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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미국, 정말 다 나았습니까

미국, 정말 다 나았습니까

  •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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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급점검] 5년 앓던 美경제, 회복의 신호 믿어도 되나

    증시 상승·신용등급 전망 상향… 소비 3.2% 증가, 집값도 오름세
    문제는 여전히 높은 실업률, 아직 '완전한 회복' 말하기엔…

    벤 버냉키 미국 연준 의장이 양적 완화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국제 신용평가사인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하면서 미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5년간의 부진을 털어내고 성장세를 회복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P는 10일(현지 시각)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에서 '안정적(stable)'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S&P가 지난 2011년 8월 재정 적자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추면서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평가한 후 1년 10개월 만이다.

    위기의 발단이 됐던 미국 주택 시장은 1년 넘게 가격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또 주택 거래량도 늘어 본격적인 회복이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주가는 지난 3월에 금융 위기 이전의 최고치(2007년 10월)를 경신한 후로도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2012년에도 연초의 낙관적 분위기가 중반에는 더블딥(이중의 경기침체) 우려까지 나올 정도로 급속히 얼어붙은 경험을 돌이켜보면 과연 2013년은 다를 것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가계 재무 개선이 소비 회복 동력

    올 1분기 GDP(국내총생산) 통계를 보면 소비가 3.2% 증가하여 전분기보다 증가 폭이 커지면서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가계의 소비 지출은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고 있고 수요 증가는 기업의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소비가 회복된다는 것은 미국 경제에 좋은 신호이다.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가계의 재무 건전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금융 위기 이후 미국 가계는 부채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2012년 미국 가계의 부채는 처분 가능 소득의 107.9%로 위기 이전인 2007년의 130.7%에서 감소했다. 여기에 연준의 초(超)저금리 정책과 양적 완화 정책으로 금리가 하락하여 가계가 처분 가능 소득에서 부채 상환에 지출하는 금액의 비중이 2007년 4분기 14.0%에서 2012년 4분기에는 10.4%로 떨어졌다.

    
	미국 실업률 그래프
    그래픽=김현지 기자
    주택 가격이 반등함에 따라 가계의 자산 상태도 개선되고 있다. S&P·케이스-실러 지수 기준으로 20대 도시의 주택 가격은 2012년 4월부터 오름세를 지속하여 2013년 3월까지 10.9% 상승했다. 주택 가격 상승에 힘입어 가계가 보유한 부동산 가치는 2012년 8.7% 증가한 반면, 가계의 부채 상환(디레버리징)이 지속하면서 모기지 채무는 2.4% 감소했다. 그 결과 부동산 자산에서 모기지 부채를 차감한 순자산은 25% 증가했다. 여기에 주가도 상승해서 금융자산과 부채까지 포함한 가계 순자산은 2012년에 9% 증가했다. 가계 순자산 증가로 '부(富)의 효과'가 소비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높은 실업률 등 걸림돌은 여전

    그렇다고 해서 미국 경제가 장밋빛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먼저 고용사정 개선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2013년 4월 실업률은 7.5%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았던 2009년 10월의 10.1%에서 크게 개선되긴 했지만 위기 이전의 4~5%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

    비(非)농업 부문의 고용 증가속도도 아직 기대에 못 미친다. 2013년 1~4월 중의 월평균 일자리 증가 수는 19만5000개인데 이는 2012년 4분기의 20만9000개보다 소폭 줄어든 것이고, 특히 3~4월만 보면 15만1000개로 더욱 적다. 특히 16세 이상 인구에서 일자리를 가진 인구의 비중을 나타내는 고용률은 하락세가 지속하고 있다. 금융 위기 이전 66% 수준이던 고용률은 2012년 63.7%로 떨어졌고 2013년 4월에는 63.3%로 더 낮아졌다. 이처럼 고용이 불안한 상황에서는 가계소득이 안정적으로 증가하기 어려워 소비는 물론 주택 시장 회복을 제약할 것이다.

    재정 긴축 역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13년부터 급여세와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가 인상되면서 1분기 가계의 실질 처분 가능 소득은 2% 감소했다. 가계는 저축률을 2012년 4분기 5.3%에서 2013년 1분기 2.3%로 낮추어 세금 인상의 충격을 일부 흡수했으나 앞으로 다시 저축을 늘리면서 소비 증가세가 억제될 수 있다. 또 3월부터 발효된 예산 강제감축 조치인 시퀘스터는 시차를 두고 정부 지출을 감소시킬 것이기 때문에 영향을 속단하기는 어렵다.

    성급한 낙관은 경계해야

    유럽은 경기 침체를 지속하고 있고 중국은 성장 둔화를 걱정하고 있다. 일본은 오랜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으나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몇 달간 미국 경제가 보여준 회복의 조짐들은 좋은 소식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미래를 낙관하기에는 아직 성장 기반이 취약하고 위험 요소가 많다. 미국 경제는 재정 긴축의 영향이 완화되는 하반기에 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회복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