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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밖은 지옥이다"... 희망퇴직 버티기에 들어간 은행원들

입력 : 2016.01.22 15:41 | 수정 : 2016.01.22 16:12 “‘은행원이 퇴직하면 치킨집을 차린다. 유능한 은행원이 퇴직하면 더 큰 치킨집을 차린다’는 농담이 있습니다. 그만큼 은행원의 경쟁력이 없다는 얘깁니다. 갈 곳이 있지 않은 이상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나가지 않을 거예요.” (한 시중은행 부지점장)

“신청하면 한 3억~4억원 들어오나요? 하지만 목돈이 생기면 뭐합니까? 굴릴 곳이 없는데요. 눈치는 좀 받겠지만 가족 생각하면서 무조건 버틸 겁니다.” (한 50대 은행 본점 직원)

최근 시중은행의 희망퇴직 조건이 과거에 비해 좋아졌지만, 은행원들의 참여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저금리로 인해 설령 목돈을 받는다고 해도 굴릴 방법이 마땅치 않고, 밖으로 나가도 재취업이 쉽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인지 최근 시중은행 희망퇴직은 신청 기한이 하루 이틀 연장되는 추세다.


최근 희망퇴직 접수를 끝낸 신한은행은 당초 14일부터 18일까지 희망퇴직을 접수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청 기한이 짧다는 지적이 나와 공문을 낼 때 20일로 확정했다.

또 KEB하나은행도 지난해 12월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만 희망퇴직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직원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더 주겠다며 월요일인 28일까지로 신청 기한을 연장했다.

국민은행도 당초 지난해 12월 28일부터 30일까지 희망퇴직을 접수받을 예정이었으나 하루 더 늘려 31일까지 받았다.

희망퇴직 기한이 늘어나는 것은 참여가 예상보다 더뎠기 때문이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최대 1000명까지 퇴직 신청을 받을 계획이었으나 690명에 그쳤다.


◆ 저금리로 1억원 현금 가치 낮아져… 노동가치 재조명

반면 희망퇴직 조건은 상당히 좋아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씨티은행, SC은행 등 외국계 은행이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파격적인 조건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 영향이다. 씨티은행, SC은행이 희망퇴직을 실시하기 전, 시중은행들은 통상 24개월치 임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하지만 두 은행이 60개월치 임금을 한꺼번에 지급하면서 시중은행 희망퇴직 신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근속연수에 따라 24~36개월치 임금을 지급했다. 신한은행도 근속연수에 따라 24~37개월치 임금을 위로금으로 수령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조건을 세세히 따져보면 예전에 비해 좋은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과거에 비해 경기가 많이 악화돼 있기 때문에 섣불리 퇴직을 신청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제는 1억원을 은행에 넣어놔도 연간 100만원밖에 이자가 나오지 않는 시대”라며 “노동가치가 높아진 상태여서 희망퇴직 조건이 아주 파격적이 되지 않는 이상 신청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