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변화 외면한 낡은 기준… 잠재적 범법자 만들어
"웬만한 20평대 전세 1억 넘어 증여세 공제한도 너무 낮아"
부모로부터
전세금 지원 받고 증여세 신고 않는 경우 많아
1인당 국민총소득 4배 늘었는데 내국인 면세한도 18년간 400弗
OECD국가 평균의
절반 수준… 750弗 한도인 중국보다도 적어
"전세 자금 때문에 범법자가 된 것 같아 왠지 찝찝합니다."
오는 3월 결혼을
앞둔 회사원 강민구(32·가명)씨는 증여세 문제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그는 서울 강북에 2억원짜리 전셋집을 마련하면서 아버지로부터 1억원을
지원받았지만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았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성년 자녀에 대한 증여세 공제 한도는 10년간 3000만원이다. 법대로라면 강씨는
3000만원을 초과하는 7000만원에 대해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
그는 "신혼집 구하러 다닐 때 보니 수도권에서 웬만한 20평대
아파트는 전세가 1억~2억원을 넘는데 증여세 공제 한도가 너무 낮은 것 아니냐"면서 "결혼한 선배나 동료 중 부모에게 도움받은 전세 자금에 대해
증여세를 냈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 나도 일단 신고 안 하고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잠재적 범죄자 양산하는 케케묵은 장롱
규제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낡은 규제가 국민 생활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현실에 뒤떨어진 이런 규제들은 장롱 속에
처박아 둔 먼지 쌓인 면허증처럼 수십년간 고쳐지지 않아 '장롱 규제' 또는 '박제 규제'라고 할 수 있다.
위 사례의 증여세 공제
한도는 1993년 말 세법 개정 때 15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인상된 이후 20년째 그대로다. 반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993년
54.21에서 지난해 106.3으로 거의 2배가 됐고, 서울지역의 아파트 전세가격 지수는 1993년 12월 38.36에서 작년 12월
108.69로 거의 3배로 뛰었다. 오성회계법인 남시환 대표는 "1990년대 초·중반만 해도 신혼부부가 부모로부터 받은 3000만원에 본인
저축액과 대출액을 합치면 서울 지역에서 신혼집 전세를 마련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꿈도 꿀 수 없다"면서 "증여세 공제 한도가 20년째 바뀌지
않아 자녀 결혼시킬 때 전세금 보태주는 부모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내국인 면세 한도와 부동산 중개수수료 기준도 10년 넘게
방치
해외여행을 갔다가 입국할 때 적용받는 내국인 면세 한도는 1996년 400달러로 결정된 이후 18년째
그대로다. 미국(800달러)이나 일본(2405달러) 같은 선진국은 물론, 중국(750달러)보다도 적다.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은 작년 10월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 면세 한도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56% 수준"이라며 "1996년 이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약 4배
증가했는데 면세 한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상의가 작년 8월 해외여행객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해외여행객 1인당
쇼핑 지출액은 744달러로 나타났다. 관세청은 그동안 여러 차례 이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그때마다 "해외여행을 많이 하는
부유층에 혜택을 준다"는 역풍을 우려해 중단했다. 하지만 해외여행은 이용객 수가 1996년 464만명에서 지난해 1370만명으로 급증할 정도로
보편화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수수료율 기준도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개수수료율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데,
서울 지역의 경우 2001년 정해진 기준이 아직 그대로 쓰이고 있다. 전세 계약을 할 때 3억원 이하는 중개수수료가 0.3%이지만, 3억원
초과는 0.2~0.8% 범위 내에서 협의해 결정하도록 돼 있다. 대부분 중개업자는 3억원 초과 전세에 대해 0.5% 안팎의 수수료를 요구하기
때문에 부담이 확 늘어난다.
예컨대 3억원짜리 전세는 수수료가 90만원인데, 3억1000만원짜리 전세는 수수료가 155만원으로
급증하는 것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엔 서울 강북 지역의 30평대 아파트 전세금이 대부분 1억원대였지만, 지금은 3억원 넘는
전세가 많아져 전세 계약 할 때 수수료 분쟁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세금 상승을 감안해 수수료율 기준을 3억원보다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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