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高手들이 본 새해 세계경제 전망] [2] 루치르 샤르마 모건스탠리 신흥국 담당 대표
중국, 최대 위험국가 - 무리하게 7%대 성장 고집해
부채가 늘어나는 게 문제… 버블 붕괴 가능성 높아져
한국, 10년 뒤에도 금메달 국가 - 지난 50년간 年 5% 이상 성장
스마트폰·조선 등 다양한 품목서 한국만큼 경쟁력 갖춘 곳 없어
"지금 중국의 부채가 늘어나는 양상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의 미국이나 스페인과 같습니다. 중국이 지금처럼 과도한 부채 증가율을 유지하면 금융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의 고성장에 의존했던 신흥국 경제엔 엄청난 재앙이 되겠죠."
루치르 샤르마 모건스탠리 신흥시장 및 세계거시경제 담당 총괄 대표는 중국의 부채 버블(거품) 붕괴 가능성을 세계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로 신흥국 위기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양적 완화 축소는 이미 시장에 널리 알려진 악재로 충격파가 예상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버블 붕괴 가능성이 훨씬 심각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에서 250억달러(약 28조원)의 신흥국 투자 자산 운용을 책임지는 그는 매달 1주일 이상 신흥국을 발로 뛰며 골목골목에 숨어 있는 암시장부터 최상위 부유층의 움직임, 정치권의 동향 등 현지 상황과 투자 정보를 수집한다. 이런 현장 체험을 바탕으로 그는 지난 2012년 한국·중국·브라질 등 20여개 신흥국의 경제 상황과 전망을 예리하게 분석한 '브레이크 아웃 네이션'을 펴내 신흥국 경제 전문가로 떠올랐다.
- 신흥국에서 약 28조원의 투자금을 굴리는 루치르 샤르마 모건스탠리 신흥국 담당 대표는 중국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부채를 유지하면 금융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반면 일본 경제에 대해선 “무기력증에 빠졌던 국민이 ‘이제 바뀌어야 한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며 낙관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선 “10년 후에도 여전히 ‘금메달 국가’로 남아 있을 것”이라며 “연구·개발과 혁신을 통해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고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이태경 기자
그는 중국 경제에 대해 "성장 잠재력이 낮아졌는데도 무리하게 7%대 성장을 고집하느라 과도하게 부채가 늘어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에 따르면 중국의 총부채 규모는 111조6000억위안(약 1경9489조원)으로 2012년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15%에 달한다. 샤르마 대표는 "중국은 5년 전 1달러 성장을 위해 1달러 부채를 늘렸지만, 작년엔 1달러 성장하는 데 부채가 4달러 늘었다"면서 "성장을 위해 무리하게 부채를 늘리는 나라는 반드시 위기에 직면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빨리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에 착수하지 않으면 중국뿐 아니라 세계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면서 "특히 중국의 고성장과 선진국의 값싼 돈이라는 마약에 취해 있던 일부 신흥국이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자재 블랙홀이었던 중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동반 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어요. 이미 브라질·러시아·남아공은 지난해 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중국 경제 침체로 좋아지는 유일한 것은 원유 가격 하락일 것이다. 한국·인도·태국 같은 원유 수입국엔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샤르마 대표는 경제 위기가 나타나는 징후를 두 가지로 파악한다고 했다. 하나는 경제성장률을 뛰어넘는 부채의 증가이고, 다른 하나는 경상수지 적자의 지속이다. 그는 "GDP의 5%를 넘는 경상수지 적자가 2~3년 지속되면 반드시 경제 위기가 발생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고 말했다. 경제 위기를 예방하려면 끊임없는 구조 개혁을 통해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도 했다. 이런 관점에서 꾸준한 경제 개혁을 진행하고 있는 멕시코와 폴란드를 모범적인 국가로 꼽았다. 반면 인도는 최근 4년간 연 10%가 넘는 물가상승률로 경기 침체를 방어해왔고, 브라질은 값싼 글로벌 자금에 의존하며 구조 개혁에 소홀했기 때문에 경기 침체를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샤르마 대표는 앞으로 10년간 세계경제를 주도할 국가 중 첫째로 한국을 꼽았다. 그는 "지난 50년간 매년 평균 5% 이상의 성장률을 보인 나라는 지구상에 대만과 한국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글로벌 브랜드 가치나 수출 경쟁력에 있어 지금은 한국이 대만을 압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 경제는 올해 3.5~4%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국민소득 2만달러가 넘는 국가가 이 정도 성장하기는 무척 어렵다"고 말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떨어졌다는 우려가 많다"고 묻자 그는 "모든 경제가 성숙과 번영을 거치며 성장 속도가 느려진다. 저출산과 고령화도 어느 나라나 겪는 문제"라며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려면 연구·개발과 혁신을 통해 핵심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경제의 최대 장점은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경쟁력을 갖춘 수출 품목의 다양성이라고 평가했다. "10년 전엔 한국 수출의 3분의 2가 선진국으로 향했지만, 지금은 개발도상국으로 수출이 급증했어요. 한국만큼 스마트폰과 반도체, 조선 등 다양한 품목에서 경쟁력을 갖춘 나라도 별로 없습니다. 나는 한국이 10년 후에도 여전히 금메달 국가로 남아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샤르마 대표는 일본 경제에 대해서도 비교적 낙관적 시각을 보였다. "지난 10월 도쿄에 다녀왔는데 일본 국민의 눈빛이 달라졌어요. 20년간의 장기 침체로 무기력증에 빠졌던 일본 국민이 2010년 세계 2위의 경제 대국 지위(GDP 기준)를 중국에 내준 뒤부터 '이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기 시작한 겁니다. 지금 일본에 필요한 것은 구조 개혁인데, 일본 사회는 구조 개혁에 동의하는 분위기입니다."
☞샤르마는 누구?
250억달러 주무르며 신흥국 골목 누비는 남자
루치르 샤르마는 미국이나 영국에서 공부한 적이 없는 인도 국내파로 인도 명문 슈리람대를 졸업했다. 1996년 모건스탠리 뭄바이 사무소에 입사한 후 탁월한 성과를 인정받아 6년 만에 뉴욕사무소로 스카우트되고, 2003년 모건스탠리 신흥국 담당 공동대표로 발탁됐다. 2006년엔 신흥국담당 단독 대표로 승진해서 250억달러에 달하는 모건스탠리의 신흥국 투자 자산 운용을 총괄하고 있다. 그의 무기는 현장이다. 그는 한 달에 1주일 이상은 반드시 신흥국을 방문해 골목 상인부터 경제 전문가, 정치 지도자들을 만나 다양한 투자 정보를 수집한다. 이런 현장 경험을 담아 2012년 펴낸 '브레이크 아웃 네이션'은 뉴욕타임스로부터 "세계경제의 방향과 맥을 통찰하는 최고의 비즈니스북"이란 평가를 받았다.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뉴스위크 등 세계 주요 언론에 신흥국 경제 분석과 전망에 대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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