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아침, 한국 정부는 2014년과 201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한국 정부는 7월에 3.7%로 예상했던 올해 경제성장률을 3.4%로 내렸다. 내년 경제성장률도 종전 4%에서 3.8%로 조정했다.
주식 투자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한국 정부는 기업의 배당 확대를 유도할 계획이다.
한국 경제는 올 한해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제출했다. 예상보다 저조한 중국의 경제성장과 일본 엔화 약세로 한국 수출 산업은 타격을 입었다. 코스피(KOSPI) 상장 기업의 한해 순이익은 고작 73조 원으로 예상된다. 올 초만 해도 100조 원의 순이익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한국 증시가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제출한 배경에는 삼성전자가 자리하고 있다. 코스피에서 삼성전자 보통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17% 안팎이다.
올 초부터 현재까지 코스피 종합주가지수는 3.6% 하락했으며, 미국 달러화로 표시되는 ‘아이쉐어즈 MSCI 사우스 코리아 캡드 ETF(EWY)’는 13.5% 내렸다. 한국 원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4.4% 떨어졌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이종필 연구원은 한국(증시)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선진국 증시처럼 주주 친화 정책을 펴지도 않고 상대적으로 안정된 것도 아닌 데다가 신흥시장처럼 고위험 고수익 구조도 아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펴지 않는 한, 내년에도 한국 증시는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기 힘들 것이다.
한국 증시는 다른 증시에 비해 배당 수준이 현저하게 낮은 편이다. 한국 증시 전체의 배당 수익률(Dividend yield, 보통주 주주에게 지급되는 배당금을 현 주가로 나눈 비율)은 약 1.5%인 반면, 전 세계 평균은 2.9%다. 한국의 배당성향(Dividend payout ratio, 순수익 중에 배당금으로 지불되는 금액의 비율)은 18.6%인 데 비해, 선진국의 배당성향은 52.7%이며 한국을 제외한 신흥시장의 배당성향은 42%다.
한국이 원래부터 쥐꼬리 배당을 했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한국의 배당 수익률은 평균 2%대였으며 배당성향은 평균 40%였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아시아 금융위기 탓이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 정부는 기업이 주주에게 분배하는 금액을 늘리기보다는 추후 회사 운영을 위해서 보존하는 금액을 더 확보하도록 장려하는 정책을 시행해왔다. 일례로 2001년 ‘적정유보초과소득에 대한 법인세 과세’도 폐지됐다.
이제 한국 정부는 이를 변화시키고자 한다. 최근 한국 정부는 사내유보금 과세(기업소득환류세제)를 시행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한국 기업들은 반응하기 시작했다. 좋은 투자 기회를 물색하지 못한 SK그룹은 올해 9월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을 선언했다. 삼성화재해상보험, 두산, 한화생명보험, 네이버, 삼성중공업, 삼성증권,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 삼성전자도 줄줄이 자사주를 매입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배당성향을 30%에서 50% 늘리겠다고 19일 발표했다.
HSBC는 한국 증시에 대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했다. 투자자들의 관심 부족과 빈약한 기업 실적이 ‘중대한 역풍’이다. 그러나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7배 수준으로 저평가되고 있으며 하방 리스크도 극히 제한적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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