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때, 매년 8% 이자가 어디야]
대박은 없지만 쪽박도 안차는 법, 전세계에 나눠서 투자하라
- 年8%의 비밀은?
국내 주식·해외 주식·원자재 등 전세계 8개 자산에 투자했더니
14년간 1등은 한 번도 못했지만 1000만원 넣었더니 2821만원 돼
"오로지 한국 투자만? 그게 도박"
최근 소형 아파트를 처분한 은퇴생활자 김모(60)씨는 목돈 5억원을 어디에 묶어놔야 할지 고민이 크다. 나이를 생각하면 안전한 은행 정기예금이 최고겠지만, 이자가 연 2.1%라니 영 내키지 않는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돈을 예금에 넣어두는 재테크는 오히려 자산을 깎아 먹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김씨는 "그저 무식하게 쌓아놓기만 해도 돈이 돈을 벌어줬던 옛날이 그립다"면서 "안정적으로 돈을 굴리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뾰족한 수가 안 보인다"고 하소연했다.
초(超)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발 빠른 자산가들은 2%짜리 쥐꼬리 예금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개인들이 가진 5억원 이상 예금 잔액이 지난해 1월 5조9000억원에서 연말엔 5조3000억원대로 줄어들었다. 신한은행 역시 같은 기간 5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이영아 기업은행 PB과장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접어들자, 자산가들이 예금에서 빠져나와 다른 대안을 찾고 있다"고 진단했다.
- 그래픽=박상훈 기자
금융 전문가들은 한국 자산시장이 고성장·고수익의 팽창 시대(Expansion Era)를 벗어나 저성장·저수익의 수축 시대(Contraction Era)의 초입에 서 있다고 진단한다. 오현석 삼성증권 센터장은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수축 시대로 진입하면 수익 창출 기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줄어들게 된다"면서 "한 가지 자산에 집중 투자하지 않고 전 세계 자산에 골고루 투자해서 돌발 악재가 터져도 무너지지 않는 진지(陣地)를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목표 수익률을 '세계경제 성장률+a'에 맞추는 투자 전략
투자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모드에 들어감에 따라 앞으로는 글로벌 분산투자를 통해 '세계 경제성장률+a'의 목표 수익률을 추구하는 재테크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윤치선 미래에셋 연구원은 "고령화·저성장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한국은 어떤 자산이든 기대수익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자산 관리의 틀을 국내에 한정 짓지 말고 전 세계로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문제의식을 토대로 본지는 삼성증권에 의뢰해 2001년부터 2014년까지 8개 자산(국내주식·국내채권·해외주식·해외채권·신흥국주식·신흥국채권·글로벌리츠·원자재)의 14년치 수익률 매트릭스를 만들어 분석해 봤다. 그 결과, 14년간 수익률 1등을 연속해서 거머쥔 자산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때그때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 1등이었던 자산이 꼴찌가 되기도 하면서 엎치락뒤치락했다. 그런데 8개 자산을 8분의 1씩 담아 만든 이른바 '모델 포트폴리오' 수익률은 1등은 하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꼴찌를 하지도 않고 꾸준히 3~6등의 자리를 지켰다. 즉 특정 자산만 고집하지 않고 골고루 분산투자했다면 매년 8% 정도의 수익률을 실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년 전에 1000만원을 포트폴리오 방식으로 투자했다면 2821만원으로 불어날 수 있는 결과이다.
◇"한국에 올인하는 투자는 도박"
글로벌 분산투자는 다양한 지역과 투자 대상으로 투자금을 쪼개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전 세계 주식시장의 1.9%, 채권시장의 1.5% 수준에 불과한 작은 시장이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작은 연못에 머물려고 할 뿐, '모험'은 거부하고 있다. 양현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해외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득은 계속 하지만, 투자자들이 내켜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해외 펀드로 손해를 본 트라우마(후유증)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외시장에 투자하는 한국 돈은 계속 줄고 있다. 한때 77조원에 달했던 해외 펀드 투자금은 지난해 62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고득성 SC은행 이사는 "과거 손실 후유증에 사로잡혀 글로벌 자산시장 흐름에 역행하고, 덩달아 수익을 챙길 기회도 잃고 있다"면서 "저성장·고령화 등의 변수로 한국 시장 위험이 커지고 있는 만큼, 밖으로 나가서 자산 구조를 덜 위험하게 만들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산배분을 해놓으면 그 어떤 최악의 상황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강지현 하나은행 도곡PB센터장은 "과거 고금리 시절엔 연 5~6% 기대되는 글로벌 분산투자법은 큰손들조차 관심을 갖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예금 금리가 2%로 떨어진 요즘, 안정적인 4~6% 투자처로 글로벌 분산투자를 소개하면 반색하며 얘길 듣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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