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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식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는 정말로 국내 증시에 호재일까?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는 정말로 국내 증시에 호재일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그럴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예상보다 자금이 많이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규모 돈 풀기로 촉발되는 '유로화 약세'가 국내 금융시장에 복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ECB의 통 큰 결정, 국내 증시도 반색

2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5.27포인트(0.79%) 오른 1936.09를 기록했다. 올해 개장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개인과 기관이 순매도했지만 외국인이 1000억원 이상 순매수하면서 주가지수를 끌어올렸다.

ECB가 유럽 경기를 살리기 위해 1조1400억유로(약 143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양적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것)를 단행한다고 밝힌 것이 호재였다.

오는 3월부터 내년 9월까지 매달 600억유로(약 75조원) 규모의 채권을 매입하기로 했는데, 금융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매달 500억 유로'를 뛰어넘는 통 큰 결정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국내 증시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서 유로화가 약세가 되면, 이른바 '유로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유로화고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것)가 활발해지면서 국내 증시로 자금이 유입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지난 2011년 12월 말부터 2월까지 ECB가 저금리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을 통해 시중에 돈을 풀었을 때 유럽계 자금은 국내 증시에서 5조3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전체 순매수 금액(약 11조원)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계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될 뿐 아니라 양적완화로 경기가 살아나면 유럽에 대한 수출 비중이 전체의 9% 정도인 국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유로화 약세, 수출기업 실적에 부정적 영향 줄 수도"

일각에서는 양적완화로 유로화 약세 속도가 빨라지면, 국내 수출기업 실적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유럽계 자금이 증시에 유입되면서 원화 가치가 올라가면 국내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원화 강세 압력이 이미 큰 상황이기 때문에 유로화 약세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사람들의 구매력이 감소할 수도 있다. 니콜라스 페레스 이스트스프링인베스트먼트 투자 이사는 "유로화 약세로 유럽인들이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구매력이 줄어들면 아시아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유럽의 통화정책보다 중요한 것은 국내 기업의 실적과 국제유가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양적완화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기업이익이 좋아지는 것이 우선이다”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지금 상황에서 본질적으로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급락했던 국제유가는 최근 반등하고 있다. 유럽의 양적완화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 심리가 좋아지면 앞으로 국제유가는 상승 흐름을 탈 수도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원유 수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조선, 건설, 대체에너지 관련 기업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면서 “국제유가가 상승 흐름을 보여야 국내 증시도 바닥을 찍고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