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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KDI "대규모 경상흑자, 내수 부진 반영된 결과"

입력 : 2013.11.12 12:00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된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는 내수 부진의 영향이 크게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다른 나라와 상품ㆍ서비스 등을 거래하고 나서 남은 손익을 나타내는 경상수지는 올해 사상 최대치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입이 부진한 데 따른 불황형 흑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최근 경상수지 흑자 확대의 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작년 하반기 이후 경상수지 흑자는 주로 내수 부진과 교역조건 개선에 기인한다"며 "올 3분기 이후 나타난 점진적인 내수 회복이 진행되면 경상수지 흑자가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690억달러를 기록하고, 내년은 500억달러 초반까지 축소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KDI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중인 1.3%(142억달러) 중 내수 충격의 기여분이 3분의 2인 0.8%(87억달러)에 달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중 3.1% 중 내수 충격 기여분은 1%(274억달러)로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이는 작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내수 부진이 경상수지 흑자 확대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KDI는 밝혔다.

원자재 수입가격 하락 등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의 기여분도 지난해 0.3%(34억달러), 올해 0.7%(64억달러)로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지표인 순상품교역조건은 수출품 한 단위를 판 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것으로 교역조건이 개선되면 실질 국민소득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반면 환율 변동과 세계 교역량 충격은 최근 경상수지 확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올들어 실질실효환율 하락에도 환율 충격이 작게 나타난 것은 환율 하락의 대부분이 경상수지 흑자 확대 등의 결과로 자연스럽게 발생한 것으로 독립적인 환율 충격은 거의 없었다고 KDI는 설명했다.

KDI는 "경상수지는 우리 경제의 소득과 내수의 격차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흑자 확대는 상대적인 내수 침체를 의미한다"며 "흑자 확대나 적자 축소는 저축이 증가하거나 투자가 감소하는 경우에 발생하는데, 이는 향후 경기에 대한 전망이 상대적으로 비관적임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다만 경상수지 흑자는 순대외자산이 증가하는 요인으로 금융안정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지표라고 덧붙였다.

내년에는 내수가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가운데 교역조건 개선 추세가 멈추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올해보다 축소된 450억~560억달러로 예상됐다. 이는 ▲세계 교역량 5% 증가 ▲교역조건 3% 악화 ▲ 실질실효환율 연평균 6% 하락 ▲내수 4% 확대를 전제로 산출된 것이다.

KDI는 "장기적으로는 경상수지는 흑자 추세를 유지하면서 그 규모는 점차 축소될 것"이라며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하되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조율하는 데 있어 흑자 규모의 변동에 지나치게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