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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던 기초연금 공약 수정과 관련해서 지난 대선기간 공약을 믿고 투표했던 기초연금수령 대상인 노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오후 한 노인이 폐지를 모아 고물상으로 나르고 있는 모습.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
노인빈곤 실태 살펴보니
65살이상 소득수준 최하위권
‘돈 없는 노년’…자살률도 1위
노인위한 복지지출 꼴찌 수준
“보편적 사회안전망이 해결책”
박근혜 정부가 기초연금의 보편적 지급이라는 대선 공약을 내팽개치고 선택적 지급으로 방향을 굳히면서 기초연금 제도의 효용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된다. 세계의 먹고살 만한 나라 가운데 꼴찌를 달리고 있는 한국의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의미가 없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빈곤의 벼랑에 내몰린 한국 노인들의 처참한 상황을 보여주는 유력한 지표는 노인 자살률이다. 60살 이상 노인들의 열악한 삶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노인 자살률은 2011년 현재 10만명당 77.9명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국내 전체 연령의 평균 자살률이 10만명당 32명인 점을 고려해도 노인층의 생활고와 정신적 위기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높은 자살률 뒤에는 빈곤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오이시디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65살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이 중위소득(전체 소득자를 일렬로 세웠을 때 정확히 가운데 있는 사람의 소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들의 비율(노인 빈곤율)이 2009년 45.1%에 이르렀다. 오이시디 가입국 평균인 13.3%의 3배 수준이다. 선진국의 경우 노인 100명 가운데 13명이 빈곤 상태에 있다면, 우리나라는 노인 100명당 45명이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국의 65살 이상 노인의 소득 수준은 오이시디 가입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지난 7월 펴낸 ‘국제 비교를 통해 본 한국 노인의 소득분배와 빈곤의 실태’ 보고서를 보면, 한국 노인가구의 평균소득은 전체 가구 평균소득의 66.7%로, 30개국 가운데 최하위인 아일랜드(65.9%) 다음으로 낮다.
한국 노인의 소득이 유난히 낮은 이유는 고령사회에 대비한 사회안전망을 갖추지 못한 탓이다. 대부분의 오이시디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공적연금제도가 미성숙한 단계다. 프랑스의 경우 노인 소득 중 ‘공적 이전소득’(연금 등 정부기관으로부터 무상으로 얻는 수입) 비중이 86.7%나 되지만 한국은 15.2%에 불과하다.
게다가 노후에 받게 되는 국민연금으로는 대다수 노인들이 안정된 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소득대체율이 낮다. 이는 극빈층뿐만 아니라 대다수 노인들에게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2007년 국민연금법이 개정되면서 60%였던 소득대체율이 2008년부터 해마다 0.5%포인트씩 낮아져 2028년에는 40%까지 내려간다. 소득대체율은 연금보험료를 40년 동안 냈을 때를 가정한 것인데, 우리나라 국민들은 보통 23~25년가량만 가입하기 때문에 소득대체율은 더 낮아진다.
우리나라 노인의 소득 가운데 직접 노동력을 팔아 수입을 얻는 근로소득의 비중은 58.4%로, 오이시디 국가(평균 21.4%) 가운데 가장 높다. 공적연금 수령자가 적고 수령액도 많지 않은 탓에 생계를 위해 계속 일을 해야 하는 노인이 많다는 뜻이다.
김남희(변호사) 참여연대 복지노동팀장은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대신 기초연금으로 이를 받쳐줘야 하는데, 소득수준에 따라 기초연금을 받게 하면 국민연금을 적게 받는 중저소득층의 빈곤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또 앞으로 소득대체율이 낮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직장인 가운데 소득이 낮은 이들은 노후에 국민연금을 받더라도 빈곤층을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원섭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지난달 ‘기초연금 도입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노인 문제는 기본적으로 높은 빈곤, 열악한 근로조건, 높은 자살률, 세대간의 불공정성 등의 다각적 문제를 포함한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지적하고 “정부는 2007년 과도한 국민연금 급여 삭감을 실시했다. 제도 개혁을 통해 급여 삭감을 보완하는 조처들이 실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