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어 공부기②]
중1때 생전 처음 A, B, C 알파벳 배우기 시작해서 I am Tom, You are Jane부터 시작했다. 교재는 교과서와 자습서가 전부. 그러다 중2때 영어 잘하는 중3형의 자랑질을 듣다가 안현필의 ‘영어실력기초’라는 책을 최초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혼자서 알아서 하는 공부이므로 자기주도학습인 셈.
그런데 저자 안현필은 정말 재미있는 분인 듯. 온갖 잔소리 수다를 책 구석구석에 코너를 만들어 빼곡이 적어 놓았다. 영어공부는 이렇게 하는 거다, 저렇게 하는 거다 잔소리. 그리고 영어 유머, 조크로 구석 구석마다 코너를 만들어 놓아서 처음에는 본문은 안 읽고 이런 것만 끝까지 다 찾아 읽었다. 그 다음 전체적으로 죽 공부하니 기본적인 문법 공부가 되었다.
다음에 접한 것이 성경책...이 아니라 ‘성문기본영어’. 이거야 설명이 필요 없는 책. 이걸 중학교 마칠 때까지 4번은 반복해서 본 듯하다. 당시 안현필님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잔소리한 영어공부법을 충실하게 따랐는데 그게 뭔고하니 반복을 통한 암기다. 단어, 숙어를 외울 때 일단 외운 후 뜻을 가리고 어휘를 맞춰 보다가 생각 안 나는 것에는 바를 정(正)자로 표시한다. 나중에 다시 또 해보다가 생각 안 나면 두 개째 표시.
이렇게 5번을 반복하다 보면 바를 정자 다섯 획이 전부 표시될 정도로 생각 안 나는 어휘는 거의 없음을 알게 된다. 처음 한번에 외워지는 것은 어차피 잘 외워지는 것이므로 다음번에는 표시된 것 위주로만 다시 외운다. 이걸 반복하다 보면 결국은 취약한 어휘만 무한 반복하게 된다. 나중에 심리학책을 보다 보니 인간의 기억곡선에 정확히 부합하는 이론이다. 위대한 안선생님.
고등학교 들어갔더니 이제는 다들 성문종합영어를 공부해야 된다고 했다. 그래서 시작은 했는데 이건 성문기본영어보다 2배는 양이 많고 뭐가 잡다했다. 이렇게 세세하게까지 알아야하나 생각도 들고. 재미도 없었다. ‘영어실력기초’나 ‘성문기본영어’는 상당히 원칙 위주고 단촐해서 전체 체계가 머리에 잘 들어오는데 ‘성문종합영어’는 본고사 시절 일부러 틀리라고 내는 궁벽한 예외에 해당하는 문제들을 많이 다루고 있다보니 이건 도대체 머리에 하나의 체계로 단순하게 들어오지가 않는 느낌? 문법상 원칙은 이건 데 이런 예외가 있고, 다시 예외의 예외가 또 있고..
성미 급한 B형인 필자로선 이쯤되면 아 어쩌라고! 버럭! 하게 되는 거다. 그냥 원칙만 정확히 알고 예외는 그때그때 시험 앞두고 벼락치기하자고 속편하게 정리한 후 집어치웠다. 결국 성문종합영어는 앞부분 대명사 파트까지만 보고 끝. 그 다음부터는 교과서와 자습서, 문제집 풀이로 대입까지 시종했는데 대입 학력고사 영어시험은 다 맞았다. 결국 성문기본영어만으로도 대입에 아무 문제 없었다는 결론.
대입이 문제 아니라 나중에 뒤늦게 해외연수 준비하느라 토플치고, 하버드 로스쿨에 가서 젊은 미국학생들과 같이 수업 듣고, 시험 치고 논문 쓰고 하며 1년을 보낸 모든 과정이 모두 성문기본영어를 토대로 이루어진 거다. 성문기본영어만으로도 영문법 및 어휘 뼈대 잡는 것에는 아무 문제 없다고 본다.
여러 이유로 여러 잡다한 교재를 공부하고 여러 학원을 전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혼자서 가장 기본적인 문법, 어휘를 담은 책 하나를 5번 정독하며 꼼꼼히 암기했더니 결과적으로 인간의 기억곡선에 최적화된 반복학습이 이루어져 대뇌에 오래오래 저장된 기본 골조는 남아 있었던 거다. 거기에 부가적인 추가 정보는 벼락치기로 그때 그때 입력하면 기본 골조 어디에 가서 붙는 거고.
그렇다고 책 써서 이미 재벌 된 송성문 선생 도와드리려고 이런 소리 하는 건 아니옵고, 꼭 ‘성문기본영어’가 아니라 무슨 책이든 기본적인 내용 충실히 담긴 책 하나를 집요하게 반복학습하여 통째로 외우다시피 하는 것이 잡다하게 여러 가지 공부하는 것보다 투입 비용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얘기하는 것이다. 소화 가능한 분량의 정보를 반복적으로 주입하기.
중1때 생전 처음 A, B, C 알파벳 배우기 시작해서 I am Tom, You are Jane부터 시작했다. 교재는 교과서와 자습서가 전부. 그러다 중2때 영어 잘하는 중3형의 자랑질을 듣다가 안현필의 ‘영어실력기초’라는 책을 최초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혼자서 알아서 하는 공부이므로 자기주도학습인 셈.
그런데 저자 안현필은 정말 재미있는 분인 듯. 온갖 잔소리 수다를 책 구석구석에 코너를 만들어 빼곡이 적어 놓았다. 영어공부는 이렇게 하는 거다, 저렇게 하는 거다 잔소리. 그리고 영어 유머, 조크로 구석 구석마다 코너를 만들어 놓아서 처음에는 본문은 안 읽고 이런 것만 끝까지 다 찾아 읽었다. 그 다음 전체적으로 죽 공부하니 기본적인 문법 공부가 되었다.
다음에 접한 것이 성경책...이 아니라 ‘성문기본영어’. 이거야 설명이 필요 없는 책. 이걸 중학교 마칠 때까지 4번은 반복해서 본 듯하다. 당시 안현필님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잔소리한 영어공부법을 충실하게 따랐는데 그게 뭔고하니 반복을 통한 암기다. 단어, 숙어를 외울 때 일단 외운 후 뜻을 가리고 어휘를 맞춰 보다가 생각 안 나는 것에는 바를 정(正)자로 표시한다. 나중에 다시 또 해보다가 생각 안 나면 두 개째 표시.
이렇게 5번을 반복하다 보면 바를 정자 다섯 획이 전부 표시될 정도로 생각 안 나는 어휘는 거의 없음을 알게 된다. 처음 한번에 외워지는 것은 어차피 잘 외워지는 것이므로 다음번에는 표시된 것 위주로만 다시 외운다. 이걸 반복하다 보면 결국은 취약한 어휘만 무한 반복하게 된다. 나중에 심리학책을 보다 보니 인간의 기억곡선에 정확히 부합하는 이론이다. 위대한 안선생님.
문제 풀 때도 처음 풀 때 틀린 것에 표시한 후, 다음번에는 틀린 것만 다시 풀고를 반복했다. 정말로 바를 정자 표시하며 5번을 반복하여 성문기본영어에 나오는 어휘들을 공부했더니 30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이 날 정도다. 이렇게 한 책을 반복학습한 이유는 당시에는 요즘처럼 오만 책이 난무하지도 않았고, 꼭 봐야한다는 책이 많지도 않았고, 또 있다 한들 그걸 다 살 돈도 없었고.
고등학교 들어갔더니 이제는 다들 성문종합영어를 공부해야 된다고 했다. 그래서 시작은 했는데 이건 성문기본영어보다 2배는 양이 많고 뭐가 잡다했다. 이렇게 세세하게까지 알아야하나 생각도 들고. 재미도 없었다. ‘영어실력기초’나 ‘성문기본영어’는 상당히 원칙 위주고 단촐해서 전체 체계가 머리에 잘 들어오는데 ‘성문종합영어’는 본고사 시절 일부러 틀리라고 내는 궁벽한 예외에 해당하는 문제들을 많이 다루고 있다보니 이건 도대체 머리에 하나의 체계로 단순하게 들어오지가 않는 느낌? 문법상 원칙은 이건 데 이런 예외가 있고, 다시 예외의 예외가 또 있고..
성미 급한 B형인 필자로선 이쯤되면 아 어쩌라고! 버럭! 하게 되는 거다. 그냥 원칙만 정확히 알고 예외는 그때그때 시험 앞두고 벼락치기하자고 속편하게 정리한 후 집어치웠다. 결국 성문종합영어는 앞부분 대명사 파트까지만 보고 끝. 그 다음부터는 교과서와 자습서, 문제집 풀이로 대입까지 시종했는데 대입 학력고사 영어시험은 다 맞았다. 결국 성문기본영어만으로도 대입에 아무 문제 없었다는 결론.
대입이 문제 아니라 나중에 뒤늦게 해외연수 준비하느라 토플치고, 하버드 로스쿨에 가서 젊은 미국학생들과 같이 수업 듣고, 시험 치고 논문 쓰고 하며 1년을 보낸 모든 과정이 모두 성문기본영어를 토대로 이루어진 거다. 성문기본영어만으로도 영문법 및 어휘 뼈대 잡는 것에는 아무 문제 없다고 본다.
여러 이유로 여러 잡다한 교재를 공부하고 여러 학원을 전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혼자서 가장 기본적인 문법, 어휘를 담은 책 하나를 5번 정독하며 꼼꼼히 암기했더니 결과적으로 인간의 기억곡선에 최적화된 반복학습이 이루어져 대뇌에 오래오래 저장된 기본 골조는 남아 있었던 거다. 거기에 부가적인 추가 정보는 벼락치기로 그때 그때 입력하면 기본 골조 어디에 가서 붙는 거고.
그렇다고 책 써서 이미 재벌 된 송성문 선생 도와드리려고 이런 소리 하는 건 아니옵고, 꼭 ‘성문기본영어’가 아니라 무슨 책이든 기본적인 내용 충실히 담긴 책 하나를 집요하게 반복학습하여 통째로 외우다시피 하는 것이 잡다하게 여러 가지 공부하는 것보다 투입 비용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얘기하는 것이다. 소화 가능한 분량의 정보를 반복적으로 주입하기.
리스닝(listening), 스피킹(speaking)은 해 볼 기회 자체가 거의 없었으니 바닥 실력이었으나 문법, 어휘 실력은 나름 기본이 잡혔고, 독해력은 워낙 책벌레다 보니까 영어든 국어든 텍스트를 빨리 읽고 저자의 의도를 이해하는 능력은 괜찮았다고 생각된다. 특히 영어 독해력이 급신장한 것은 부잣집 친구들이 학교에 가져 온 플레이보이, 펜트하우스, 허슬러 등 훌륭한 미국 저널(?)들을 발견한 후다.
처음에는 사진만 보다가 기사에 뭐 자극적인 것이 없나 하고 눈에 불을 켜고 속독하기 시작했다. 특히 보물창고는 허슬러의 독자투고란으로, 전세계 독자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적나라하게 자랑하는 란이었다. 당시 엣센스 영한 사전이 닳도록 온갖 교과서에 절대 안 나오는 어휘들을 찾다가 여성의 성기를 일컫는 어휘가 참으로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농담만은 아닌 것이 요즘 같이 고교생이 타임, 뉴스위크 보는 시대가 아니었던 당시로서는 유명 작가의 단편도 실리곤 하던 플레이보이 같이 수준 높은 영문 잡지를 속독으로 읽는 버릇이 든다는 것은 상당한 실력향상이었다고 본다.
라이팅(writing)은 거의 기회가 없었는데, 중3때 영어도 못하는 주제에 호주 금발여학생과 펜팔을 시작한 덩치 큰 친구 녀석의 시라노가 되어 편지 대필을 한동안 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 그때 록그룹 U2를 처음 알게 되었다. 필자가 비틀즈 얘기 써 보내면 U2가 최고라고 해 대는 그녀 덕에.
고등학교 들어가서는 아는 선배들의 꼬임에 빠져 영자신문반에 가입했는데, 그 덕에 영작문을 할 기회가 3년간 딱 세 번 정도 있었다. 1년에 한번 축제 때 내는 영자신문인데, 1학년 때 뭐 작은 기사 하나 쓴 것 같고, 2학년 때는 그래도 공부 잘한다고 떠 맡아서 무려 사설을 썼는데, 학교를 사랑하자 어쩌구 하는 정말 어용의 극치인 하나마나한 소리를 썼으니 필자답지 못한 타협이었다.
사설 외에 하나 글을 더 썼는데, 영문학의 걸작인 계관시인 테니슨 경의 이노크 아든(Enoch Arden)에 대한 감상문이었다. 나름 글재주를 발휘하여 아름답게 쓴 것으로 기억하는데, 굳이 이런 걸 쓴 속내는 축제 때 올 타학교 여학생들에게 이걸로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여학생들은 브레이크 댄스 추는 애들 보느라 정신 없어서 나눠준 영자신문은 바닥에 깔고 앉는 용도로만 사용되었다. 난파되어 표류한 선원 이노크가 천신만고 끝에 고향에 돌아와보니 사랑하는 아내는 재혼하여 단란한 가정을 꾸미고 있기에 아내의 행복을 위해 쓸쓸히 돌아서는 자기희생의 이야기인 ‘이노크 아든’에 대한 심혈을 기울인 영작문은 여학생들의 아름다운 둔부를 바닥의 냉기와 더러움으로부터 안온하게 보호하는 용도로 쓰인 것이다.
더욱 웃픈 것은 영어선생님조차 그 글을 읽지 않았고, 유일하게 그 글을 읽고 코멘트한 분은 노총각 불어 선생님. 고등학생이 이노크 아든을 읽다니 대단하다고 지나가듯 칭찬을 해 주셨다.
그런데 세상의 진실엔 항상 이면이 있는 것. 선생님은 필자가 영시로 그걸 읽었다고 생각해서 대단하다 여긴 것인데, 진실은 이렇다. 당시 필자는 밤마다 만화가게에서 순정만화 삼매경에 빠져있었는데 이노크 아든을 원작으로 한 국내 작가의 순정만화를 읽고는 감동한 거다. 그런데 그 만화 말미에 ‘이노크 아든’을 원작으로 각색했다는 말이 한 마디 있었다. 그 기억이 있는 상태에서 축제에 발간될 영자신문 글을 맡아 뭘 쓸까 하다가 여학생들이 좋아하는 작품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원작 ‘이노크 아든’에 관한 배경지식만 조금 덧붙여서 사실상 그 순정만화의 감상문을 쓴 것.
하지만 ‘이노크 아든’을 읽고 눈물 흘리는 청순한 문학 소녀 따위는 옛날 청춘영화에나 나오는 클리셰. 실제로 그런 걸 읽는 분은 노총각 불어 선생. 과분한 칭찬에 대한 양심의 가책으로 필자는 “아니에요. 그냥 어떻게 줄거리만 알게 되어 좋은 것 같아 썼을 뿐예요”라고 자백했더니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짜식, 겸손한 척 안 해도 돼 임마.” 세상은 알고 보면 이런 식으로 허술하게 돌아간다는 불편한 진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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