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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식

한국은 왜 글로벌 증시에서 천덕꾸러기가 되었나

한국이 글로벌 증시의 천덕꾸러기가 된 시기는 2012년부터다. 금년에도 코스피는 원자재 관련 국가를 제외한 주요 증시 중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크게 뒤쳐지는 것도 아니고 통화 가치가 급락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푸대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자본수익률(ROE)의 부진이 많은 것을 설명해준다고 본다.

기업에 투자된 자본으로 얼마의 수익을 내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가 ROE다. 과거 한국은 주주가 자본을 투자하면 선진국에 비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을 가진 나라였다. 그러나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MSCI 기준으로 선진증시는 13% 가량의 ROE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9%대까지 내려앉았다. 이에 따라 선진증시와 한국증시의 ROE 격차도 10년래 최대치로 벌어진 상황이다. 굳이 이런 나라의 주식에 자본을 투자해 주주가 되고 싶을 것인가?

자본수익률은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누어서 구한다. 순이익이 늘거나 자기자본이 줄면 자본수익률이 상승하는 것이다. 선진증시와 한국증시의 자본수익률을 순이익과 자기자본으로 분리해서 분석해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있다. 지난 2012년 이후 MSCI 기준으로 선진국의 순이익은 3.6% 상승한 반면, 한국은 8.5% 줄었다. 자기자본은 선진국이 6.7% 증가에 그친 반면, 한국은 20.5%나 증가했다. 즉, 한국은 최근 3년간 순이익은 줄고, 자기자본은 더 큰 폭으로 늘어났다. ROE가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도다.

자본은 소위 '밑천'이다. 밑천이 더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은 줄었다는 것은 한국 기업들이 선진 기업들에 비해 자기자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물론 과거만큼 수출이 안되고 내수가 부진해서 이익이 줄어든 탓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어디 한국만의 문제랴. 저환율이라는 패널티를 제외하고 본다면, 선진 기업들이 하고 있는 일을 한국 기업들이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대표적인 것이 배당과 자사주매입이다. 글로벌 경기 부진에 의해 매출 성장을 통한 이익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선진 기업들은 배당과 자사주매입이라는 재무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배당은 고여있는 자기자본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이다. 배당수익률이 좋아지고 ROE가 개선된다.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게 되면 주식수와 자기자본이 줄어들게 돼 그만큼 주당순이익과 ROE를 높이는 효과를 가진다. 2010년 이후 코스피(KOSPI)에 속한 기업들의 총배당금은 19.7% 줄어든 반면, S&P500에 속한 기업들의 그것은 48.3%나 늘었다. 자기자본은 한국이 더 많이 늘었는데 말이다.

우리의 앞길에 놓인 매크로 환경이 저성장, 저금리 국면임을 누구나 걱정하고 있다.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교역 성장과 내수 활성화 시기는 다시 오기 어렵다. 기업 스스로가 자기자본을 보다 스마트하게 활용하지 않으면 자본수익률의 차별적인 부진은 지속될 것이다. 자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의 주주가 되고 싶은 투자자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배당과 자사주매입만 활성화시키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지만, 이런 재무적 활동의 확대가 쉽게 나타나지 않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업지배구조다.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주주가 적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면, 굳이 배당을 확대할 이유는 없다. 자사주매입을 할 수 있겠지만 향후 지주회사로의 체제 전환이나 승계 구도에 활용할 목적이기 때문에 이를 소각하지 않는다.

자기자본수익률의 회복이 관건이고, 이를 위해 배당과 자사주매입이 키워드가 될 수 있지만 투자자들은 상기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배당과 자사주매입은 앞으로도 메인 테마로 자리잡겠지만 기업지배구조와 대주주의 배당 수요, 그리고 해당 기업의 라이프사이클과 현금흐름 등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