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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재테크

음식 장사나 할까? 그렇게 시작하면 망한다

김창민 사장이 가장 경계하는 말은“식당이나 해볼까”다. 식당만큼 하기 어려운 사업도 없다고 주장하는 김 사장은“조리부터 서빙까지 모든 걸 직접 할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라”고 했다. / 이명원 기자
'신발 분실 시 책임지지 않습니다.' 식당에서 흔히 보는 안내문에 그는 분노한다. "손님이 신발을 잃어버렸는데 어떻게 식당에 책임이 없나. 고객을 맞이하는 기본자세가 아니다."

배추값이 비싸지면 김치 한 접시도 인색해지는 식당에 그는 흥분한다. "배추값이 쌀 때는 손님에게 김치를 따로 싸주기라도 하나? 김치가 '금치'가 될수록 식당에서라도 맘껏 드시라고 더 넉넉히 내야 한다."

최근 '식당, 이렇게 하면 빨리 망한다'(다음생각)란 책을 펴낸 대구 금산삼계탕 김창민(54) 사장은 "저희 가게는 신발장 앞에 CCTV를 설치하고 칸마다 열쇠를 달았다"고 했다. "식당의 시작과 끝은 손님이니 손님을 어떻게 위해야 할지를 먼저 생각해야 성공한다." 1991년 개업한 금산삼계탕은 대구에서 가장 인기있는 삼계탕집이다. 한 그릇에 1만3000원인데 복날이면 하루 4000그릇을 판다.

삼계탕으로 성공하기까지 그는 대한민국에서 팔 수 있는 건 모두 팔아본 사람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졸업장 받자마자 밥벌이에 나섰다. 동생이 배고파 칭얼거리는 걸 보고 무작정 뛰쳐나와 덤벼든 게 '아이스케키' 장사였다. 찹쌀떡, 껌, 신문 배달, 중국 음식 배달, 구두닦이, 구두 팔이, 손수레 커피, 삶은 계란, 단팥죽 등으로 이어졌다. 쉽게 버는 돈의 유혹에 빠져 휘발유에 톨루엔을 섞은 '가짜 휘발유' 장사를 하다가 화상을 입고 죽다 살아난 적도 있다. 그러다 '집에 먹을 게 떨어질 일은 없을 것 같아서' 시작한 것이 음식 장사였다. 그래서 김 사장은 말한다. "저처럼 잘 모르면서 '음식 장사나 할까' 하는 생각에 시작하는 분들은 혼이 좀 나야 한다." 40년 산전수전 끝에 얻은 결론이었다.

―직장 그만두거나 은퇴하면 식당을 해보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먼저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나는 주방에 사람이 없으면 음식도 하고 홀에서 서빙도 하고 주차 안내도 할 수 있는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하겠다는 각오가 없으면 식당은 아예 생각도 말라. 가장 위험한 은퇴자는 2억~3억원 가진 분들이다. 그 정도 받은 분들은 회사에서 어느 정도 올라섰던 분들이다. 밑바닥에서 죽기 살기로 시작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문 열면 지인들이 와주겠지' 기대한다. 착각이다. 와도 한 번 오고 그만이다."

―책에서 카지노보다 식당이 더 어렵다고 주장했는데.

"평균적으로 카지노에 10명 들어가면 2명은 따고 2명은 본전, 나머지는 잃고 나온다고 한다. 식당은 그보다도 못하다. 길게 마음먹어야 이긴다. 일단 열었다가 권리금만 받고 팔려고 하면 무조건 망한다. 손님은 귀신이다. 그런 식당은 단박에 알아본다."

―그러면 어떤 자세로 시작해야 할까?

"인도에 가서 숯불갈비로 성공하겠다는 자세가 돼야 한다. '소고기 안 먹는 인도에서 웬 갈빗집이냐' 싶을 것이다. 하지만 소고기 안 먹는 것은 힌두교도일 뿐 무슬림은 먹는다. 인도 인구가 12억명이고, 무슬림이 13%로 약 1억500만명이다.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다. 먹는 장사라고 막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철저히 따져보고 덤벼야 한다."

―식당이 잘 되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첫째도 목, 둘째도 목이다. 어디서 여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부동산이나 전문가의 컨설팅에 의존하면 안 된다. 직접 고르라. 일단 되겠다 싶은 곳을 찍고, 적어도 보름은 앞 골목에 봉고차를 세워두고 들어앉아서 관찰하라. 그 가게에 몇 명이 들어가는지, 도시가스를 쓰는지 등등 다 알아야 한다. 간혹 오래된 가게 중에 목이 좋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그 가게도 처음에는 좋은 목이었는데, 재개발 등으로 동네가 변해서 그래 보이는 것이다."

―성공 비결을 잘 알고 있으니, 더 확장을 해도 될 텐데?

"제가 이 분야에서는 선수급 지나 감독급이다. 그런데도 망할 수 있는 게 식당이다. 그래서 어렵다는 것이다. 4년 전 파주 분점을 제가 절반 투자해서 열었다. 목 분석도 당연히 했다. 맛있었고 영업도 열심히 했다. 어느 날 대기업 공장이 약간 떨어진 곳에 들어섰다. 근처 식당이 다 옮겨갔다. 뒤따라 가지 않다가 결국 최근에 문을 닫았다. 남은 건 그릇뿐이었다."

삼계탕
―홈페이지에 삼계탕 조리법을 공개했다. '며느리도 모르는 비법' 정도는 있어야 손님이 드는 것 아닌가?

"이제 비법으로 손님 끄는 시대는 갔다. 100만원만 주면 유명 음식점의 조리법을 고스란히 알아내 주는 전문 회사도 있다. 돈 주고 식당만 고르면 그 맛을 낼 수 있다. 며느리도 모르는 비법이 알고 보면 미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나."

―공개한 조리법에서 '소량의 미원과 다시다가 들어간다'고 밝혔다. 손님이 떨어질까 두렵지 않았나?

"17년 전 홈페이지 열었을 때부터 밝혔는데 손님이 전혀 줄지 않는다. 인공조미료(MSG) 안 쓰는 집이 과연 몇 군데나 될까? 짬뽕 국물 맛을 MSG 없이 낼 수는 있다. 관자와 조개 등을 넣고 오래 끓이면 되지만 그 재료와 그 시간이면 한 그릇에 2만5000원은 받아야 한다. 그 가격에 짬뽕이 팔리겠나. 맛을 위해 MSG를 소량 넣고 정당하게 밝히면 손님이 알고도 선택한다."

금산삼계탕의 '정직한' 맛에 대해 자랑하는 김 사장에게 "그러면 금산삼계탕이 제일 맛있느냐"고 물었다. 의외로 그는 "저희 집보다 더 맛있는 곳이 있다"며 "서울 호수삼계탕의 걸쭉한 국물과 서비스로 나오는 통오이는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고 말했다.

―맛있는 삼계탕집은 다른 곳과 무엇이 다른가?

"그날 잡은 닭을 쓴다. 저같이 이 일을 오래한 사람은 보자기 아래 감춰놓은 닭을 슬쩍 만져만 봐도 냉동했다 얼마 만에 녹였는지 대부분 맞힌다. 먹어보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렇게 간단한데 맛없는 삼계탕집은 왜 생기나?

"입장을 바꿔 배달업자라고 치자. 어디에 가장 먼저 갖다주겠나. 유명한 집이다. 새벽부터 배달을 돌다 보면 유명세가 처지는 식당은 오후 4시나 돼야 도착한다. 당연히 고기 맛이 떨어진다. 신선육을 공급받는 것도 능력이다. 그래서 식당업이 전쟁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