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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ssue!] 현실화된 QE3, 외국인 움직임이 관건

‘헬리콥터 벤’으로 불리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마침내 3차 양적 완화 정책을 현실로 만들었다. 연준은 경기 부양을 위해 매달 400억달러(약 45조원) 규모의 모기지담보증권(MBS)을 매입해 시중에 자금을 풀기로 했다. 규모 자체는 과거 1차ㆍ2차 양적 완화 조치 때보다 작지만, 3차 양적 완화 정책은 시행 기간을 못박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더 공격적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차ㆍ2차 양적 완화 정책이 시행됐을 때는 미국에서 풀린 달러화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으로 흘러들어 가면서 신흥국 증시가 크게 올랐다. 우리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2차 양적 완화 정책이 시행되던 지난해 5월 2200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3차 양적 완화 정책이 위험자산 선호 현상에 다시 불을 지펴 국내 증시가 또 한 번 뛰어오르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또다시 외국인 잔치로 끝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2차 양적 완화 시행 때 코스피지수 사상 최고치 찍어

연준은 지난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불거진 금융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그해 12월 금리를 0% 수준으로 하는 제로 금리를 도입했다. 그 후 다음해 3월 1조750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매입하는 조치를 발표했는데, 이것이 바로 1차 양적 완화 정책이다. 전 세계 금융시장에는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달러화가 대규모로 풀리면서 달러화 가치는 낮아졌고 해외로 흘러들어 간 자금에 기대 세계 증시는 동반 상승했다. 특히 아시아 신흥국으로 자금이 몰려들었다.

우리 증시에서는 1차 양적 완화 정책이 시행된 2009년 3월부터 다음해 3월 말까지 외국인이 38조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1160에서 1700으로 46% 올랐다. 이 1년간 국내 기관 투자자나 개인 투자자는 모두 주식을 순매도했음을 감안하면, 국내 증시 상승은 외국인 자금 유입 효과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는데도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그 와중에 물가도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자 연준은 1차 양적 완화 정책이 종료된 지 8개월 만에 2차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2010년 11월 초부터 다음해 6월 말까지 연준은 국채 매입을 통해 6000억달러를 공급했다.

2차 양적 완화 때도 국내 증시로 외국인 자금이 들어왔지만 규모는 1차 때보다 훨씬 작았다. 2010년 11월부터 다음해 5월 초까지 외국인 자금은 7조원가량 들어왔다. 외국인이 증시를 끌어올리며 코스피지수는 2010년 12월 2000선을 돌파했고 2011년 5월 2일에는 2228.96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그 후 외국인이 우리 증시에서 빠져나가면서 외국인 자금은 2차 양적 완화가 끝난 그 해 6월 말까지 3조원 넘게 이탈했다. 당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미국의 재정 적자와 국가부채에 대해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수시로 경고하던 때였다. 결국 그 해 8월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였고 우리 증시도 이를 피하지 못하고 1600선까지 주저앉았다.

◆ 단기적으로 외국인 자금 유입 효과 전망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3차 양적 완화 정책과 저금리 유지 기간 연장 발표로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져 국내 증시가 당분간 랠리(상승)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1차ㆍ2차 양적 완화 때와 같이 외국인 자금 유입을 기대할만하다는 견해가 많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양적 완화 정책이 시행될 때 북미계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국내 증시로 들어왔다”며 “지난달까지 북미계 외국인 자금이 6개월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는데, 이번 3차 양적 완화 정책 발표를 계기로 이 흐름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세계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 때문에 주가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 연준의 조치로 증시 상승의 발판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마 팀장은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주나 자동차주를 많이 사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UBS증권은 과거 1차ㆍ2차 양적 완화 시행 때 IT(전기전자)주, 조선주, 화학주, 철강주 등 경기민감주가 수혜를 봤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3차 양적 완화 때도 경기민감주의 상승률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UBS증권은 LG화학(051910) (326,000원▲ 12,500 3.99%)현대건설(000720) (70,900원▲ 2,200 3.20%), SK하이닉스, 하나금융을 선호주로 꼽았다.

다만 지나친 기대는 접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그동안 주가 하락폭이 컸던 낙폭 과대주 가운데 건설주 등의 수혜가 예상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앞으로 증시가 계속 오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3차 양적 완화 정책으로 인해 경기가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다”며 “과거 학습효과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자금이 많이 풀리니 한국 증시도 물론 오를 여지가 크지만 미국 경제 둔화에 대한 선제 대응 성격으로 연준이 3차 양적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양적 완화

기준금리가 제로(0%) 수준까지 내려가 중앙은행이 금리 정책으로 더는 경기를 부양할 수 없을 때 채권 등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자금을 푸는 정책.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2009년 3월 1조7500억달러 규모의 1차 양적 완화 정책 시행. 그 후 2010년 11월부터 2011년 6월까지 6000억달러 규모의 2차 양적 완화 정책 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