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 유가 등 원자재값도 치솟으면서 해운, 철강, LPG 업계는 올해 사업계획을 긴급하게 수정하고 있다.

9일 매일경제신문이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요 계열사들은 대부분 원화 강세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대비책을 급하게 마련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올해 1050~1100원 수준 환율과 배럴당 80~90달러 정도 유가를 기준으로 경영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특히 철강 에너지 조선 해운 등 국내 생산비중이 높거나 제품 수출과 원자재 수입이 많은 업종에서는 비상경영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사업계획 환율을 1100원으로 설정한 현대차그룹은 환율 그래프가 기준점을 위협하면서 연초부터 바짝 긴장하고 있다. 수출량이 많아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현대ㆍ기아차 매출은 약 2000억원(현대차 1200억원ㆍ기아차 800억원)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자업계도 환율에서 자유롭지 않다. 삼성전자는 올해 달러당 1080원을 기준으로 사업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원화 강세나 유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경영효율화 등을 통해 환율이나 원자재값 등 대외여건 영향을 덜 받는 체질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은 이날 서초동 삼성 본관에서 수요사장단협의회를 열어 환율과 유가 동향을 점검했다.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이 자리에서 "환율은 올해 10% 안팎 절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증권은 올 연말 환율이 최악의 경우 1000원까지도 내려갈 것으로 봤다.

수출 비중이 높은 섬유나 석유화학 업계도 울상이다. 섬유업계는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업체당 평균 연간 매출이 200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한다. LG화학은 매출의 50% 이상을 수출을 통해 올리고 있어 걱정이 많다.

국제 원자재값 상승으로 기업들 고통도 늘고 있다. 국제 LPG 가격이 급등하면서 올 들어 1~2월분을 기준으로 SK가스와 E1은 각각 600억원씩 적자를 우려한다.

한진해운을 비롯한 해운업계는 원료로 쓰는 유가가 원가의 20%를 차지하고 있어 울상이다.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해운업계는 그야말로 비상이다. 원료유 가격이 원가 중 20%를 차지하는 데다 최근 비수기로 운임이 떨어져 수익성에 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등 대기업들은 시장 상화에 맞춰 분기별 투자 전략을 손질하는 `시나리오 경영`에 돌입했다. 글로벌 시장 변화를 반영하는 시스템을 가동한 셈이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사들은 비행 시간이 다소 늘어나더라도 연료 소모량을 줄일 수 있는 `경제속도`와 `경제고도`를 선택하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경영전략을 발표하면서 환율, 금리 등 외부 변수 영향을 고려해 지난해에 비해 투자 규모를 축소한 대신 원가절감 목표는 높였다.

포스코 관계자는 "전체 원가에서 60%가량을 차지하는 철광석 유연탄 등 원자재값 상승으로 `리스크 경영`이 절실하다"며 "지난해 활발했던 인수ㆍ합병(M&A)도 올해는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환율 변동에서 자유로운 해외공장 생산을 확대해 환율 리스크에 대비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강세를 보여온 엔화마저 약세로 돌아선다면 한국 수출 기업들은 더 큰 고통에 시달릴 것으로 염려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엔화 약세에 대비해 원가절감 노력과 함께 제품 고부가가치화, 사업구조 고도화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환율 리스크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