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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알아듣기/영어한마디

[나의 영어공부기③] 대학 시절부터 판사 되기까지

[나의 영어공부기③] 대학 시절부터 판사 되기까지

이 긴 기간 동안 영어공부는 완전히 중단되었다. 그 흔하디 흔한 토플 학원 한번 가 본 적 없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결과 고3때 영어실력을 정점으로 이후 영어실력이 급전직하하여 중2 수준으로 복귀하고 말았다.

사법시험 1차시험도 문제 풀이 위주로 대비하기 쉬운 불어로 쳤다. 초임 배석판사 시절 모신 부장판사님(컬럼비아 로스쿨 석사)이 출퇴근 때 늘 워크맨으로 영어공부하는 걸 보면서도 소 닭 보듯 무관심했다. 그러다보니 생전 처음 외국에 나가 본 신혼여행 때 하와이에서 햄버거 주문도 잘 못하고 렌터카 빌릴 때도 버벅대고. 결국 영어 잘하는 색시가 수습해 주곤 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굴욕은 ‘돌려주다’가 영어로 무엇인지 생각 안나서 마나님에게 물으니 ‘return?'하며 진심으로 어이 없어 하던 표정... 완벽하게 중2 이전으로 영어 실력이 회귀했다.

영어 리스닝 실력이 향상된 최초의 계기는 바로 미드 ‘프렌즈’라고 사료된다. 케이블TV에서 우연히 보기 시작한 이 미국 드라마에 부부가 모두 중독되어 그 길디 긴 시리즈를 3회독 정도 한 것 같다. 물론 한글 자막만 뚫어지게 보면서 보았지 영어공부할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워낙 집중해서 보고 또 보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얘들 말하는 게 들려오기 시작하고 대사가 입에 붙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무식한 캐릭터인 조이가 뻔한 소리를 해 놓고는 대단히 함축적인 말이라도 한 양, “You know what I mean?” 하니, 똑똑한 모니카가 레이첼과 눈빛을 교환 후, “Joy, we always know what you mean.”이라고 답하는 씬 등의 운율이 재밌다고 느꼈다. 연기들이 좋아서 대사의 합이 잘 맞았다. 한글 자막 없이 영어공부 목적으로 본 미드는 아무 것도 없다. 일단 재미가 공부보다 먼저기 때문에. 프렌즈 후에는 괴짜 미국 변호사들 이야기인 앨리 맥빌 중독으로 옮아갔다.

영화광이었으므로 헐리웃 영화도 엄청 많이 보았고, 그러다보니 미국 말투, 미국 문화 자체에 대해 익숙해진 면이 많았다. 이처럼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그 나라의 문화 자체에 익숙해지는 것이 언어 습득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본다. 어릴 때부터 팝, 록음악 중독이었고, 그 배경이 되는 역사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특히 60년대 히피즘 시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평생 해외 한 번 못나가 본 극동의 개발도상국 청소년이 짐 모리슨 일대기인 ‘도어스’ 같은 영화를 보며 근본 없는 묘한 향수에 젖게까지 되곤 했다. 간접경험이 축적되다 보니 마치 실제로 그 시대를 살았던 것 같은 대체기억이 형성된 것이다.

대학에 가 보니 여자친구에게 차이고도 “이게 다 미국놈들 때문이야!”라고 외치던 학형들이 많았는데 이들 관점으로 보면 나 같은 경우가 전형적인 주변부 식민지의 문화 종속의 예일 것이나, 그들이 뭐라 분석하든 소년 시절의 내게 120분짜리 공테이프에 정성껏 녹음하여 듣던 짐 모리슨, 제니스 조플린, 지미 헨드릭스는 답답한 현실과 대비되는 그리스 신화적인 영웅이었고, 혁명의 시대, 반문화의 시대였던 미국의 1960년대는 불만 가득한 개도국 소년의 1980년대이기도 했다. 그게 예술의 보편성인 것이다.

여담이지만, 대학 때 기타를 배운 후 별로 잘 치지도 못하는 주제에 작업 도구로 써먹곤 했다. 강촌 기차역에 가면 절벽에 매달린 ‘윌’이라는 분위기 좋은 라이브 까페가 있었는데, 썸녀를 데려가서 앉혀 놓고 익스트림의 ‘More than words'를 기타 치며 노래 불러준다든지 하는 수법이다. 어? 이 까페 기타가 있네 하며 무심한 듯 시크하게 시작하는 것이 포인트(진실은 3주간 맹연습).

그런데 당시 대학가에 민중가요책은 넘쳐나고 있었으나 내가 좋아하는 팝음악 악보는 부족했다. 그래서 음악을 들으며 코드만 대충 따서 치기도 했는데, 하루는 배리 매닐로우의 팝재즈 명반 ‘2:00AM Paradise cafe'에서 세 곡(paradise cafe, where have you gone, when October goes)의 코드를 따 보려고 과방에 앉아 워크맨을 틀어 놓고 듣고 있었다. 그랬더니 잠시 후 한 후배 녀석이 들어오며 “적성국가 노래가 들려서 타격하러 왔습니다”라며 개그 아닌 개그를... 뭐 여튼 그런 시대였다.
....자꾸 옆길로 새서 죄송하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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