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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식

1분기 '철강공룡'은 헉헉, 중소형사는 호전…승자 독식 끝나나?

철강 산업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1분기 실적을 집계한 주요 철강사의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몸집이 작은 철강회사들이 빠른 회복세를 보여 그 동안 승자독식이 이어지던 철강업계에 새 바람이 불 것인지 주목된다.

20일 포스코(005490) (324,000원▲ 1,000 0.31%)와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동국제강(001230) (12,300원▲ 50 0.41%), 동부제철(016380) (3,380원▲ 35 1.05%)등 5대 철강사가 발표한 1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이들의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19.1% 줄어든 13조7779억원으로 집계됐다. 철강업체들의 매출이 줄어든 것은 극심한 경기 부진 때문이다. 철강사들은 건설과 조선, 자동차 산업의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자동차 산업은 그런대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건설과 조선 산업의 경우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출은 줄었지만, 이들 철강사의 영업이익은1분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5개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7939억원으로 25% 늘어났다. 일부 업체들의 경우 지난해 사뒀던 저가의 원료가 실적에 반영된데다, 원가 절감 노력이 효과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것은 지난해 적자를 냈던 동국제강과 동부제철이 모두 흑자로 돌아선 점이다.

자료 : 각사
자료 : 각사



동국제강은 지난해 노후 공장을 폐쇄하는 등의 자구 노력을 진행한 결과, 27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전환했다. 작년 1분기에는 586억원의 적자를 냈었다. 동국제강은 특히 조선 산업에서 많이 쓰는 후판(두꺼운 강판)을 주력으로 하는데, 조선 산업 불황에도 흑자를 내 업계에서는 깜짝 실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작년에는 전체 매출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었지만, 구조조정을 통해 절반 이하로 낮췄다"면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도록 설비 합리화 조치를 선제적으로 한 것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역시 지난해 210억원의 적자를 냈던 동부제철도 62억원의 흑자를 내며 실적이 반전했다. 쇳물을 만드는 원료가 되는 고철과 다른 철강회사로부터 사오는 열연 강판 등의 구매처를 다변화하면서 원자재를 싼 값에 조달하는 노력을 한 것이 주효했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올해도 건설과 조선 경기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지만, 실적은 바닥을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차그룹 계열 현대제철(004020) (75,700원▲ 100 0.13%)현대하이스코(010520) (33,400원▼ 400 -1.18%)는 1분기에 영업이익이 줄어 근심을 더했다. 현대제철은 1분기에 지난해보다 21% 줄어든 121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현대하이스코는 34% 줄어든57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철강 시황이 전반적으로 안 좋은 상황에서 지난해 사둔 원료가 상대적으로 고가였던 점이 발목 잡았다"면서 "C열연 공장 보수공사를 45일간 진행한 것도 실적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현대하이스코 관계자는 "주력 품목인 냉연 강판 가격이 1분기에 인하되며 실적이 악화했다"고 말했다.

업계 1위인 포스코는 지난해보다 23% 늘어난 581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작년에 원료를 저렴하게 사둔 것이 원가 개선에 도움이 됐고, 고급강 판매에 주력한 덕분이라고 포스코는 설명했다.

그동안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등 상위권 회사들의 독주가 이어졌다. 고로를 갖고 있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경우 규모의 경제를 이룬데다, 현대하이스코는 모기업인 현대차의 판매가 늘며 적지 않은 도움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들에게 큰 덩치가 오히려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각각 파이넥스 3고로와 당진 3고로 등의 새 설비 가동을 앞두고 있어 공급 과잉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철강시장의 주도권이 공급자에게서 수요자로 서서히 넘어가고 있어 몸집이 클수록 부담도 큰 상황"이라면서 "특히 경기가 안 좋은데도 대형 업체의 생산 설비는 늘어나는 상황이라 수지를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 회사의 분위기도 이와 비슷하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올해 실적은 작년 수준과 비슷할 것"이라고 했고, 현대하이스코 관계자는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좋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동국제강과 동부제철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은 지난 것 같다"면서 "올해는 작년보다 실적이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