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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KDI, 올해 성장률 2.5%로 대폭 하향…"금리인하 바람직"(종합)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유로존 위기 장기화 등을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3.6%에서 2.5%로 대폭 내려잡았다. 내년 경제성장률도 4.1%에서 3.4%로 0.7%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KDI는 경기여건이 예상보다 빠르게 약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선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추가 금리인하의 여건이 마련됐다"고 판단했다. 재정정책은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탄력적으로 운용할 것을 주문했다.

◆ “전반적인 성장세 약화”

KDI는 17일 '2012~13년 국내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일제히 낮췄다. KDI는 통상 매년 5월과 11월에 각각 하반기 전망과 내년 전망을 발표하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9월에 수정 전망치를 내놨다. 이번 처럼 중간보고서를 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0.3% 성장에 그친 2009년 이후 3년만이다.

KDI는 “올해 유로지역 재정위기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수출과 내수 모두 증가세가 크게 둔화해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전망에선 수출이 둔화해도 내수가 경제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었으나 이번엔 내수 전망도 나빠졌다. 내년엔 세계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 수출 증가세가 확대되고, 교역 조건이 안정되고 원화값이 올라 내수도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KDI는 "내년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우리 경제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전반적인 성장세는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경제가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또 미국 중앙은행의 3차 양적완화는 경기회복세를 부분적으로 견인하겠지만 재정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낙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픽=박종규

◆ 설비ㆍ건설투자 부진..수출 증가율은 3% 못 미칠듯

부문별로 살펴보면 올해 내수 부문에서 설비 투자와 건설 투자 전망치의 하향 조정이 두드러졌다. 설비투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세계 경제 성장세 위축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올해 2.9%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종전의 8.1%에서 5.2%포인트나 하향 조정된 것이다. 건설투자 전망치는 0.3% 증가에서 0.2% 감소로 수정됐다. 내년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증가율도 각각 5.5%와 2.3%로 종전 전망치(각각 6.2%와 4.4%) 보다 하향 조정됐다.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세계 경제성장 둔화로 올해 수출 증가율은 3%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상품수출(물량 기준) 증가율 전망치는 7.1%에서 2.7%로 4.4%포인트 낮아졌다. 내년엔 8.5%의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이 역시 두자릿수였던 이전 전망치(10.7%)를 밑돈다.

민간 소비는 올해 1.9%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내년엔 유가 안정 등 소비 여건이 개선돼 비교적 높은 3.4%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전 전망치인 각각 2.7%와 4.0%에서 다소 낮아졌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면서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는 이전 183억달러에서 320억달러로 대폭 상향조정됐다. 신석하 KDI 연구위원은 "수입이 많이 줄어 상품수지가 흑자를 보이고 해외 건설 수주 호조 등으로 서비스 수지가 플러스(+)를 지속하고 있는 게 전망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KDI는 올해 상품수지 흑자는 290억달러, 내년은 340억달러로 예상했다. 내년 경상수지 흑자는 원화값 상승으로 290억달러 내외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올 물가 상승률 2.1% 전망..“추가금리 인하 여건 마련..재정 소폭 확장적 운용해야”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2%대 초반으로 하향 조정됐다. 경기둔화와 보육료 지원 등의 정책 효과 등을 반영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의 2.6%에서 2.1%로 0.5%포인트 낮췄다. 내년엔 경기 회복이 반영되며 상승률이 2.4%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 역시 이전(2.8%)에서 0.4%포인트 내려잡은 것이다. 올해와 내년 근원물가 상승률도 각각 1.7%와 2.2%로, 2%와 2.5%에서 하향조정했다.

KDI는 "경기둔화로 물가상승 압력이 현저히 완화됐다"며 "앞으로도 낮은 물가 상승률이 예상되므로 추가적인 금리인하 여건이 마련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 올 7월 이후 장기 금리가 떨어져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단기금리 인하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리 인하로 가계대출 수요가 추가로 늘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가계 부채 증가세는 지난해말 이후 둔화되고 있고 예상보다 빠른 경기 둔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수요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재정정책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을 감안해 신중히 접근하고 내년에는 국가 재정운용 계획상의 기조보다 소폭 확장적으로 운용해 경기 회복을 꾀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경기 둔화에 대응한 13조1000억원 규모의 재정확대조치는 적절하다고 평가했고 올해 추경 편성 여부를 논의하기 보다 내년 예산안에 반영될 재정기조에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