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3.07 09:08 | 수정 : 2016.03.07 10:18 ‘한쪽은 불안, 한쪽은 골머리’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구조조정 태풍이 불면서 임직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쥔 인사 담당 부서라고 마음이 편한 것도 아니다. 구조조정과 관련한 흉흉한 소문이 증폭되면서 조용히 짐을 싸는 우수 직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합 후 옛 제일모직 건설·리조트 부문 중 건설 부문 인력 800여명이 삼성물산 건설부문으로 유입돼 전체 인원 감소는 크지 않았다. 회사로선 옛 제일모직 건설 인력과 기존 물산 건설 부문 인력이 겹쳐 올해도 인력 감축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구체적인 구조조정 규모와 방식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다만 애초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해당 직급의 1년치 연봉에 위로금 1억원 안팎을 주기로 했던 것에서 최근에는 위로금 액수를 더 늘려 희망퇴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한 관계자는 “부장급 직원의 위로금이 2억원이라면 위아래 직급별로 2000만원 정도씩 차등 지급하는 수준으로 들었다”며 “전보다 위로금을 더 많이 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적지 않은 위로금 때문인지, 희망퇴직자 중엔 능력 있는 20~30대 젊은 직원들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찌감치 위로금을 받고 이직하거나 재취업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한 관계자는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사원 중 재취업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 직원들은 적잖은 위로금을 챙기고 퇴사하려고 한다”며 “회사 미래를 이끌 젊고 유능한 직원들이 나가는 부작용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삼성물산 관계자는 “구조조정 가능성이 큰 옛 제일모직 건설 출신 인력들은 일찌감치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전환 배치를 요청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매각설까지 도는 삼성물산 주택사업부 인력들은 주택 사업을 키우는 다른 대형 건설회사로도 많이 옮기려 한다”고 말했다.
우수 인력 누수현상이 확산되면서 인사 담당 부서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삼성물산의 한 임원은 “구조조정은 해야겠는데, 막상 팀 내 우수 직원들까지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있어 인사 담당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입주할 경기 판교 알파돔시티 업무시설. /김수현 기자
이 때문에 삼성물산 인사팀은 최대한 우수직원은 잡아 두면서도 저성과자를 내보내는 방안을 세우기 위해 고심 중이다.
지난달에는 생애설계휴직제도를 시작했다. 생애설계휴직제도란 과장~부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1년 휴직 기간을 주면서 기본급의 일부를 지급하는 유급 휴직제도다. 사실상 1년 안에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라는 뜻으로 알려졌다.
인사팀 내에서 논의 중인 자기계발휴직제도도 조만간 실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저연차 직원을 대상으로 대학원 공부나 어학연수 등 자기계발을 위해 최대 3년까지 무급 휴직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2014년~2015년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 다른 삼성 계열사에서 단행한 구조조정 제도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 목표 인원을 채워야 하는 인사팀으로선 최대한 저성과자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9월 기준 삼성물산 4개 사업부의 총 직원수는 1만2501명이다. 이중 정규직만 1만1035명이다. 구조조정 대상인 기존 삼성물산 건설부문 직원만 7215명에 달한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은 이달 판교 알파돔시티로 사옥 이전을 앞두고 있다. 전체 직원 중 약 3000여명이 이달 18일부터 2주간 차례로 옮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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