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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재테크

'흙수저' 배달원, 18년만에 상가개발 황금손 됐다

'흙수저' 배달원, 18년만에 상가개발 황금손 됐다

고졸 출신 슈퍼마켓 배달원, 1년 사흘 쉬고 돈되는 일 다해 2001년 상가 개발업체 창업
위례·고덕·동탄·마곡지구…가구수 많고 상가 부족 신도시 분양 때마다 완판 `승승장구`
18년만에 年매출 5천억 일궈…삼성 반도체 대규모 투자하는 평택 고덕신도시 하반기 시&


수익형부동산 전문 개발·시공 오병환 우성건영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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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일찍 여읜 10대 소년은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대신 슈퍼마켓 배달일을 선택했다. 먹고살아야 했다. 이후엔 선술집 프랜차이즈를 해보겠다고 팔을 걷어붙였고, 여기서 모은 돈으로 소매유통업에까지 뛰어들었다.

잠을 설쳐가며 1년에 3일만 쉬면서 말 그대로 '돈 되는 일'은 다했다.
오병환 우성건영 회장(51)이 '장사 되는 자리'를 보는 안목은 '투잡'을 넘어 '스리잡'을 뛰던 20대와 30대 시절의 치열함이 준 선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2001년 오 회장이 창업한 우성건영은 상가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전문 건설·개발업체로 작년 매출 5000억원을 찍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지면 아파트와 같은 주택사업에 눈을 돌릴 법하지만 오 회장은 단호하다. 그는 최근 화성시 동탄 우성건영 본사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30대에 처음 부동산 시행업에 뛰어들 때 유일한 자신감은 십수 년 장사꾼으로 살아오며 생긴 '장사 되는 곳'을 보는 안목이었다"며 "잘할 수 있는 곳에 집중했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사라진 수많은 기업들의 전철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파트 시장에 진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잘 모르는 쪽에 가서 허우적대고 싶지 않다. 상가·오피스텔 분야 메이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회장은 처음 부동산 시행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 분야에 대한 노하우가 전혀 없는 상태였다.

스스로 "부동산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고 말할 정도다. 장사가 잘되는 자리를 보는 능력이 실력을 발휘한 덕분에 사업을 키울 수 있었다. 오 회장은 "장사가 잘될 자리여야 분양도 잘되고, 임대도 잘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면서 "상가는 대형 건설사들이 당시만 해도 전혀 관심이 없던 분야라 틈새를 파고들기에도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가 보는 '장사 잘되는 자리'는 어떤 곳일까. 오 회장은 일단 주변 가구 수를 먼저 본다. 상가를 이용할 사람이 몇 명인지를 보는 것이다. 그다음은 희소성이다. 아무리 가구 수가 많아도 상가가 도처에 널려 있으면 과감히 포기한다. 그다음이 역세권, 주변 환경 등 입지다. 아파트 시장에서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라고 하는 것과는 다소 다른 접근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북적대는 치열한 서울 도심 같은 곳보다는 신도시를 공략했다. 신도시는 짧은 기간에 수천, 수만 가구가 입주한다. 배후 수요는 일단 갖추고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대형 메인 상가 등 상업시설은 아파트에 비해 부족한 곳이 많다. 오 회장은 이를 간파했다. 신도시나 신규 택지개발지구에 '올인'했다. 결과는 대성공. 우성건영이 위례, 동탄, 평택 고덕, 마곡 등에 분양한 상가·오피스텔은 대부분 100% 완판 기록을 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동탄신도시에 집중해왔다. 삼성전자가 이곳에 반도체공장 등을 세우고 들어오면서 이곳이 '안 될 수 없는 곳'임을 직감했다고 했다. 십수 년간 안산에 있던 본사까지 7년 전 동탄으로 옮겼다.

지역 밀착·지역 몰두형이다. 오 회장은 "동탄이 최근 입주 폭탄으로 어렵다는 부동산 기사가 많이 뜨는데, 상가를 하는 우성건영으로선 희소식"이라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입주를 하면 상가는 잘될 수밖에 없다"며 웃었다. 우성건영은 연면적 2만6000㎡인 KTX타워를 시작으로 동탄 르보아시티 등을 성공적으로 분양 완료했다. 하반기에도 중동탄 메인 코너에 대형 상가 건물을 짓고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오 회장의 '넥스트 동탄'은 평택 고덕국제신도시다. 여기에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을 지어 수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이라는 기대감과 기존 평택시에 있던 상권이 고덕국제신도시로 흡수될 것이라는 확신이 맞물려 있다. 오 회장은 "평택 고덕국제신도시에 하반기 연면적 10만㎡ 규모의 상가와 오피스텔 시행 및 시공을 계획 중"이라면서 "땅은 미리 사두었고, 입주 시기를 잘 맞춰 준공해 기존 평택과 오산 상권까지 흡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성건영은 1년에 13개 내외로 사업장 개수를 유지한다. 연매출 5000억원을 넘어 내년 6000억원을 바라본다면 사업장을 확 늘릴 법도 한데 오 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규모를 키워 매출도 더 늘리는 게 좋겠지만 욕심을 부리다 경기가 안 좋아지면 바로 고꾸라진다"며 "나도 금융위기 전에 20개 정도 사업장을 유지했는데 하루아침에 닥친 대외 변수엔 어떻게 할 바를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오 회장은 "그때 수많은 회사가 망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자산 규모 대비 매출액을 2배 정도 수준으로 유지하는 원칙 아래 사업을 한다"고 말했다. 작년 우성건영 전체 자산은 2500억원 수준이었는데 이에 맞춰 5000억원 정도 매출이 나오게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는 것. 올해는 자산 규모가 좀 더 늘어나는 만큼 매출도 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 회장의 또 다른 특이한 경영 스타일은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장기 목표도 시행과 시공이 마무리되는 사이클인 2~3년 정도로만 세우지 먼 미래까지 내다보기에는 아직 벅차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오너라고 게을러져서는 안 된다고 매일 다짐을 한다. A부터 Z까지 모든 사업장에 대해 회사 내 그 누구보다 많이 공부하고 파악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칙이다. 오 회장은 "상가나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부동산은 오너가 감각을 곤두세우고 직접 사업을 챙기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며 "스스로가 만든 공식 속에서 직접 입찰에 뛰어들고, 그에 따른 책임도 오너가 져야 이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크지 않은 그의 개인 집무실 온 벽면이 사업장 위치와 개요가 담긴 지도로 도배된 이유이기도 하다.

개인적 목표는 시행과 시공을 함께 하는 비대기업 계열 회사로 '1군 건설사'가 되는 것이다.

올해 우성건영으로만 3000억원대, 기타 계열사 전체를 합쳐 6000억원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대한민국 1000대 기업 반열에 들어갈 것이라는 확신도 있다. 오 회장은 "장사꾼이 사업가가 됐고 기업인이 됐다. 그만큼 사회에도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며 "직원 250여 명이 평생직장으로 다닐 수 있도록 회사를 탄탄하게 성장시키는 게 개인적 소망"이라고 말했다.

He is…

△1967년 충남 온양 출생 △중대부고 졸업 △~1991년 세방기업 △~1994년 (주)금구 대리점 운영 △~2001년 디스카운트하우스 할인점 운영 △2001년 우성산업개발 창업 △2003년 세경산업개발 대표이사 △2006년 우성개발 대표이사 △2009년 우성건영 대표이사 △~현재 우성건영 대표이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