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주식

당신이 잠든사이… 10만명이 안방서 해외주식 굴린다

입력 : 2015.05.18 21:49

[환전 수수료도 내야… 자주 사고 팔면 오히려 손해]

비자·애플 등 주식도 해외직구, 1분기 투자 3兆 넘어서 신기록
후강퉁 도입에 中 투자 불 붙어… 고소득자들 세금 유리해 선호

서울 강남에 사는 주부 김모(50)씨의 재테크 통장은 1년 365일 24시간 쉴 새 없이 일한다. 김씨가 세계 곳곳을 여행 다니면서 통장을 개설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가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 세계 각국의 자산에 투자해 놓았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의 통장에는 폴로·스타벅스·디즈니 주식뿐 아니라, 원유, 금, 옥수수, 밀가루, 브라질 국채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투자종목들이 담겨 있다. 김씨는 "국내 증시의 시장 규모가 작아 시가총액이 훨씬 더 크고 거래량도 많은 해외시장에 눈뜨게 됐다"면서 "내가 한국에서 잠을 자고 있을 때에도 내 돈은 (나의) 노후를 위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부지런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 투자해 놓으면 샀다 팔았다 하지 않아도 시가배당 수익률만 매년 3% 넘게 챙길 수 있어 편안한 투자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라고 했다.

김씨처럼 초저금리와 박스권 증시에 지친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돌리면서 해외 주식 직접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유럽·중국·일본 등 주요국 증시들이 치솟은 데다 해외주식 투자 방법도 간편해졌기 때문이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외화주식 직접투자 결제금액은 28억9626만달러에 달했다. 이미 지난 2012년의 1년치 규모를 가뿐히 뛰어넘었고, 지난해 4분기 결제금액보다도 10%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해외주식 직접투자 금액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급증하는 해외 주식 직구족

지난 6일 배럴당 40달러 선에서 맴돌던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60달러 선까지 치솟자, 대우증권 해외상품영업부에는 원유 ETF(상장지수펀드)를 팔겠다는 고객 전화가 쇄도했다. 황돈구 대우증권 해외상품영업부 팀장은 "원유 가격이 단기적으로 고점을 찍었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유가에 상승했던 투자금의 차익 실현이 활발히 이뤄졌다"면서 "유가가 상승하면 3배 이익을 보는 ETF에 베팅한 투자자는 석 달 만에 40% 차익을 챙겼다"고 말했다.


	한국인이 많이 들고 있는 해외 주식 톱5.
화끈한 수익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상품군도 인기 요인이다. 이용훈 신한금융투자 팀장은 "미국 등 선진국에는 아직 국내에는 낯선 상품들이 상당히 많아 전방위 투자가 가능하다"면서 "올해 중국 본토 3배 ETF, 러시아 3배 ETF 등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베팅해 큰 수익을 낸 투자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해외 주식 직접투자는 글로벌 증시가 활황세였던 2007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2010년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붐이 일었다가 글로벌 증시가 혼란에 빠지면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중국에서 후강퉁(홍콩과 상하이 증시의 교차 투자 허용 정책)이 시행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김도현 삼성증권 부장은 "중국 증시가 후강퉁 이후 역동적으로 움직이자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면서 "중국은 시차가 없고, 우리처럼 한자를 쓰면서 향후 산업 발전 방향이 우리와 비슷할 것이란 예상이 많아 고령자들의 관심이 특히 높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해외주식 직구족이 1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거래비용 커서 장기투자해야 유리

자산가들이 절세 차원에서 해외 직구를 선호하는 것도 해외 직구족 증가에 일조하는 요인이다. 해외 주식은 국내 주식과 달리 거래차익에서 250만원을 공제한 금액에 대해 양도소득세(22%)를 따로 내야 한다. 가령 1억원을 투자해 2000만원의 수익을 냈다면 385만원(1750만원×22%)이 세금인 셈이다. 하지만 고소득자들에겐 오히려 이득이 되기도 한다.

한정수 HMC투자증권 세무전문위원은 "최고세율(41.8%)에 속하는 자산가들은 해외시장에 투자해 수익이 생기면 다른 소득(근로·사업소득)과 합산되기 때문에 세 부담이 크다"면서 "해외 주식은 소득 크기와 상관없이 22% 단일세율로만 세금을 내면 되니(분리과세) 오히려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신한·대우 등 10여개 대형 증권사들이 해외 주식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증권사에서 증권 계좌를 만들고 해외 서비스 이용에 동의하기만 하면 해외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

단 해외 주식은 거래 비용이 높아 자주 사고팔면 손해가 크다. 증권사가 가져가는 주식 거래 수수료가 0.25%(온라인)~0.5%(오프라인) 정도이고, 건당 최저 수수료(10달러)도 있다. 원화를 달러화나 위안화로 바꾸려면 환전 수수료도 내야 한다. 미래에셋 등 모바일로 해외 주식 거래를 하면 수수료가 공짜인 곳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