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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동산·채권·펀드

20兆 굴리는 채권 달인 "회사채보다 신흥국 국채에 투자하라"

입력 : 2016.08.26 03:05

남재용 NH투자증권 본부장

"그냥 두면 살아남기 어려운 기업인데 오로지 '풀린 돈'의 힘에 의지해 연명해 나가는 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회사채의 옥석을 가려내기 어렵습니다. 회사채보단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적은 신흥국의 국채에 투자하기를 권합니다."

'채권의 고수'로 꼽히는 남재용 NH투자증권 FICC운용본부장은 24일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되는 국채 규모가 13조달러가 넘을 정도로 초저금리라는 환경을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은 맞다. 하지만 세계 구석구석을 두루 살피면 분명히 투자의 기회는 있다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FICC'는 채권(fixed income)· 원자재(commodity)·통화(currency)를 뜻한다. 2000년부터 채권 트레이더로 일해온 남 본부장은 현재 NH투자증권 자체 운용 자산, RP(환매조건부 채권) 자금, ELS(주가연계증권) 원금 등 고객이 맡긴 약 20조원을 운용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남재용 NH투자증권 FICC운용본부장은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신흥국 국채 투자에 관심을 가질 때”라고 말했다. 신흥국 국채의 수익률이 회사채나 선진국 채권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데다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낮은 국가를 고르면 원금 손실 위험도 적다는 이유 때문이다. 남 본부장은 특히 인도네시아 국채를 유망하다고 봤다.
채권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남재용 NH투자증권 FICC운용본부장은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신흥국 국채 투자에 관심을 가질 때”라고 말했다. 신흥국 국채의 수익률이 회사채나 선진국 채권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데다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낮은 국가를 고르면 원금 손실 위험도 적다는 이유 때문이다. 남 본부장은 특히 인도네시아 국채를 유망하다고 봤다. / 장련성 객원기자

◇"화끈한 경제 개혁, 인도네시아 전망 좋다"

―왜 회사채보다 신흥국 국채 투자를 권하나.

"채권을 직업으로 운용하는 이들도 회사채의 옥석(玉石)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계속되는 양적 완화로 경쟁력을 상실하고도 돈의 힘으로 살아남는 기업이 많다 보니까 투자하기가 조심스럽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 회사채 대신 신흥국 국채 투자를 늘리고 있다. 눈을 나라 밖으로 돌리면 여전히 비교적 높은 금리를 주는 나라들이 있다. 예를 들면 멕시코 채권(만기 10년) 금리는 6% 정도고 인도네시아 국채는 금리가 7%, 브라질은 11%대에서 오르내린다. 선진국 채권보다 변동성이 크긴 해도 국채의 가장 큰 위험인 국가 디폴트 가능성은 낮은 나라들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요즘 채권과 함께 주식에 투자하는 것도 유망해 보인다."

―인도네시아에 대해 특히 낙관적인 이유는 뭔가.

"회사나 국가나 성장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개혁이 꼭 필요하다. 2014년 말에 취임한 인도네시아의 조코위(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추진하는 일련의 경제 개혁 조치를 높이 평가한다. 새로운 분야를 계속 발굴하고 성장의 먹을거리를 찾아나가는 모습이 긍정적이다."(규제 철폐, 조세 체계 개편 등 조코위 대통령이 추진하는 일련의 경제 개혁 조치에 투자자들이 호응하면서 현재 인도네시아 증시는 1년 전보다 30% 올라 있다.)

―그래도 신흥국을 여전히 불안해하는 이가 많다. 선진국 채권 중엔 마땅한 투자처가 없나.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한 유럽과 일본은 국채 금리가 너무 낮아 투자하긴 적합하지 않다. 재정 건전성과 통화 정책 여력이 상대적으로 충분한 한국과 호주 채권 시장은 여전히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신흥국 채권 투자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환율 변동 위험이다. 대응 방법은.

"신흥국 통화가 선진국보다 크게 출렁이는 것은 맞다. 브라질 헤알화의 경우 통화 가치가 20% 넘게 오르내리곤 한다. 채권 자체의 수익률보다 환율 변동에 따른 수익률 변동 폭이 더 크다는 뜻이다. 만약 채권에 직접 투자한다면, 개인이 환 헤지(환율 변동 위험을 파생상품을 통해 상쇄하는 것)를 하기는 어렵다. 환율 수준을 가늠해서 투자하는 방법밖에는 대응책이 없다. 환율 때문에 손실을 볼 수도 있지만, 통화 가치가 투자 시점보다 오르면 채권 수익에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는 전략이다. 하지만 환율이라는 것은 너무 변수가 많아서 전문가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환율에 따른 위험 때문에 골치 아프기가 싫다면 원하는 채권에 주로 투자하되 환 헤지를 하는 펀드를 살 것을 권한다."

◇"금은 길게, 원유는 짧게 보고 투자하세요"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채권 금리도 함께 올라가 수익률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갑자기 올린다면 그럴 수 있지만, 연준이 그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시장과 소통하면서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리리라고 본다.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갑자기 양적 완화 축소를 발표했을 때 주식 폭락, 채권 가격 폭등, 신흥 시장 붕괴로 이어지는 이른바 시장 '탠트럼'(발작)이 일어나지 않았나. 연준이 다시 이런 일을 유발할 가능성은 작다고 예상한다."

―최근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원화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 지금이 혹시 달러 투자의 적기일까.

"통화는 주식·채권보다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개인이 섣불리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전제로 의견을 밝힌다면, 원화 가치가 많이 내려가기는(달러 가치 상승) 당분간 쉽지 않을 듯하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수출 주도형 국가라서 항상 달러를 외부에서 가져다가 원화로 바꿔야 하는 수요가 있다. 원화 약세에 대한 압력보다 원화 강세에 대한 압력이 높은 나라다. 여기에 더해 한국은 몇 년 전부터 채권 시장 등에서 사실상 선진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지난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이라는 충격이 발생했을 때 글로벌 자금이 한국으로 많이 흘러들지 않았나. 이런 식으로 위기 때마다 달러가 한국 시장에 계속 유입되면 앞으로 한국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많이 올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연초 이후 금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고, 유가(油價)도 들썩이면서 원자재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데.

"최근 금은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호도가 올라가고 있다. 중앙은행이 워낙 많이 돈을 풀어놓은 상황이라 언젠가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조금씩 머리를 들고 있다. 몇 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금 투자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원유는 조금 다르다. 일반인이 원유에 투자하려면 WTI(서부텍사스원유)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상장지수증권) 등에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선물 투자는 비교적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투자 방식이다. 선물 투자는 투자 기간이 길어지면 비용이 불어나 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유가(油價) 추이를 가늠해가며 3~4개월 정도로 끊어서 투자하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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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8/25/2016082501698.html#csidxcae9ac367386aa184d37833656ca78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