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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식

내리막길 접어든 PC산업 "윈도8 책임론" 솔솔

‘-1.6%, -8.1%, -8.3%, -13.9%…’

세계 PC 출하량의 감소폭이 최근 4분기(작년 2·3·4분기와 올해 1분기) 동안 점점 확대되면서 PC산업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특히 올 1분기 세계 PC 출하량은 작년 1분기보다 10% 이상 감소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통계를 낸 이래 20년 만에 ‘최악의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아무리 소비자들이 스마트폰·태블릿PC로 옮겨간다고 하지만 PC에 대한 관심이 이처럼 급속도로 떨어질 수 있는 것일까. 브레이크 없는 내리막길을 걷는 PC산업 침체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 주범은 바로 ‘윈도8’이라고 보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 ‘9.11테러 때보다 상황이 안 좋다’

제이 초우 IDC 애널리스트는 “PC 출하가 두자릿수로 감소한 것은 9.11테러의 영향을 받은 2011년 3분기가 마지막이었다”며 “현재로선 PC 시장을 낙관적으로 볼 이유가 많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지금까지 PC산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만든 운영체제(OS) 윈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HP, 레노버, 델, 에이서, 에이수스, 삼성전자(005930) (1,537,000원▼ 3,000 -0.19%)등이 만드는 PC에 필수 소프트웨어인 윈도가 만나 PC의 새로운 성능·기능을 제공하면서 판매를 촉진했던 것.

하지만 작년 10월 전 세계에 출시된 신형 OS ‘윈도8’은 소비자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IDC는 윈도8에 대해 “새로 디자인한 유저 인터페이스는 혼란만 불러일으켰고, (터치 기능을 지원하지만) 터치스크린 가격은 너무 비싸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시작버튼이 없는 것은 소비자들이 가장 어색해하는 부분이다.

컨슈머리포트 역시 작년 말 “이번 윈도처럼 시작버튼이 없어 시스템을 마치거나 프로그램을 찾을 때 불편하다”며 “윈도8의 터치 기능은 터치스크린이 없는 기기에서는 무용지물”이라고 혹평했다.

◆ 성난 PC제조사…실적은 계속 떨어지는데 대책도 없고

PC 제조사들도 구세주로 생각했던 윈도8이 좀처럼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자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후지쯔는 PC 판매를 주춤하게 한 윈도8의 반응을 비난했고, HP의 수석부사장인 토드 브래들리 역시 올 1월 “윈도8의 판매 실적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HP는 올 1분기 세계 PC 시장에서 16%의 점유율을 유지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출하량이 24%나 줄었다. 12%의 시장점유율로 3위를 기록한 델도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중국 레노버 정도만 틈새 시장을 파고들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현 시점에서 PC업체들에게 뚜렷한 돌파구가 없다는 것이다. 이미 출시된 지 반년이나 된 윈도8의 사용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고 MS가 새 OS를 빨리 내놓는다 해도 잘 팔릴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넷 애플리케이션스에 따르면 데스크톱 OS 트래픽 점유율에서 윈도8은 지난달 기준 3.17%를 기록했다. 올 2월(2.67%)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MS의 실패작인 ‘윈도비스타’(4.99%)보다 사용량이 적은 것이다.

IDC의 밥 오도넬 부사장은 “윈도8의 출시는 PC 시장을 부양하는데 실패했으며, 오히려 시장을 침체시킨 거 같다”고 말했다.

MS의 최고재무책임자(CFO) 타미 렐러는 올 1월 “윈도8이 출시 후 6000만 라이선스가 판매됐으며, 이는 이전 제품(윈도7)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윈도8을 채택한 기기가 얼마나 팔렸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