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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취업 얼마나 안됐으면… 취업 준비박람회까지 등장

학원·컨설팅 업체 100곳 참여… 자소서·직무적성 검사 대비도
"면접 전에 시력교정도 받더라" 안과병원 등 이색 코너도 열어

올해 6월 서울 코엑스에서 '취업 사전준비 박람회'라는 행사가 열린다. 기업체들이 부스를 차려놓고 취업 지원자들을 뽑는 '채용 박람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취업하는 데 유리할지를 알려주는 이른바 '취사박(취업 사전준비 박람회)'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번처럼 '취사박'이 열리는 건 처음이라고 행사를 주최한 업체는 밝혔다. 주최 측은 "취업을 잘 하려면 취업 준비부터 잘해야 한다"면서 "성공적으로 취업하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하려는 대학생과 졸업생을 위한 행사"라고 했다.

이번 박람회에 참여하는 업체는 "공무원 시험 붙게 해준다"는 학원, "공인 영어 성적 올려준다"는 어학원, "자기소개서 잘 쓰게 도와주겠다"는 컨설팅 업체 등 100여곳이다. 특정 대기업에서 실시하는 직무적성검사를 겨냥, "우리 회사 인터넷 강의를 듣고 그 시험을 보면 점수가 올라간다"고 주장하는 업체도 있다.

기성세대가 보기엔 "이런 것까지 취업 준비에 들어가느냐?" 싶은 항목도 있다. A안과병원은 "여학생들의 경우 면접 볼 때 안경을 쓰면 인상이 차가워 보인다"면서 "취업을 앞둔 여학생들이 시력 교정수술을 많이 받길래 우리도 박람회에 부스를 내기로 했다"고 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입상 경력·인턴 경험·해외 봉사 등 취업에 필요한 '스펙'이 자꾸만 늘어나면서 생긴 신풍속"이라고 했다. 전에는 각자 알아서 하던 취업 준비가 이제는 박람회까지 열리는 '취업 사교육 산업'이 된 것이다.

그로 인해 대학생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만만치 않다. 대학생 이광수(가명·26)씨는 전남 B대학에서 서울 시내 C대학에 편입하느라 2년간 학원비·하숙비·교통비로 3000만원을 썼다. 그는 "지금까지 한 준비는 말 그대로 '준비를 위한 준비'였을 뿐 지금부터 다시 새로운 전쟁을 치러야 한다"면서 "부모님에게 죄송하지만 어떻게든 좋은 회사에 취업해 돈을 벌겠다"고 했다.

경제적 여력이 없는 학생은 박탈감을 느끼고 있었다. 올해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대학생 정호진(가명·27)씨는 "돈이 없으면 취업을 위한 기본적인 스펙조차 마련할 수 없다"면서 "경제적 형편 때문에 취업 준비 박람회조차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