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전 세계 증시 상승에 방해꾼을 역할을 하는 동안에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5일 연속 순매도하며 1조2000억원 넘게 팔았다. 하락장 속에서 역대 최장기간의 순매수를 지속하며 26일간 주식을 산 연기금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 외국인 5일간 1조원 넘게 팔아
15일 외국인은 2906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 비중이 높은 프로그램은 2484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이날뿐만 아니라 지난 7일 이후 15일까지 5일간 외국인은 총 1조2664억원 순매도했다. 일일 평균 2533억원 규모.
전날까지만 해도 4일 연속 순매도 기록을 세우며 4일간 9758억원 팔았지만, 결국 1조원대를 넘겼다. 지난 5일간 유럽 국가 간의 불협화음, 신재정협약에 대한 국제신용평가사 S&P·무디스·피치의 부정적인 발언, 결정적인 경기부양 조치가 없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이 전 세계 투자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어놨다.
외국자금 이탈은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14일 기준 최근 5일동안 대만에서 외국인들이 1억7600만원 순매도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는 외국인이 각각 7900만 달러, 1조2400만 달러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한국증시에서 외국인이 6억6200만 달러 팔았다.
성종욱 크레디트스위스 한국 리서치센터장 “한국은 수출주도형 산업구조, 풍부한 유동성, 환율 움직임이 심해 타 국가 증시보다 출렁임이 크다”라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유럽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내 증시가 저평가됐고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판단해 유럽이 안정되면 CS도 주식비중 편입 비율을 높일 것이다”고 말했다.
◆ 앞으로는 “아무도 몰라”
전문가들은 현재 전 세계 증시가 유럽 상황에 뒤흔들리고 있어 앞으로의 상황은 아무도 모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만 외국인들의 움직임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A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오늘 밤 증시에 좋은 뉴스가 나올지 나쁜 뉴스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현재 모든 투자자들이 주식에 대해 비중을 축소(underweight)하고 있다”라며 “투자자들이 주식에 대한 비중을 축소할 만큼 해 나쁜 뉴스가 나온다면 1% 하락하겠지만, 좋은 뉴스가 나온다면 2% 오를 것이다”고 말했다. 앞으로 증시가 좋은 뉴스에 더 민감할 것으로 본 것이다.
그는 “단기적으로 유럽 지역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1700선을 바닥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1년 이상 투자하는 장기투자자는 1700~1800 부근에서 오히려 주식을 사야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이 위험을 줄이기 위해 국내증시에서 비중을 축소해 앞으로 더 팔 수도 있다”라며 “하지만 주가가 추가로 하락하면 기업가치대비 주가도 싸져 팔더라도 1700선 부근에서는 더이상 안 팔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실질적인 외국인 고객들의 거래량이 줄었다고 말한다. 연말이 다가옴에 따라 펀드가 거래를 활발하게 안 하고 불확실성이 커져 크게 사지도 팔지도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 외국인 쇼핑카트 내수주+민감주
그렇다면 외국인이 5일간 1조원 넘게 파는 동안에도 산 종목은 무엇일까. 과거 상승장에서 경기민감업종만을 선호했던 외국인은 최근에는 방어주 성격이 강한 국내 내수주에도 함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5일동안 외국인들은 경기민감 종목인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060980) (197,500원▲ 5,000 2.60%)를 206억원 순매수하며 가장 많이 샀다. 만도 다음으로는 국내 내수주 중심의 현대홈쇼핑(057050) (128,000원▲ 0 0.00%)·LG생활건강(051900) (496,500원▼ 5,500 -1.10%)·삼성화재를 130억원~195억원 가량 순매수하며 많이 샀다.
이 외에도 경기민감업종에서는 SK이노베이션(096770) (149,500원▲ 500 0.34%)(127억원)·SK(003600) (131,000원▲ 500 0.38%)(123억원)·현대건설(000720) (67,900원▼ 800 -1.16%)(122억원)·한국타이어(000240) (43,450원▲ 350 0.81%)(127억원)·LG이노텍(011070) (72,600원▲ 1,000 1.40%)(93억원)·삼성전기(009150) (84,400원▼ 2,400 -2.76%)(77억원) 등을 순매수했다. 내수주 가운데서는 호텔신라(008770) (39,450원▼ 350 -0.88%)(100억원)·현대백화점(069960) (152,500원▼ 2,500 -1.61%)(64억원)을 많이 샀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이 내수주를 사는 것은 세계 경기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해 위험을 방어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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