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 회복돼도 자본유출 많지 않을 것"
-“미국경제 회복, 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
-“금통위원 장기공석, 시장의 불신 초래”
-“한은 총재, 정부 눈치 보지 말고 물가안정에 전력 기울여야”
전직(前職) 금융통화위원들은 현재 금통위원 한 자리가 공석(空席)으로 비워져 있는 것에 대해 하나 같이 ‘정부의 직무유기’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또한 한국은행의 중요한 자질로는 독립성 유지를 꼽았다.
최근 미국 경제 회복 조짐이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난 데 대해선 자금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미국 정부가 통화확장정책을 벗어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11일 2월 금통위를 앞두고 조선비즈가 실시한 설문에 참가한 전직 금통위원들은 총 7명으로 응답 내용은 실제 금통위 의사록과 마찬가지로 익명으로 공개한다. 설문에 응한 전 금통위원은 다음과 같다.(괄호 안은 금통위원 재직기간으로 순서는 재임 우선 순임) 김명호 전 한국은행 총재(1993년 3월~1995년 8월), 곽상경 고려대 명예교수(1998년 4월~1999년 6월), 김영섭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1998년 4월~2000년 4월), 문학모 전 위원(1998년 4월~2000년 4월), 남궁훈 전 위원(2000년 4월~2004년 4월), 이덕훈 서강대 교수(2004년 4월~2008년 4월), 심훈 전 위원(2006년 4월~2010년 4월).
◆ “美 당분간 확장정책 이어갈 것”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미국경제 조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따라 신흥국 금융시장으로 유입됐던 투기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기초체력이 좋아 급격한 자본 이탈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A씨: 미국의 정책 기조와 경기 회복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 다만 자금이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역류하는 현상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것이 급격히 일방적으로 나타난다고 보진 않는다. 우리나라 외환시장에서 환율도 어느 정도 소폭의 원화 강세가 예상된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뚫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정도에서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정부도 노력할 것이다. 주식시장의 경우 자금 유출이 예상되지만 국내에 대한 투자자들의 전망이 밝고 대체 투자처가 없어 자금이 역류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B씨: 미국은 기축통화로 쓰이는 달러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항상 인플레이션 억제에 최우선 정책을 쓰고 있다. 그런 점에서 경제가 활기를 띠게 되는 시기에 접어들면 바로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으로 돌아설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세계금융의 변화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C씨: 미국은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존의 양적 완화정책을 유지한다는 발표문을 냈다. 이는 미국 경기가 지속적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고용과 주택시장 부진이 이어지고, 근원물가상승률이 하향세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게 유지되고 있어 확장적 정책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고 본다.
-D씨: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될 경우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면서 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신흥시장국으로 유입되던 투자자금 흐름이 바뀌면 일시적인 주가하락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또한 기본적으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의 하락요인이 되겠지만 일시적으로 자금 흐름이 바뀌면서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E씨: 미국 경제 회복으로 불확실성이 완화해 투자 선호가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이동하고, 세계적으로 풍부한 자금이 우리나라 등 아시아에서 건실하게 경제 회복을 하는 국가로 이동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주식 시장에 자금 공급이 확대되고 외환 시장에서는 원화 강세 압력이 커지고 있다. 다만 미국의 양적 완화 조치 전환은 고용시장이 크게 호전되지 않는 한 내년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F씨: 미국 경기 호전은 대미(對美) 수출 증가로 국내 주가를 받쳐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작년 우리 기업이 올린 수익성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외환시장에선 여타 조건이 동일하다면 경상수지 흑자 지속으로 원화가치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다.
-G씨: 미국 경제성장률이 2.8%로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실업률이 여전히 높고, 인플레이션율도 1.5%로 낮다. 미국은 실업률이 9%대에서 6%대로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질 때 본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 그렇게 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무역적자와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선 보다 빠른 시기에 강력한 긴축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본격적인 채택은 어려울 것이다.
◆ “금통위원 장기 공석은 정부의 직무유기”
한은법에는 금통위원을 7명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통위원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통화신용정책을 중립적으로 수립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공석 상태인 금통위원 한 자리를 10개월째 비워두고 있다. 전직 금통위원들은 “금통위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정부가 조장하고 있다”며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A씨: 한은법에 명시된 금통위원을 명확한 사유 없이 공석으로 두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된다. 정부가 공석인 금통위원을 임명하지 않은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고, 추측해서 말하기는 곤란하다.
-B씨: 1명이 적다고 해서 내용적으로 눈에 띄지 않으니 대단치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경제 자체가 국제화하는 만큼 금융정책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커져야 한다. 하루 빨리 임명해서 금융정책에 대통령과 정부도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서글픈 일이다.
-C씨: 정부가 금통위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의지를 본보기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과 비교할 때 정부는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D씨: 우리나라 통화신용정책 의사결정시스템에 대한 대외 불신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조속히 채워져야 한다.
-E씨: 금통위원의 장기 공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F씨: 10개월째 금통위원 공석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어떤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한은법 정신에 대한 모욕이다. 그 이유야 어떻든 국민 권익을 해치는 일이고, 국제 사회에 대해서도 부끄러운 일이다.
-G씨: 이해할 수 없다. 규율과 규칙을 파격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발상은 중앙은행의 권위를 손상해 통화신용정책의 유효성이 약화할 수 있으며, 한국 금융 발전을 후퇴시킬 것이다.
◆ “한은 총재, 물가안정 역할 충실해야”
최근 한은에서는 외부 출신(KDI 원장, 청와대 경제수석 등 역임)인 김중수 총재 부임 이후 한은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한은 노조에서는 “현 총재가 정부에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어, 시장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 총재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인지, 전직 금통위원들에게 물었다.
-A씨: 중앙은행 총재는 우선 경제와 금융에 정통한 전문가여야 하고, 인기 없는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통화신용정책 전문가라고 믿는 인사들이 너무 많은데, 중앙은행 총재는 경제, 특히 금융에 정통해서 소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하고 부질없는 압력을 소화하고 경제전문가들과 소통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중립성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B씨: 한은 총재는 모름지기 한은법 정신에 투철해야 한다. 또한 총재라는 직책이 국민경제의 안정과 성장이라는 큰 목표 아래 물가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달성해 국민을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보호하는 책임을 지고 있는 직책이라는 사명감을 늘 깨닫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 정확한 정책 판단을 토대로 국민을 이해시키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소신을 갖춘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C씨: 한은 총재의 자질은 한은법 1조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물가안정을 위해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자질 중에 ‘고결한 인품과 탁월한 경험’이라는 대목이 포함돼 있었는데 1997년 말 삭제됐다. 그렇더라도 이런 정신을 잊어버려선 안 된다. 모든 상황에 독립성을 갖고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총재가 돼야 한다. 한은도 물가가 이상한 동향을 보인다면 과감하게 정책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기준금리를 올리든지 유동성을 회수하든지, 그게 아니면 말로써라도 사전(事前)적 경고를 내보내야 한다.
-D씨: 한은 총재는 무조건 국민 경제를 위해 어떠한 개인적인 부담과 고난 및 비난, 압력에 개의치 않고 냉정하게 처신해야 한다. 중앙은행 총재로서 소신에 흔들림이 있어선 안 된다. 또한 화폐공급을 실행하는 한은이 물가안정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공식이다. 현재 물가는 국제 원자재와 수급구조에 연계돼 있기 때문에 한은이 할 수 있는 정책과 수단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물가상승에 대한 국민의 원성을 고려해야 하는 정부가 지금의 물가상승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씨: 한은 집행부, 금통위, 한은 총재는 일방적 소통구조에서 벗어나 일심동체가 돼야 한다. 중앙은행 역할 강화를 위해선 경제정책 활동의 외연 범위를 넓히고 금융시장 안정에 보다 적극적, 선제적으로 참여해야 ‘정부 시책에 따라가기만 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
-F씨: 한은 총재는 ‘물가 안정’이라는 한은 본연의 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물가 안정을 책임지는 기관으로서 한은의 역할과 지위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가 안정은 중기적 시계(time horizon)에서 거시경제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요 압력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조절을 통해 달성할 수 있고 이는 중앙은행이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다. 물가 안정 기관으로서 한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선 통화정책의 신뢰성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G씨: 그간 민간 금융회사와 학계, 정부 출연 연구기관 종사자들의 전문성이 크게 향상됐다. 이처럼 환경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한은은 김중수 총재가 취하고 있는 자체 역량과 경쟁력 강화 조치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은행 감독기관으로서 한은의 역할과 지위가 없어졌다고는 할 수 있지만 물가 안정 기관으로서 한은의 역할과 지위가 약화됐다고 보긴 어렵다.
-“금통위원 장기공석, 시장의 불신 초래”
-“한은 총재, 정부 눈치 보지 말고 물가안정에 전력 기울여야”
전직(前職) 금융통화위원들은 현재 금통위원 한 자리가 공석(空席)으로 비워져 있는 것에 대해 하나 같이 ‘정부의 직무유기’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또한 한국은행의 중요한 자질로는 독립성 유지를 꼽았다.
최근 미국 경제 회복 조짐이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난 데 대해선 자금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미국 정부가 통화확장정책을 벗어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11일 2월 금통위를 앞두고 조선비즈가 실시한 설문에 참가한 전직 금통위원들은 총 7명으로 응답 내용은 실제 금통위 의사록과 마찬가지로 익명으로 공개한다. 설문에 응한 전 금통위원은 다음과 같다.(괄호 안은 금통위원 재직기간으로 순서는 재임 우선 순임) 김명호 전 한국은행 총재(1993년 3월~1995년 8월), 곽상경 고려대 명예교수(1998년 4월~1999년 6월), 김영섭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1998년 4월~2000년 4월), 문학모 전 위원(1998년 4월~2000년 4월), 남궁훈 전 위원(2000년 4월~2004년 4월), 이덕훈 서강대 교수(2004년 4월~2008년 4월), 심훈 전 위원(2006년 4월~2010년 4월).
◆ “美 당분간 확장정책 이어갈 것”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미국경제 조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따라 신흥국 금융시장으로 유입됐던 투기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기초체력이 좋아 급격한 자본 이탈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A씨: 미국의 정책 기조와 경기 회복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 다만 자금이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역류하는 현상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것이 급격히 일방적으로 나타난다고 보진 않는다. 우리나라 외환시장에서 환율도 어느 정도 소폭의 원화 강세가 예상된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뚫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정도에서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정부도 노력할 것이다. 주식시장의 경우 자금 유출이 예상되지만 국내에 대한 투자자들의 전망이 밝고 대체 투자처가 없어 자금이 역류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B씨: 미국은 기축통화로 쓰이는 달러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항상 인플레이션 억제에 최우선 정책을 쓰고 있다. 그런 점에서 경제가 활기를 띠게 되는 시기에 접어들면 바로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으로 돌아설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세계금융의 변화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C씨: 미국은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존의 양적 완화정책을 유지한다는 발표문을 냈다. 이는 미국 경기가 지속적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고용과 주택시장 부진이 이어지고, 근원물가상승률이 하향세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게 유지되고 있어 확장적 정책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고 본다.
-D씨: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될 경우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면서 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신흥시장국으로 유입되던 투자자금 흐름이 바뀌면 일시적인 주가하락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또한 기본적으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의 하락요인이 되겠지만 일시적으로 자금 흐름이 바뀌면서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E씨: 미국 경제 회복으로 불확실성이 완화해 투자 선호가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이동하고, 세계적으로 풍부한 자금이 우리나라 등 아시아에서 건실하게 경제 회복을 하는 국가로 이동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주식 시장에 자금 공급이 확대되고 외환 시장에서는 원화 강세 압력이 커지고 있다. 다만 미국의 양적 완화 조치 전환은 고용시장이 크게 호전되지 않는 한 내년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F씨: 미국 경기 호전은 대미(對美) 수출 증가로 국내 주가를 받쳐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작년 우리 기업이 올린 수익성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외환시장에선 여타 조건이 동일하다면 경상수지 흑자 지속으로 원화가치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다.
-G씨: 미국 경제성장률이 2.8%로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실업률이 여전히 높고, 인플레이션율도 1.5%로 낮다. 미국은 실업률이 9%대에서 6%대로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질 때 본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 그렇게 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무역적자와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선 보다 빠른 시기에 강력한 긴축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본격적인 채택은 어려울 것이다.
◆ “금통위원 장기 공석은 정부의 직무유기”
한은법에는 금통위원을 7명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통위원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통화신용정책을 중립적으로 수립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공석 상태인 금통위원 한 자리를 10개월째 비워두고 있다. 전직 금통위원들은 “금통위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정부가 조장하고 있다”며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A씨: 한은법에 명시된 금통위원을 명확한 사유 없이 공석으로 두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된다. 정부가 공석인 금통위원을 임명하지 않은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고, 추측해서 말하기는 곤란하다.
-B씨: 1명이 적다고 해서 내용적으로 눈에 띄지 않으니 대단치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경제 자체가 국제화하는 만큼 금융정책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커져야 한다. 하루 빨리 임명해서 금융정책에 대통령과 정부도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서글픈 일이다.
-C씨: 정부가 금통위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의지를 본보기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과 비교할 때 정부는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D씨: 우리나라 통화신용정책 의사결정시스템에 대한 대외 불신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조속히 채워져야 한다.
-E씨: 금통위원의 장기 공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F씨: 10개월째 금통위원 공석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어떤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한은법 정신에 대한 모욕이다. 그 이유야 어떻든 국민 권익을 해치는 일이고, 국제 사회에 대해서도 부끄러운 일이다.
-G씨: 이해할 수 없다. 규율과 규칙을 파격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발상은 중앙은행의 권위를 손상해 통화신용정책의 유효성이 약화할 수 있으며, 한국 금융 발전을 후퇴시킬 것이다.
◆ “한은 총재, 물가안정 역할 충실해야”
최근 한은에서는 외부 출신(KDI 원장, 청와대 경제수석 등 역임)인 김중수 총재 부임 이후 한은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한은 노조에서는 “현 총재가 정부에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어, 시장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 총재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인지, 전직 금통위원들에게 물었다.
-A씨: 중앙은행 총재는 우선 경제와 금융에 정통한 전문가여야 하고, 인기 없는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통화신용정책 전문가라고 믿는 인사들이 너무 많은데, 중앙은행 총재는 경제, 특히 금융에 정통해서 소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하고 부질없는 압력을 소화하고 경제전문가들과 소통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중립성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B씨: 한은 총재는 모름지기 한은법 정신에 투철해야 한다. 또한 총재라는 직책이 국민경제의 안정과 성장이라는 큰 목표 아래 물가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달성해 국민을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보호하는 책임을 지고 있는 직책이라는 사명감을 늘 깨닫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 정확한 정책 판단을 토대로 국민을 이해시키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소신을 갖춘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C씨: 한은 총재의 자질은 한은법 1조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물가안정을 위해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자질 중에 ‘고결한 인품과 탁월한 경험’이라는 대목이 포함돼 있었는데 1997년 말 삭제됐다. 그렇더라도 이런 정신을 잊어버려선 안 된다. 모든 상황에 독립성을 갖고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총재가 돼야 한다. 한은도 물가가 이상한 동향을 보인다면 과감하게 정책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기준금리를 올리든지 유동성을 회수하든지, 그게 아니면 말로써라도 사전(事前)적 경고를 내보내야 한다.
-D씨: 한은 총재는 무조건 국민 경제를 위해 어떠한 개인적인 부담과 고난 및 비난, 압력에 개의치 않고 냉정하게 처신해야 한다. 중앙은행 총재로서 소신에 흔들림이 있어선 안 된다. 또한 화폐공급을 실행하는 한은이 물가안정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공식이다. 현재 물가는 국제 원자재와 수급구조에 연계돼 있기 때문에 한은이 할 수 있는 정책과 수단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물가상승에 대한 국민의 원성을 고려해야 하는 정부가 지금의 물가상승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씨: 한은 집행부, 금통위, 한은 총재는 일방적 소통구조에서 벗어나 일심동체가 돼야 한다. 중앙은행 역할 강화를 위해선 경제정책 활동의 외연 범위를 넓히고 금융시장 안정에 보다 적극적, 선제적으로 참여해야 ‘정부 시책에 따라가기만 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
-F씨: 한은 총재는 ‘물가 안정’이라는 한은 본연의 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물가 안정을 책임지는 기관으로서 한은의 역할과 지위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가 안정은 중기적 시계(time horizon)에서 거시경제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요 압력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조절을 통해 달성할 수 있고 이는 중앙은행이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다. 물가 안정 기관으로서 한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선 통화정책의 신뢰성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G씨: 그간 민간 금융회사와 학계, 정부 출연 연구기관 종사자들의 전문성이 크게 향상됐다. 이처럼 환경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한은은 김중수 총재가 취하고 있는 자체 역량과 경쟁력 강화 조치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은행 감독기관으로서 한은의 역할과 지위가 없어졌다고는 할 수 있지만 물가 안정 기관으로서 한은의 역할과 지위가 약화됐다고 보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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