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만에 금리 인하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하라는 큰 칼을 빼든 배경에는 내년도 성장률이 당초 전망보다 악화될 수 있다는 염려감이 짙게 깔려 있다.
12일 한은 금통위는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3.25%→3.00%) 인하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미국, 유로지역, 중국 등 주요 교역대상국이 침체되면서 6월 수출이 전년 동월보다 1.3% 늘어나는 데 그쳤다"면서 "설비투자도 감소세로 전환됐다. 앞으로 국내총생산(GDP) 갭이 상당 기간 마이너스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수출이 흔들린 것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이란 설명이다. 중국에 대한 수출(전년 동기 대비)은 4월 -3.1%에서 5월 -4.9%로 감소폭이 확대됐고, 미국에 대한 수출도 같은 기간 4.2%에서 -8.3%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일본(-23.0%→1.5%)과 동남아(-5.2%→4.6%)에 대한 수출은 늘거나 감소폭이 줄었지만,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워낙 크기 때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수출이 감소하자 기업 심리가 급랭하고 있다. 지난달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 업황전망BSI는 84로 2포인트 하락했다. 수출과 내수 기업을 가리지 않고 향후 경기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비친 것이다.
실제로 향후 경기 상황을 예고해 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건설수주액, 기계류 내수출하지수 등이 줄어들면서 전월 대비 0.4포인트 하락했다. 정부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였던 취업자 증가폭도 둔화세로 돌아섰다. 올해 5월 47만2000명까지 불어났던 취업자 증가 규모는 지난달 36만5000명으로 악화됐다. 이에 반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개월 연속 2%대로 안정적인 곡선을 그리면서 금리 인하 부담을 덜어줬다.
기준금리 인하에 베팅하는 거래가 늘어나면서 국고채 3년물이 이미 기준금리 밑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진 점도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든 배경이다. 시장을 뒤쫓아가는 형국에다 통화당국으로서 권위를 잃어가는 상황을 계속 방치하는 것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김중수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는 경제성장의 하방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내린 선제적 결정"이라며 "통화정책은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 금리를 인상할 때는 신중할 수밖에 없지만 인하할 때는 빨리 할 수 있으며, 이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준금리 인하로 한은은 올해보다 내년도 성장에 보탬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번 0.25%포인트 금리 인하로 올해 성장률은 0.02%포인트, 내년에는 0.09%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총재는 소비자물가에 대해 "올해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고 내년엔 0.03%포인트 상승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며 "그 자체로서는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912조원인 가계부채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3년간 연평균 0.5% 증가할 것이라는 게 한은 판단이다. 한은의 금리인하 타이밍에 대한 논란도 이어져 나온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유럽 재정위기가 이미 실물로 전이된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선제적인 의사 결정이라고 보기에는 시기상 늦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동결중수`라는 표현이, 그러지 않아도 금리정책 실기에 대한 후회스러운 속마음을 후벼파서 `선제적`이란 표현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은 편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우리만 금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중국, EU 등과 금리 격차로 과잉 자본이 유입돼 원화값이 절상될 수 있다"며 "금리를 인하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동준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금통위가 금리 인하로 방향을 전환한 만큼 적어도 8~9월 금통위 전까지는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전망이 우세할 것"이라며 "국고채 3년물 금리는 8월 금통위 전까지 2.80%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늦여름이 다 끝나기 전에 한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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