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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환율

환율 1050원대 들면 외국인들은 슬슬 나갈 채비

환율 1050원대 들면 외국인들은 슬슬 나갈 채비
2013-01-14 17:28:10

원화가 강세 기조를 이어가면서 향후 증시 변동을 좌우할 외국인들의 매매 추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화 강세를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강화로 본다면 외국인 순매수가 늘겠지만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악화 등 불안 요인으로 간주한다면 증시 출렁임은 불가피해 보인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새해 들어 원화 값이 올랐지만 코스피가 줄곧 2000선을 달린 것은 외국인들이 환율 하락 요인을 선진국의 유동성 공급에 따른 것으로 보고 당장 국내 수출기업의 실적 악화를 우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외국인은 올해 들어 9일까지 환율이 1061~1064원에 있는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3343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환율이 1059원으로 처음 1050원대에 진입하자 외국인 순매수는 14억원에 그쳤다.

문제는 지난 11일 금리 동결을 기점으로 원화가 1056원까지 내려가면서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외국인들 시선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은 이날 115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데 이어 14일에는 무려 96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달 27일 외국인 순매도액(1672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전문가들은 원ㆍ달러와 원ㆍ엔 환율이 장기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자 이제는 수출경쟁력 악화를 우려해 외국인 순매도가 가속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화 가치가 오르면 외국인은 환차익을 볼 수 있어 국내 증시에 유입 자금이 증가한다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은 원화 절상 속도가 빠르고 장기화하면서 외국인 순매도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11일 뱅가드 벤치마크가 변경되면서 한국 증시에서 추가 자금 이탈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뱅가드는 이머징 상장지수펀드(ETF)의 벤치마크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서 파이낸셜타임스증권거래(FTSE)로 변경하기로 했는데 FTSE에서 한국은 MSCI와 달리 선진국으로 분류돼 기존 벤치마크에서 제외됨에 따라 87억달러(약 10조원)의 뱅가드 자금이 이탈할 것으로 예상돼왔다.


NH농협증권은 14일 원ㆍ달러 환율이 1050원 이하로 떨어지면 외국인 순매도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문희 연구원은 "과거 환율과 외국인의 매매 추이를 살펴보니 환율이 1100원 아래에서는 순매도로 전환했다"면서 "환율이 1050원 밑으로 하락하면 외국인 순매도가 더 크게 확대됐다"고 밝혔다. 환율이 1100원대에서는 2000년 이후 외국인은 41조원을 순매수했지만 1050원대로 떨어지자 2조원이 순매도됐다. 이에 따르면 14일 원ㆍ달러 환율은 1156.2원으로 순매도 국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