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환율이 엿새 연속 오르면서 1170원을 바라보고 있다.
환율은 이미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이 지난달 일본, 중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을 때의 수준인 1130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유럽 재정위기가 이탈리아 뿐 아니라 유로존 양대 강국인 독일, 프랑스까지 전이될 조짐을 보이면서 대외 불확실성이 예상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통화스와프가 외환 시장에 심리적 안정제 역할은 하겠지만 방화벽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최근들어 연말 환율 예상치가 조금씩 높아지는 분위기다. 다만 환율이 현 수준에서 더 오를수록 외환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1200원을 환율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 환율 6일 연속 상승…8월 美 등급 강등 이후 처음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 18일부터 6거래일 연속 상승, 25일 마감 가격은 1164.8원을 기록했다. 10월12일(1166.6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고 엿새 연속 오른 것은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 사태가 있었던 지난 8월 초 이후 처음이다.
환율은 정부와 한은이 일본, 중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지난달 19일과 26일 무렵엔 1130원대에서 거래됐고, 이달 들어서도 대체로 1120~30원대에서 움직였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가 재정불량국인 이탈리아, 스페인을 넘어 유로존의 양대 맹주인 독일, 프랑스로 향할 조짐을 보이면서 오름폭이 가속화됐다.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유로존 최고 안전 자산인 독일 국채의 입찰이 부진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유럽 재정위기의 역풍이 점점 거세진 영향이다.
환율 상승으로 외국인의 채권 투자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외국인은 주식을 내다 팔고 있긴 하지만 채권 시장에선 순매수 기조를 유지해왔다. 따라서 만약 채권 시장 이탈이 현실화되면 국내 금융 시장의 충격이 상당할 전망이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 딜러는 "유럽 재정위기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 변동성 큰 원화 환율
원화 환율은 글로벌 금융 시장이 불안해지면 다른 통화 보다 빠르게 상승하는 모습을 반복해왔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원화를 미국 증시의 변동성지수인 빅스(VIX)에 빗대 '빅스 통화'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최근 조사에서도 세계 주요국 33개 통화 중 원화가 7번째로 높은 변동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외환 시장의 급변동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이후 선물환 포지션 한도 규제, 외환건전성 부담금 부과, 외국인 채권 투자 과세 환원 등의 조치를 내놓았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엔 세계 1,2위 외환보유국인 중국, 일본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역내 금융 안정망을 강화한다는 취지였다.
정부는 특히 이번 통화스와프를 두고 "외환 시장의 안전판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환율 흐름에서 볼 수 있듯이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 딜러는 "통화스와프가 외환시장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며 "극도로 불안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전시용'에 가깝다"고 말했다.
◆ 조금씩 높아지는 환율 상단
이달 초만 해도 환율은 연말까지 1100원선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환율이 예상보다 많이 오르면서 전망치 상단이 조금씩 상향 수정되고 있다.
정경팔 외환선물 팀장은 "이번 주 환율은 1170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며 "저점과 고점이 모두 낮아지고 변동성이 큰 장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연내 1175원선을 넘어설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 외환 딜러는 "예전엔 연말까지 환율 고점을 1160원으로 봤지만, 이제 상단을 1180원으로 높였다"고 말했다.
다만 환율이 1100원대 후반에 근접할수록 외환 당국의 매도 개입에 대한 경계 역시 높아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정부와 시장은 1200원을 환율 방어의 1차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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