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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4300兆원을 움직이는 남자… "금리 상승에 대비하라"

[로널드 오 헨리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자산운용부문 회장]
"한국은 매력적인 나라지만 국민이 늙어가고 있다
앞으로 많은 변화를 겪을 것"

고객 돈 4300조원을 주무르는 '괴물'에게 자산 운용 비법을 물었더니 "운용 기술만 파고들기보다는 역사와 정치를 함께 생각하는 넓고 유연한 사고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오 헨리 피델리티 자산운용 부문 회장은 "자산운용을 잘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측면 뿐 아니라 역사ㆍ정치 등을 함께 보는 넓고 장기적인 시각이 꼭 필요하다" 고 했다. / 보스턴=최원석 기자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의 로널드 오 헨리(Ronald O'Hanely) 자산운용부문 회장을 지난 19일 미국 보스턴 시내 중심에 있는 피델리티 본사에서 인터뷰했다. 그는 조선일보 주최로 26~27일 이틀간 열리는 '2013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 초청 연사로 참석할 예정이다.

피델리티 자산운용부문이 관리하는 고객 자산은 총 3조8570억달러(약 4300조원)에 달하며 고객 수는 2000만명이 넘는다. 그는 맥킨지의 컨설턴트와 뱅크오브뉴욕 멜론 자산운용 회장을 거쳐 2010년부터 피델리티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대학(시러큐스)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역사를 좋아했는데 당시 배운 것들이 현재의 일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살면서 다양한 사건을 겪게 되는데, 어떤 새로워 보이는 사건도 역사에서 참고할 내용이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2008년의 금융 위기는 많은 부분에서 1907년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 공황과 비슷합니다. 대부분의 사건은 반복될 뿐입니다. 따라서 역사를 통해 미래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금융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요즘도 책을 많이 읽는다는 그는 도리스 컨스 굿윈이 2005년에 출간한 역사서 '권력의 조건(Team of Rivals)'의 얘기로 자산 운용 얘기를 시작했다.

이 책은 에이브러햄 링컨을 통합과 화해의 리더십으로 재조명한 책이다. 링컨이 어떻게 사람을 다스리고, 어떻게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책 내용을 바탕으로 작년 스티븐 스필버그가 '링컨'이라는 영화를 내놓기도 했다.

오헨리 회장은 "내 머릿속에서는 자산 운용과 정치, 역사가 함께 돌아간다"며 "링컨에 관한 이 책은 매일 같이 큰 판단을 해야 하는 정치인이나 CEO들이 꼭 읽어 봐야 할 책"이라고 했다.

그는"자산 운용도 장기적 관점에서 다양한 시각과 폭넓은 사고를 해야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세계경제 회복되고 있지만 지속 가능성은 의문

―정말 세계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보는가. 지속 가능한 쪽으로 갈 수 있을까.

"세계경제는 좋아지고 있다. 심리적으로 볼 때 경제가 아주 좋다고 할 수 없지만, 최근 5년간의 상황을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다. 미국은 주택 가격이 뚜렷이 회복되고, 소비도 살아나고 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오늘 들려온 소식 즉, 키프로스공화국의 금융 시스템이 무너져 구제금융을 신청한 사태만 보면 사태가 악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6~9개월 전만 해도 많은 사람이 유로존이 붕괴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결국 어떤 방향으로든 탈출구를 찾아가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더 이상 유로존 붕괴를 얘기하지 않고 있다는 게 그 증거다.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를 살펴보자. 한국이 훌륭한 예인데, 수출을 성장 동력으로 하는 경제로 여전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따라서 내 대답은 '예스'다. 회복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과거에 흔히 보던 일반적인 경기 회복 과정과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의 경제 사이클은 과도한 통화 공급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결국에는 부채를 줄이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수반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회복 구조만으로 경기 회복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리라 보지 않는다. 하지만 질문에 대한 대답은 '예스'다. 다만 눈에 띄는 성장은 어려울 것이고, 점진적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본다."

―주식, 채권, 원자재 중 어느 쪽을 사는 것이 더 좋을까.

"쉽게 말하기 어려운 문제다. 투자자가 어떤 사람이고, 얼마나 오래 투자할 것이냐 등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는 말할 수 있다. 현재 금리는 매우 낮은 상태이고, 채권 가격은 너무 높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일반론적으로 판단할 때 중·장기적 투자를 한다면 채권보다 주식이 더 매력적이라고 본다."

◇100세 시대의 투자, 장기적 시각 가져야

―100세 시대와 저금리 시대에 라이프 플랜의 입장에서 어떻게 투자해야 하나. 당신이라면 어떤 포트폴리오 전략을 짜겠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나이만 가지고 어떻게 준비하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당신이 10년·20년·100년의 기간에 대해 투자를 한다고 생각해 보라.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아주 많은 투자처가 나타날 것이고, 거기에서 나오는 수익의 성격도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다양성의 폭을 매우 넓게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시장을 장·단기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에 대해서는 당장의 주식시장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국가 자체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한국은 경제에서 큰 성공을 거둬왔고, 시장의 크기나 운영되는 방식을 살펴볼 때 신흥 시장보다는 선진국 시장 구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좋은 점이기도 하고 나쁜 점이기도 하다. 한국이 여전히 수출을 많이 하고, 저축도 많이 한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나쁜 부분은 인구학적인 부분이다. 선진국들이 겪는 고민을 겪게 될 것이다. 국민이 늙어가고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앞으로 많은 변화를 겪게 될 나라이다. 주식시장의 관점으로 돌아와 생각해 보면 한국은 매우 매력적인 회사가 많은 나라다. 많은 지적 자산을 가진 회사들이 많다.”

―최근에 자산 운용사들의 수익이 잘 안 나고 어렵다. 한국이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어 금리도 낮아지고 수수료도 낮아지고 있다. 자산 운용사의 생존 전략은 무엇인가. 어떻게 이런 장벽을 이겨낼 것인가?

“지금은 도전 과제가 많은 시대다. 너무 부정적인 부분만 볼 필요는 없다. 긍정적인 부분을 생각해 보자. 한국 국민이 계속해서 저축을 하면 더 많은 돈이 금융시장으로 들어올 것이다. 시장의 규모는 성장하는데, 상황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낮은 금리가 한국에서 문제가 될 수 있겠는데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자산 운용사들은 몇 가지를 잘 봐야 한다. 첫째는 회사를 항상 효율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아까 얘기했듯 금리가 다시 올라갈 것이라는 점이다. 언제 어떻게 올라갈 것인지 예의주시하며 포트폴리오를 적절히 구사해야 한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투자자들이 돈을 잃지 않을 것이다.”

―한국 금리가 언제 다시 올라갈까?

“내가 그걸 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지 않을 것이다(웃음). 특히 금리는 중앙은행이 취하는 여러 조치에 따라 연동되기 때문에 더욱 예측이 어렵다. 하지만 확실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의 금리가 다시 올라갈 것이라는 것이고, 그때 누가 상황에 잘 대처해 수익을 낼 것인지가 큰 관심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