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 본토 미국은 '하이브리드 상품'이 대세

입력 : 2017.05.03 16:00

로보어드바이저의 본토 미국에서는 어떤 서비스가 주목을 받고 있을까. 미국 투자자들은 ‘하이브리드형’ 서비스에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브리드형 서비스는 순수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에 전문가의 자문 서비스를 더한 형태인데, 이 상품을 필두로 뱅가드나 찰스슈왑과 같은 후발 주자들이 뭉칫돈을 끌어모으고 있다.

▲ 금융투자협회 제공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로보어드바이저 관리 자산 규모로 뱅가드(520억 달러)와 찰스슈왑(123억 달러)이 1, 2위를 차지했다. 뱅가드와 찰스슈왑은 하이브리드 서비스로 투자자들의 마음을 잡는 데 성공했다.

2013년까지만 해도 미국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베터먼트(Betterment)나 웰스프론트(Wealthfront) 등 기술력을 보유한 순수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이 주도해왔다. 하지만 2015년 뱅가드와 찰스슈왑 등 기존 대형 금융투자회사들이 시장에 본격 진입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해 나가는 추세다. 과거 압도적인 1, 2위를 차지하고 있던 베터먼트, 웰스프론트 등은 후발 주자들에게 자산을 지속 빼앗기면서 3, 4위로 밀려났다.

뱅가드는 ‘뱅가드 퍼스널 어드바이저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2015년 5월 하이브리드 로보어드바이저를 들고 나왔다. 기본적인 자산배분을 알고리즘에서 자동으로 실행하지만, 자문인력이 고객의 투자 목표와 재무상황 등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미세 조정하는 등 지속적인 관리를 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고객은 홈페이지와 모바일앱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운용상황을 점검할 수 있으며, 언제든지 자문인력과 전화나 이메일, 화상채팅으로 상담할 수 있다, 최소 가입금액은 5만 달러인데 50만 달러 이상을 맡긴 고객에게는 전담 자문인력까지 배정해 준다. 보수율은 0.3%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순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와 비슷하다.

같은 해 3월 찰스슈왑은 ‘슈왑 인텔리전트 포트폴리오’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최소 가입 금액을 5000달러로 차별화하고, 별도의 보수를 전혀 받지 않아 시장에 파문을 일으켰다. 포트폴리오 구성이나 운용 과정에서 자문인력의 개입은 없지만, 고객은 홈페이지나 전화, 이메일, 화상채팅으로 기본적인 상담을 할 수 있다.

지난해 말에는 자문인력의 관리 서비스가 포함된 하이브리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슈왑 인텔리전트 어드바이저리’를 출시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최소 가입금액은 2만5000달러, 보수율은 0.28% 수준이다.

금투협 측은 뱅가드나 찰스슈왑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서 선전한 요인으로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꼽았다. 이들은 기존 보유한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로 순수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대비 마케팅이 더 용이했다는 것이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

이와 함께 계열 은행이나 증권, 펀드 거래 고객 등 기존 거래를 하는 고객이 많아 가입자 확대를 빠르게 해 나갈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 자문까지 더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보수율을 0.3%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한 것도 도움이 됐다.

금투협 측은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기존 대형 금융투자회사들의 시장 진출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뱅가드와 찰스슈왑이 약진한 비결은 ‘하이브리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로 분석된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투자자문 제공의 주체가 사람이어야 한다는 규정 탓에 이미 미국의 하이브리드 로보어드바이저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대로 미국의 경우 사람이 없이 오로지 로봇이 투자자문을 해주는 순수 로보어드바이저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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