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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이론

한국 주식시장 '호황 속 거품' 경계하라

한국 주식시장 '호황 속 거품' 경계하라

신관호 고려대 교수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1929년 대공황 이래 가장 심각한 전 세계적 경기 침체로 기록될 것이다. 선진국 대부분이 확실한 경기 회복 신호를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이렇게 심각한 경기 침체를 가져온 것인가?

사실 경기 변동은 거시경제학에서 다루는 가장 중요한 현상 중 하나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그 원인이 무엇인지 합의된 결론을 아직도 내리지 못했다.

거시경제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케인스는 수요의 변화가 경기 변동을 가져온다고 생각했다. 특히 투자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역사를 보면 경기 변동 과정에서 투자 수요의 변화폭은 매우 커서 케인스의 통찰력은 역시 대단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물음인, 왜 투자 수요가 변화하는지에 대해서는 케인스의 대답이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는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가들의 '동물적 본능(animal spirits)'이 투자의 변화를 가져온다고 생각했다. 투자 결정에 대한 보답은 미래에 가서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결국 기업가들은 본능적으로 미래를 통찰하고, 이에 따라 투자를 행한다는 것이다. 기업가들이 미래를 낙관하면 투자가 늘어나고 경제가 호황이 되지만, 미래를 비관하면 투자가 줄어들어 불황에 빠진다. 이러한 설명은 일견 그럴 듯하지만, 여전히 불만족스럽다. 경기 변동의 근본 원인을 기업가의 '동물적 본능'이라는, 실체가 모호한 곳에서 찾기 때문이다. 동물적 본능에 영향을 주는 한 꺼풀 더 안쪽의 원인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거품이 거품을 낳는다… 美, IT 버블 후 주택시장 버블
한국도 2000년대 IT 버블 이후 경기 살리려다 '카드 사태' 초래


해외 자본들, 신흥국으로 몰려와… 증시 '또다른 버블' 가능성 농후

케인스의 이런 생각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어떤 이들은 경기 변동의 원인을 기술 충격에서 찾는다. 즉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 인력이나 자본 등 생산요소를 같은 양 투입해도 보다 많은 생산을 할 수 있게 되어 호황이 찾아온다. 기술 개발이 지체되면 생산량 증가가 더뎌져서 불황에 빠지기 쉽다.



이 설명에도 허점은 있다. 이미 존재하는 기술이 퇴보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생산량 증가 속도가 더뎌지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생산량 자체가 감소하는 경우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위에 설명한 두 가지 경기 변동 이론은 거시경제학의 전통적인 설명들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한국에서의 경기 변동을 살펴보면 이와 같은 설명은 아무래도 부족하다. 특히 금융기관이나 금융시장의 역할이 전혀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새롭게 각광을 받는 최신의 경기 변동 이론은 금융시장에 주목한다. 특히 금융시장에서 버블(거품)이 형성되고 붕괴되는 과정을 주목하는 경제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기 호황이 진행되는 와중에 거품이 생겨났다 꺼지면서 불황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2000년대 초반 주식시장의 IT 버블 붕괴와 2007년 이후 주택시장 버블 붕괴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둘 다 그 뒤에 이어진 경기 변동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 한국도 2002년 신용카드 버블이 추가적인 경기 변동을 불러왔다.

주목할 점은 하나의 버블이 그 다음 버블로 연쇄적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정부 정책이 그 연결 고리를 만든다. 즉 버블 붕괴로 인한 부작용을 신속하게 제거하려는 정부 정책이 새로운 버블을 낳는다.

예를 들어 한국의 신용카드 버블은 그전에 있었던 IT 버블이 원인이 됐다. IT 버블 붕괴로 경기 위축이 우려되자 정부가 내수를 키우려고 신용카드의 무분별한 사용을 방조한 데서 신용카드 버블이란 새로운 버블이 발생했다. 미국의 주택시장 버블 역시 IT 버블이 원인이다. 미 연준은 IT 버블 붕괴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초저금리라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이는 IT 버블보다 더욱 큰 주택시장 버블을 키웠다. 이어진 주택시장의 버블 붕괴는 IT 버블 붕괴 때보다 훨씬 심각한 경기 침체를 초래했다.

역사는 반복된다. 지금 미국은 주택시장 버블 붕괴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또다시 거품을 키울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해서 불안하다. 1차 양적 완화에 이어 2차 양적 완화는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는 제로금리하에서 연준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조치라 할 수 있다. 제로금리와 쏟아지는 유동성이 고용 증가로 이어지는 신호는 미약하다. 오히려 늘어난 유동성은 한국을 비롯해 경제 상황이 상대적으로 좋은 국가들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이는 이들 국가에서 또 다른 거품을 낳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연이어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우리 주식시장은 이런 현상에 대한 경고음에 다름 아니다. 우리 경제에 새로운 거품이 생기지 않는지, 이러한 거품 때문에 우리 능력에 걸맞지 않은 실적을 내고 있지는 않은지 찬찬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또 다른 거품 붕괴로 다시금 침체의 나락에 빠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